60~70년대에 지금처럼 발달되지 않은 영화 기술로 만들어진 무협영화들은 현란한 검무나 곡예에 가까운 격투씬, 혹은 다량의 살상 씬 없이도 주인공들 간의 긴장감을 유지해갔다.
연인은 마치 그런 류의 영화다.
그 옛날 흑백 영화에 현재의 첨단 기술로 컬러를 입힌 것처럼.....60, 70년대 무협영화를 가져다가 극도의 선명한 배경을 채색하고 액션 장면을 리얼하게 대체한 듯 한 느낌이다.
첨단 기술을 사용하긴 하지만 요즘의 다른 무협 영화들처럼 검풍이 난무하면서 수십 명이 한 번에 도륙당하지 않는다.
다만 한 명 한 명과의 칼 섞음을 극도의 첨단 기술로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리얼리티를 살린다.
예를 들면 활 시위를 당겨 손을 떠난 시점에서부터 적의 몸에 꽃힐 때까지의 화살을 단 한 프레임에서 보여준다든지,
10여 미터는 족히 떨어진 곳에서 대들보를 잡고 회전하여 화면 끝에 서있는 상대에게 날아와 공격을 가하는 액션을 역시 한 프레임으로 보여주는 장면 등.
즉 관람객의 시점을 최대한 고정 시킨 상태에서 격투 씬을 보여 주고 그런 장면을 최대한 클로즈 업 함으로써 실감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을 쓴다.
실사적인 배경 색채와 그것들의 극단적인 대비는 이런 리얼한 액션을 비 현실적으로 만든다기 보다는 그 장면들에서의 남만감을 높여주는 듯이 여겨진다. 배경과 의상의 색상은 각각의 등장 인물들의 심리와 역할과 화면 배경에 아주 세세히 맞추어 놓았다.
연인들간의 사랑과 그에 따른 갈등, 고통을 극명한 주제 전면에 나서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 탓에 긴박감이 부족한 이야기 전개가 관람객의 동감을 못 이끌어 낼 위험이 있고, 이런 경우에 많은 여백들이 유발하는 부담감은 지루함이 될 수 있다.
넓은 캔버스에 너무 작은 그림 만을 그려 놓은 듯 하다고나 할까?
연인은 흥미진진한 전개도, 압도하는 비장미나 철학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면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공허하고 허탈한 느낌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허술한 듯이 보이는 이 영화의 여백들을 자신의 느낌으로 채우면서 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찬탄스러운 액션신과 색채미에 심취한다면 그리 아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