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악마'인 미란다가 패션의 문외한이자 비서로 새로 채용된 앤드리아에게 한 말이다. 앤드리아에겐 비슷해 보이는 두 개의 벨트를 가지고 너무나 달라서 혼란스럽다는 어느 에디터의 말을 듣고 그가 코웃음을 치자 미란다가 이렇게 말해 준 것이다. 개인적으로 미란다의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실 패션계에 대한 시각은 이중적이다. 아니 전 세계적이다. 바로 영화에 나오는 앤드리아의 시각처럼 말이다. '별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쓴다' '그런 거 몰라도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다' 등 패션은 그저 예뻐 보이기 위한 겉치레에 불과한 것일 뿐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패션계에 몸담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시각은 정반대다. '패션은 의식주 중에 가장 먼저 나오는,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부터 '패션은 고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죽지 않는 산업이다'까지.
'패션의 전설'이라 불리는 가브리엘 샤넬. 만약 샤넬이 이 세상에 없었다면? 아직도 수많은 여성이 옷을 입기 위해선 코르셋이나 풍성한 속치마를 갖춰 입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여성복의 거추장스러움을 과감히 생략한 인물이 그이기 때문이다. 루이뷔통이 최초로 네모 트렁크를 만들지 않고, 샘소나이트가 1974년 바퀴 달린 가방을 만들지 않았다면 아직도 사람들은 출장 갈 때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짊어지고 비행기를 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패션은 그저 예뻐 보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가 문화이고 산업이다. 영화와 마찬가지다. 번쩍번쩍 빛나 보이는 패션계도 사실 수많은 사람의 터전인 것이다. 그저 화려한 패션계의 뒷이야기나 직장 여성의 고군분투기 정도로 여겨지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그렇지만 그 속내엔 생존의 치열함이 있다. 패션잡지 기자들의 삶도 치열하긴 마찬가지다. 이 영화를 보는 그들의 느낌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