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울 신랑이랑 싸웠습니다.
이유는 뭐 별다를게 있겠습니까?
가사를 분담했는데 살살 게으름 부리고 안하는거하며, 자기는 안하면서 트집잡는거
뭐 이런것이었지요.
우리는 성격상 싸워도 걍 조용조용 합니다.
좀 치사해 보이지만 화가나면 삐져서 말 안하죠.
그런데 그렇게 말을 안하고 있다보니 너무 답답해서 메일을 썼습니다.
제가 글쓰는 일을 하다보니 이럴때 무척 논리적이고 또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인지
메일을 받으면 곧장 사과의 전화가 옵니다.
어제는 제가 보낸 메일을 읽고도 전화도 없고, 답장도 없길래
아~~ 이 양반도 좀 화가 났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죠.
그러니까 엄청 집에 가기 싫더라구요. 또 싸울 생각을 하니 그것도 짜증스럽고....
놀아줄 친구도 없고, 술을 마셔줄 사람도 어제는 없어서
걍 터덜 터덜 집으로 갔더니 문을 열자마자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겁니다.
퉁명스럽게
"뭐해"한마디 하는 연어.
울 신랑은 빤주 차람으로 베란다에서 담배피다 얼른 끕니다.
그러면서 살살 귀여운 표정을 짓고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부엌으로 귀엽게 달려갑니다.
따라가보니 세상에 불고기를 재 놓은 겁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집에 있던 요리책을 총 동원해서 불고기를 재 놓고 저의 칭찬을 기다리고 있는 거였지요. 배도 갈아넣었담서...
그때 저는 이미 화가 풀어졌으나 걍 좀더 놀릴 생각으로 뚱하게 있었더니.
어찌나 빠르게 상을 차리는지.
소주도 한병 놓고...
암튼 술 한잔씩 따라놓고 다신 안그런다는 애교 섞인 남편의 사과에 걍 마음을 풀었습니다.
전에 제가 가사분담 표 말씀드렸죠?
제가 하는 일 쭉 적어놓고 남편더러 니가 하는 일 적어보랬다고.
어제 다시 보니 이렇게 황당할 수가.
가사일이 아닌 자기가 정말 하는 일들을 적어놓은겁니다.
출근전 : 이닦기, 밥먹기, 옷입기, 출근하기
퇴근후 : 씻기, 연어랑 놀기
내참 누가 자기 생활계획표 만들랬나.
참~~~
암튼 그냥 그렇게 우리의 싸움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 불고기는 정말 맛났어요.
지금 제 도시락 속에도 있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