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살인 대학생입니다.
제 친구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혼수 때문에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9월 초엔가 혼수할 것을 꼼꼼하게 종이에 적어 체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천하의 덜렁이에 순딩이던 녀석도 결혼할 때가 되니 철이 드는 구나 싶어서
함께 목록을 읽어보았는데...
=_= 정말이지 살림하나 차리는데 필요한게 어찌나 많던지 깜짝 놀랬습니다.
거기까진 좋았어요.
추석이 끝날 무렵 쯤에 나름대로 쉰다고 방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거의 울음보가 터지기 직전인 목소리 였는데 정말이지 빨리 결혼을 하든가
집을 나가든가 해야지 못살겠다고 울먹거리더만 결국 울더라고요.
무슨 일이냐고 울지 말고 차근차근 말하라고 달랬는데 그 하는 소리가...
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바로 취직을 해서 모아놓은 돈이 좀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적은 월급에서 알뜰하게 모아서 대충 3천 5백정도 됐는데
거기에 어머니가 조금 보태주셔서 혼수를 대략 4천 정도를 들일 계획이었습니다.
제 딴에는 꽤 잘해가는 구나 싶었어요.
그 집은 걔 오빠 한 명에 그 애가 둘째로 곧 막내거든요.
그런데 막상 시어머니께 혼수와 예단 목록을 받아와 보니 도저히 4천 정도로는 안되더랍니다.
거기다 지참금도 드려야 하는데 그거까지 계산하니까 5천 정도가 더 필요하더래요.
제가 알기로 신혼살림을 차릴 아파트를 계약 할 때도 친구 아버지가 절반정도를 보태서
무려 24평 아파트를 샀는데 거기다 혼수가 9천이나 든다니요.
거기 어디냐고 물어보고 결국 뛰쳐나가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일단 혼수 규모부터가 어이가 없었습니다.
더 기막힌 것은 그 녀석이 꼼꼼하게 메모를 하던 그 목록표가 알고보니
바로 그 시어머니가 주신 혼수목록이었답니다.
형광펜으로 노랑색, 분홍색, 파랑색으로 예쁘장하니 채색되있던 그게 말이죠.
노랑색은 시댁 본가에 드릴 거거, 파랑색은 예단으로 친척들에게 돌릴거(친척마다 드릴 내용이 달라요),
분홍색이 신혼 살림에 넣을 거라더군요.
당장 시부모님께 들어갈 예단만 해도...
각각 양장 한 벌에 한복 한 벌, 코트와 구두 하나씩에, 시어머니께는 모피까지 해드려야 하더라고요.
노랑색을 읽어보니... 시댁에서 쓸 홈시어터와, 노트북, 시동생에게 줄 엠피3까지 있으니...
기가차서 말도 안나옵디다.
분홍색에 적힌 내용은 대충 장롱, 침대, 냉장고, 세탁기 같은 대충대충 항목명만 적혀있고요.
시어머니가 이걸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네가 큰 며느리니가 네가 잘해와야
다음 며느리들도 잘해온다며 주시더랍니다.
처음엔 시어머니가 어린 며느리 받으시느라 가르치시느라고 주신 줄 알았다는데
갈수록 더 기가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
이 녀석이 하는 얘기도 가관이더군요.
어째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이 녀석이 어머니께 지금 살고 있는 집(32평 아파트입니다)으로
대출 받아주면 안되냐고 했다가 엄마랑 대판 싸웠대요.
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혼수비용이 모자란다고 자초지종을 얘기 했더니
얘가 미쳤다면서 그럴 바엔 시집가지 말라고 화를 내셨다더군요
(-_-;; 저도 화가나는데 어머니는 오죽 하셨겠습니다?).
이녀석이 다시 울음을 터뜨리면서 어떻게 엄마가 되갖고 딸더러 시집가지 말란 말을 하냐는데...
=_= 달래줄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화가 나서 친구에게 한마디 했죠.
"이 미친 X야, 너 정신 차려라. 니가 무슨 팔려가는 노예냐?
그것도 덤으로 이것까지 다 얹어가면서?
너 지금 부모님이 사시는 집을 어떻게 대출받아달라고 할 수가 있냐?
그것도 명절 저녁에.
그리고 너는 네가 입을 수십만원 대 정장은 사면서 니 어머니께 모피 사드린 적은 있어?
너희 부모님이 지금처럼 천년만년 젊으실거 같아?
지금이야 젊으시니까 너희 오빠가 분가해서 산다지만
언젠가는 나이드셔서 너희 올케언니가 모시고 살아야할 때가 올텐데
그때쯤에 그 집이 담보로 잡혀있는 거 알면 올케언니가 잘도 모시겠다.
나 같아도 시집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은데 너희 어머니는 무슨 심정으로 그런 말씀 하셨겠냐?"
친구는 계속 울면서 그럼 어떡하냐고, 이러다가 정말 결혼 못하는 거 아니냐고 꺽꺽 대더군요.
자기는 이 사람이랑 결혼 꼭 해야 한다는데...
이쯤되면 이 사람이 무슨 '사'자 붙은 대단한 신랑감인가 하시는 분이 있겠죠...
=_= 하아... 이게 또 한 숨 나와요.
대학 졸업해서 지금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입니다.
대충 듣기로는 월수입이 200정도인 걸로 아는데
시어머니는 당신 장남이시라고 대단한 듯 떠받드는 모양이죠.
아니면 시댁이 무슨 자산가라도 되면 이해를 좀 할 수도 있겠는데...
그게 또 아니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저정도로 무리한 혼수를 요구하는 거 보면
아예 결혼을 안시킬 작정인가?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_= 꼼꼼하게 적어놓은 혼수목록을 보면 그게 또 아닌거 같고...
결국은 친구더러 이건 아닌 거 같으니 혼수목록을 들고 남편될 사람과 상의해 보라고 했습니다.
미우니 고우니 결국은 친구라고 그만 울라며 달래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너 혹시.. 그 아파트 사면서 명의 누구로 했어?"
"오빠 이름으로 한 걸로 아는데?"
=_= 망치로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 그랬냐니까...
시댁 쪽에서 하시는 말씀이 그래도 남자 이름으로 해둬야 한다며 그렇게 했답니다.
친정에서 돈을 절반을 보탰으면 당연히 공동명의로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아무래도 이상한 기분이 계속 들어서... 일단 아파트 명의부터 공동으로 당장 고치든가 하라고 했습니다.
지금 아무래도 혼수로 머리 아플 때가 아닌거 같다고요.
친구는 대체 무슨 소리냐는 얼굴이길래 결국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월요일에 친구네 집에 전화를 걸어서 혹시라도 모르니 그거 명의 바로 잡으시라고
친구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친구 어머니도 처음엔 무슨 말이냐고 이해를 못하시기에... 조금 쭈뼛쭈뼛하다가...
괜찮으니 말해보라셔서 눈 딱감고...
아무래도 혼수로도 이렇게 시끄러운데 아파트 명의 그대로 뒀다가
아주아주 만약에 결혼 잘못되면 그거 어떻게 하실거냐고...
그리고 그런게 아니더라도 같이 산거면 명의는 일단 공동으로 해야 맞다고 어머니를 설득했습니다.
저로서는 결혼을 당장 하라마라 참견할 입장이 아니니 사정 아는 입장으로서
이거라도 말해줘야 겠다고 싶어서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곰곰히 생각해 보시는 거 같더니 알았다면서, 아버님 들어오시면 얘기해 보시겠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그 일로 걔 오빠와 올케까지 호출되어 오고 그 날 저도 불려가서 친구 집 가족회의에 끼였습니다.
친구는 회사에서 늦게 퇴근을 하는 편이라 없었고요.
어머니가 니가 한 얘기 다시 한 번만 해달라시기에 살벌한 분위기에서 조심스럽게...
아무래도 아파트 명의는 공동이 좋겠다 싶어서 말한 것 뿐이라고 했더니 친구 오빠가 놀라더군요.
"아버지, 그 아파트 명의 제부 걸로 하셨어요?"
"어... 어차피 걔네들이 살 집이다 싶어서 그랬는데... 나도 얘 이야기 듣고 보니 좀 그렇구나..."
결국 친구 오빠가 직접 친구 남자친구를 만나서 해결보기로 얘기가 됐고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_=;; 지금은 차마 겁나서 친구한테 연락도 못해보겠습니다.
대체 혼수를 어느 정도나 해야 적당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