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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주 - 4개월
입덧이 갈수록 심해져서 입술도 부르트고 갈라지고 얼굴은 창백해지더니,
내 몸은 천근만근 쌀자루를 짊어진 듯이 무거워 픽픽 쓰러지기까지 했다.
두유 200미리짜리 하나로 하루 세끼를 나눠 먹은 지가 일주일이 넘었다.
밥알이 당췌 들어갈 생각을 않으니, 죽을 끓여 먹어도 속이 따가워 넘어가질
않았다. 제일 힘든 게 속 따가운 증상인데, 이럴 때마다 난 치즈를 반 조각
씩 먹었다. 그럼 치즈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속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산모들에게 권한다.
입덧으로 속 따가울 땐 치즈 반 조각~! 내가 아파하며 터득한 노하우다.
우유도 비릿해서 넘어가질 않더니, 이젠 물도 마시면 토하고 말았다.
정말 배고프고 갈증이 심한데 일어나려 해도 몸도 말을 듣지 않았다.
기어서라도 밥을 먹으러 가야해...
반찬 없이 흰 밥을 밥상위에 놓고 한입 떴는데, 흰쌀밥 위로 빨간 코피가
주르륵 떨어졌다.
어억....
두루마리 휴지로 닦아냈다. 그런데 평상시에 나오던 코피와는 달리
양이 엄청 났다. 줄줄이 빠른 속도로 흘렀다.
순간 심상치 않다 생각하고 회사에 있는 민이를 불렀다.
민이가 택시타고 급하게 도착한 시간이 15분 정도 소요됐는데도 코피는
멈출 줄을 몰랐다.
코에 막아둔 휴지가 계속 흥건히 젖고 있었다. 새 솜으로 바꾸려 빼면
막혀있던 혈액들이 응고가 되어 바닥에 철퍼덕 하니 떨어지고 또 다시 빨간
코피가 주르르 흘렀다.
나도 무섭긴 마찬가지였지만 민이도 애처로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급하게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하늘이 노랬다. 이렇게도 죽는구나 싶었다.
접수를 하고 의사선생님이 솜을 빼보라고 하는데, 무서워서 뺄 수가 없었다.
조심조심 코에 지압을 하면서 뺐는데.... 아니... 코피가 멈췄다.
의사선생님이 내가 산모였기 때문에 함부로 처방을 할 수가 없어서 옆에
산부인과 전문 병원으로 다시 옮겨서 진단을 받으라고 권했다.
아무래도 그게 나을 듯 했다. 일단 코피가 멈춰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산부인과 전문병원 분만실로 향했다. 새벽 4시 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가자마자 소변을 채취했는데 종이컵 바닥을 묻힐정도만 나왔다.
혈압을 재고, 태동검사를 했다.
코피를 많이 흘려서 왔다고 말했는데, 간호원이
“임신을 하면서 기초체온이 올라가고, 머리에 미열도 생기면서, 모세혈관이
많이 약해져서 코피가 가끔 터지기도 해요. 이럴 땐 당황하지 마시구요.
집에서 응급처치로 이마에 얼음찜질을 해주면 됩니다.
머리는 뒤로 젖히지 말고 바른 자세에서 편하게 앉아 하시면 되요.“ 라고 했다.
그렇구나...
소변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탈수증 증세가 너무 심하다고 했다.
그것도 탈수증 중에 가장 심한 상태라고.. 아주 위험한 상태라고...
결국은 입원수속을 하게 되었다.
입원실로 옮기기 전에 초음파를 보았다. 아기는 무사한지..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나와는 달리 초음파 속의 아기는 어찌나 건강하게
잘 노는지. 아직 아기의 존재감도 못 느꼈는데 아기의 몸은 어느새
팔 다리도 나왔고, 머리에 눈 코 입까지 다 선명하게 나와 있었다.
어느새 이렇게 컸을까....
새삼 감격스러워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아기는 모든 신체조건도, 영양상태도 모두 건강하고 잘 자라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난 후에야 편한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포도당 수액 링거를 받았다. 머리가 너무 아파 억지로라도 잠을 자야만
했다. 배도 고팠지만 참아야 했다.
아기의 노는 모습이 자꾸 눈에 아른아른 거렸다.
아기야... 빨리 낳아서 맛있는 거 많이 많이 먹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