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자식을 거두는 맘으로1

네 자식의 ... |2004.12.20 05:49
조회 720 |추천 0

얼마전부터 인터넷을 배웠습니다.

딸아이를 졸라서, 인터넷을 배우고 나니, 왜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서 떠나지 못하는지 알 수 있을것 같군요.

사람 사는 이야기나 들어보라고, 여기를 알려줬는데, 읽고 있으니 왜 이리 맘이 시린지 모르겠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딸아이와 아들아이를 시집 장가 보내야 하는 입장에서, 시어머니 욕하는게 남 일 같지 않네요.

결혼한지 삼십년씩이나 되어서 인지 홀로 남은 시어머니도 무섭지 않고, 시동생, 시누이도 무섭지 않으니, 제 세상이 삼십년만에 온것이겠지요.

 

애들이 커서인지, 벌써 늙었다는 생각이 들고, 이제는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친구가 자식은 보험이다 했는데....

그건 벌써 옛말인것 같고, 자식들만이 잘 살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만 간절합니다.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하면, 세상이 얼마나 살기가 어려워졌는지, 집 한칸 마련할려면 부모가 도와주지 않고서는 자기들끼리 벌어서 모으기가 힘든 세상이니...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리때는 둘만 벌어서 아끼고 살피고 하면서 집도 사고, 세간살이도 마련했는데, 우리 아이들때는, 자기들이 벌어서 이만한 집 한칸 마련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시골에서 시집살이 삼년하고, 딸아이가 디프테리아라는 병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야, 그 무서운 시부모를 등지고,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고, 한 삼십년 고생하고 나니, 서울에 집 두채 마련해 놓았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재산이 없는게 항시 걱정이더니, 나이가 먹으니까 우리가 죽더라도 남은 아이들이 잘 살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문득 문득 듭니다.

 

이제는 몸 여기저기 고장나기 시작하고, 편하게만 살고 싶고, 이런 저런 맘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도 어려보이는 자식들을 보니, 반찬 하나라도 더 해 먹여야지 하면서 힘을 내고 있네요.

 

며느리감에 사윗감까지..

다 데리고 저녁식사를 하면.. 어찌나.. 집이 좁아 보이는지...사람이 북적북적하는 것이 장바닥 같아서 신이 나고, 그러다 하나씩 집에 가게 되면 어찌나 서운한지...

 

다른 곳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홀어머니 아래서, 혹은 이혼한 부모가 있는데.... 딴집에서 흉이 안되겠냐.... 하는 글이었네요.

제 며느리감, 그리고 사윗감 둘다 엄마가 없네요.

딸아이 지나가는 말로, 엄마가 예전부터 엄마 없는 애들이 제일 불쌍하다며.. 잘해줘.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의무감이라고나 할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게됩니다.

흉이라기보다는.. 부모 두분이 있는만큼의 사랑을 못받는 내 자식이 안되보이는 거고, 그만큼 빈 부모의 자리를 자식이 해야되는데, 잘할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것이겠지요.

우리 부부가 항상 의지하는 딸아이가 자기 남동생보다 어린 사윗감을 데리고 왔을때, 정말 깜짝놀랐죠. 그나마 개방적인 부모다 하는 자세를 보여주려 노력하지만, 맘속깊이 놀란 것은 어쩔수 없겠지요.

학생에 거기다 재산도 하나도 없고, 홀 아버지...

나이도 어리고..

어찌나 일반적인 기준에서..봤을때.. 사실 놀라는 맘이 컸습니다.

아마 모든 엄마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왜 내자식이 저렇게 힘든 생활을 하려고 하나.. 하는 맘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반대하는 결혼을 해서인지.. 반대는 차마 못하겠더라구요.

둘이 살 자신이 있으니까 살겠지.. 했는데.. 얼마나 맘이 조마조마했는지.

20살때부터 돈 벌어가면서, 대학에 대학원까지.. 자기 힘으로 다닌딸인데, 거기다 8년을 엄마 용돈에 집 관리비며, 동생용돈까지 주면서도 자기 옷하나 안사입고 다니던 딸인데...

눈에 넣어도 안아픈 자식 없다지만, 너무나 남들앞에서나 제 자신에게 자랑스러운 딸인데.

그 딸이 고생을 한다고 생각을 하니.. 몇일 밤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울 딸 자랑좀 할까요.

딸아이 26살 때인가.. 엄마 뭐 가지고 싶어? 하고 묻는 거에요.

그해에는 밍크코트, 그 담해에는 가죽코트, 그리고 나서 패물을 한가득 해주는 겁니다. 작년에는 집 인테리어했다고, 그 큰 돈을 덥석 내 놓더니, 하는 말이..내가 시집을 가면, 친정에 맘대로 못한다더라. 하는 겁니다. 시집가기 전에 엄마 가지고 싶은거 하고 싶은거 다 해주고 간다는 겁니다. 20대에는 얼마나 사고 싶은 물건 옷들, 이런게 많을텐데. 울 딸아이는 방에 한가득 책만 쌓아놓고서는 선물 받아도 좋은 것은 다 저를 줘버리고 맙니다.

저도 친정 엄마가 있지만, 그런 맘 씀씀이며, 그런 행동 못했었는데, 울 딸아이가 저에게 그러는 겁니다. 심지어는 엄마의 엄마라고, 딸 다섯 놓은 저의 친정어머니 병원에 입원했을때.. 그 병원비 까지도 우리 딸이 다 냈습니다.

딸가진 죄인이라고, 시집가면 남의집 사람이라고, 어찌나 엄마 입원시키고 나서 그 병원비 때문에 맘을 졸였는지, 딸들이라고 잘살면 뭐하는지... 삼천만원이나 되는 돈때문에 맘이 몹시 상했습니다. 식탁앞에서 새벽에 한참 울다보니, 울 딸아이가 일마치고 늦게 들어와서 제 앞에 앉는 겁니다. 이런 저런 넋두리를 했지요. 딸이 크니, 친구같고 의지도 되고, 아마 지금 딸낳으신 분들은.. 아들 가진분들 앞에서 유세해도 됩니다. 한참을 울고 났더니, 딸아이가 묻데요. 돈이 문제인거냐고, 다른 문제는 이모들이랑 해결하라고, 내가 할수 없는 거니까. 하면서.. 방에 들어가서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통장을 하나 내놓는 겁니다. 삼천삼백만원정도되는 통장을 내놓으면서, 병원비하고, 병원다닐때 여비좀 하라고 몽땅 내놓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돈없다고 십만원만 꿔달라고 하는겁니다.

그 돈이 그때 이년동안 안쓰고 모은 돈인걸.. 딸아이 자러들어간 다음 통장 보고 알았습니다.

다음날 이 돈은 쓰면 안되겠다 싶어서, 딸아이한테 가지라고 이야기 하니, 딸이 그러더군요. 난 나중에 엄마 아프면 내 딸 족치면 돼..

아들놈은 월급 타는 족족 차 사고, 비싼 장난감들 사고, 여행다니고, 스키타러 다니고, 오토바이사고, 자기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사는데...

자기 욕심 하나도 못챙기고 사는 딸이 더 고생할 만한 자리로 간다고 하니.. 맘이 참 아프더군요.

선자리도 그렇게 많이 들어왔는데, 그 좋은 자리들 다 고사하고.. 고생하는 자린가 해서 몇일밤을 설쳤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울 사윗감이 어찌나 이쁜지.

제 딸이 잘 골라왔구나, 하는 생각이 요즘은 가득가득 합니다.

제가 산에 놀러간 날, 남편이 점심을 먹으러 집에 들어왔답니다. 그랬더니 남편 점심상을 근사하게 차리더랍니다. 경상도 남자라서 부엌에 들어가면 뭐가 떨어지는줄 알던 남편은 졸지에 사위가 차린 밥상 받아 먹고서는 자기랑 똑같은 아들네미한테 음식할줄 알아야 한다고 잔소리고, 김장한다고  딸 차를 빌려서 배추며 무며 이것저것 사놓고, 상가에 간다고 갔다와보니, 6층까지 그 무거운 배추며 무며 여러가지를 다 옮겨놓은 겁니다. 그리고 나서 들어가 보니, 벌써 무랑 배추는 다 손질해 놓았더군요. 사윗감 어머니 돌아가신지 4년이라는데, 그 이후로 얼마나 부엌살림을 하고 살았는지, 요즘 어지간한 아가씨들 못지않게 살림을 잘하는 겁니다.

우리 딸은 제가 원래 맞벌이를 한지라, 국민학교 삼학년때부터 자기가 밥해먹고 살아서, 요즘 애들 같지않게, 음식 잘하는거 알지만, 사윗감또한 척척해내는 겁니다.

아직 결혼은 안했지만, 지난 추석에 사윗감 어머니 제사 음식 도와준다고, 딸이 내려가더니, 네시간만에 다 끝냈다고 하더군요. 살림잘하는 둘이서 얼마나 손발 잘맞게 했을지..

잘생기고, 착하고, 어른 공경잘하고, 거기다 마누라한테 맛난 밥도 해 줄수 있는 솜씨에, 부지런까지....

아마도 제가 사윗감은 제일 잘 얻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네 방네 자랑하고 다니고 있지요.

이거는 엄마가 할께.. 이 말 한마디에.. 눈물이 글썽거리는 사윗감을 보니, 어이구.. 이놈도 내 자식이 구나.. 싶더군요. 엄마라는 말이 얼마나 그립고, 좋았으면, 다큰 사내놈이 눈물을 글썽이겠습니까.

내가 시부모 시집살이에, 말썽많은 시동생에 시달렸어도, 사위복은 있구나 싶더군요.

그래서 제가 남편한테 이야기 했습니다.

내가 먼저 죽으면 며느리감 이뻐하는 당신은 아들네 집에가서 살고, 나는 딸네가서 산다고...

그렇게 살면서, 남편때문에 시집식구때문에, 속도 많이 상하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기대도 안했던 사위한테 효도를 받을 생각을 하니, 이래서 세상 오래살아야하는구나 싶더군요.

요즘은 사는게.. 신이 납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