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54 - 제2장 죽음과 삶의 기록들 33 - 내글 -
-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다, 단지 삶의 쉼표이지…
33
정연은 연정의 소리가 들리자, 굳어 있던 표정을 풀고 괴인에게 호통을 쳤다. 자신은 선택받은 자의 외아들이라는 자부심이 가져다준 가상한 용기였다. 정연의 호통에 검은 물체는 의외라는 듯 비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 크크크, 어린 꼬마가 보통이 아니군! 그래, 내가누군지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보여주지, 흐흐흐!
검은 물체가 차츰 엷은 색으로 변화되며 모습이 갖추어 지기 시작했다.
“어, 헉…!”
정연은 커다란 쇠 가시가 돋은 방망이를 들고 서있는 흉측한 괴물의 모습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르려다,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았다. 정연이 몇 일전 읽었던 동화책에서 표현하는 무서운 도깨비의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 크크, 무섭지 꼬마야? 역시 어린아이를 놀라게 하는 데는 예나 지금이나 모습이 최고라니까, 크크크! 이제 장난은 그만하고, 너는 이제 저세상으로 가주어야겠다. 너 같이 겁 많은 어린아이 하나 때문에 이 몸이 직접 나섰다는 것이 창피하구나. 더 이상 너 같은 하등인간들의 재롱보기도 싫다. 가라, 크 크아앙!
도깨비모습에서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검은 물체가 정연을 덮쳐들었다.
- 연아, 어서 몸을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가려라.
정연은 순간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몸을 숙였고, 검은 물체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아악!”
- 크앙!
- 챙그랑
정연은 충격에 비명을 지르고 거실유리문을 깨며 마당으로 튕겨져 나가떨어졌고, 괴물체도 사람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괴성을 질렀다. 정연은 엎어진 자세에서 고개를 들어 괴인을 똑바로 쳐다보고 모습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듯 찬찬히 노려보다 의식을 잃었다.
- 헉, 어떻게…? 네, 어린 네놈이 나의 힘에 맞설 수가 있지…?
정연을 공격했던 괴인을 감싸고 있던 검은 물체가 사라지고 본래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상한 문양을 가진 흰색 가면을 쓰고 고대무덤 벽화에나 그려있는 모습의 고색창연한 옷을 입고 있었다. 단지 괴인의 양손은 무참하게 뭉개져 푸른빛 액체를 흘리고 있었고, 입고 있던 옷의 앞섶은 검게 타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괴인은 자신의 뭉개진 양팔을 믿기 어렵다는 듯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다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괴로워하기 시작하더니 온몸에서 열기가 뿜어 나오기 시작했다. 곧 이어 괴인의 몸이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폭발했다.
- 꽝 앙
정민의 집은 거대한 폭발음과 더불어 일부가 무너져 내리며 삽시간에 불이 붙었고, 이어서 가스통이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정민의 집은 완전히 주저앉았다. 정연은 마당 한가운데 죽은 듯 누워있었고, 잠시 뒤 소방차와 응급차들의 요란한 소리가 눈 내리는 겨울밤을 시끄럽게 울렸다.
다음날 아침, 황준일은 평소와 다름없이 관사를 나와 부대정문을 들어섰다.
“어! 안녕 하십니까, 박 계장님? 어제 당직이셨나 보죠?”
“응, 황 계장! 지금 출근하나? 그래 주말에 데이트라도 좀했는가? 언제 국수 먹여줄 거야?”
“네에,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곧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어, 그래! 축하할 일이군. 어떤 아가씨야?”
“하하, 나중에 소개시켜드리지요, 하하하!”
“일이 잘되는 모양이군. 근데 신문은 보았는가?”
“무슨 큰 사건이라도 났어요?”
“응, 어젯밤에 가스폭발 사고가 있었던 모양인데. 온가족이 몰살하고 네 살 박이 하나만 살아남았다구하더군. 여덟 명이나 죽었다고 하더군. 요즘 왜 이리 가스폭발사고가 많은지…! 그나저나 혼자 남은 애가 불상하게 …? 아, 아니 황 계장…!”
황준일은 박 계장의 말을 듣다말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고 정문 초소 안으로 뛰어들었다.
“야 오늘 신문 어디 있어?”
“예에, 여기에…?”
“어서 이리 줘봐!”
황준일은 초소 안 근무자가 그의 돌연한 행동에 놀라며 집어주는 조간신문을 낚아채듯 받아들고 뒤적이며 가스폭발사건을 다룬 지면을 찾았다. 황준일의 눈에 폐허가 된 정민의 집과 눈에 익은 풍경이 담긴 사진이 들어왔다. 황준일은 순간 눈앞이 까마득해짐을 느꼈고, 즉시 신문을 움켜쥐고 초소를 뛰쳐나와 그의 사무실이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어이, 황 계장 왜 그래? 그 신문…! 저 녀석 못 먹을 걸 먹었나? 야, 뇌물반장에게 새 장갑 하나 가져오라고 해! 이래가지고 회장님 출근하실 때 쓸 수 있겠나?”
“예, 알겠습니다.”
황준일은 박 계장과 근무병이 나누는 일상적일 말을 뒤로하고 헉헉거리며 건물에 들어선 뒤 복도를 뛰어 사무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황준일은 두리번거리며 김인문을 찾았다. 김인문은 막 출근을 했는지 책상에 앉아 당번병이 가져다준 차를 마시며 책상에 앉아 이것저것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황준일이 몹시 당황한 얼굴로 신문을 한손에 쥐고 흔들며 허겁지급 들어오자, 김인문은 웃음으로 맞이하려다 얼굴이 굳어졌다.
“김 문관님! 크, 큰일 났어요. 여, 연이가…!”
“뭐라고, 연이에게 무슨 일이 났어?”
“병원에 빨리 가야겠습니다. 사고가 나서…!”
황준일은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신문을 김인문 앞에 펼쳐 보여주었다.
“보, 보세요. 어젯밤에 폭발사고가 있었답니다. 연이를 빼고 형님네 모든 식구가….”
황준일은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김인문은 신문기사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어르신! 기다려요… .”
- 철퍼덕
정민은 다시 소리를 지르며 노인을 붙잡으려고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졌다.
“이, 이런! …꿈이었나?”
정민은 굳어져 부자유스런 몸을 움직여보았다. 그러나 온몸이 녹슨 기계처럼 움직여지질 않았다. 온몸의 근육이 완전히 풀려 힘을 쓸 수가 없었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관절은 굳어져 굽혀지지 않았다. 정민이 입고 있던 옷은 어디로 갔는지 알몸이었고 끈적이는 누런 액체가 감싸고 있었다.
‘오랫동안 꼼작하지 않고 누워만 있었던 건가…? 그렇겠군, … 근데 여긴 분명 신단수 안인데 이 기분 나쁜 액체는 뭐야?’
정민은 자신이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 자신을 감싸고 있는 기분 나쁜 누런 액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연정과 연이의 안부도 궁금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비몽사몽간에 만난 동방제가 준 선물을 생각해내고 손아귀를 쥐어보았다. 왼손에 무언가가 잡히는 듯했으나 손가락조차도 맘먹은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정민은 무엇인가 있는 것 같은데 만져지는 촉감이 없자 감각도 죽어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후후, 이게 벌서 두 번째가 되는 건가? 감각도 둔한 걸보니 생각한 것보다 오랜 시간을 잃어버린 모양이군. 이거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는 거지?’
정민은 우선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노력을 시작했다. 정민은 한참동안 노력을 기울여 겨우 손가락을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손위에 놓여있는 물건을 조심스럽게 더듬어 보았다.
‘어라, 감각은 살아있었군!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게 꼭 물 풍선을 만지는 것 같네!’
정민은 다시 고개를 움직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러나저러나, 마누라는 어디 간 거지?’
정민은 연정의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비록 동방상제가 한말이 있어, 연정에게 무슨 일이 있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정민의 마음을 뒤 덥고 있었다. 불안감이 정민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고, 그는 빠른 시간 안에 몸을 회복하기위해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민의 몸은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거부하기 시작했다.
“아악, 흐흑!”
정민은 온몸을 대바늘로 찌르듯 싸고도는 고통에 신음을 내뱉었다.
- …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게,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치든 냉정을 잃지 말게. ….
정민의 머리에 동방상제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으으, 그래 천천히 하자. 급하면 다친다.’
정민은 고통을 이겨내며 아주 천천히 몸을 풀어갔다. 정민은 손가락의 움직임이 자유스러워지자 손목을 움직여보았다. 또 한 번 고통이 밀려왔다. 정민은 고통 속에서 도 그치지 않고 계속 시도를 했다. 아주 조금씩 몸을 되살리는 작업을 했다.
정민이 겨우 어깨까지 움직이는 데 성공했을 때 뒷머리가 서늘해지며 연정의 영혼이 그의 몸에 깃들었다.
“후우, 이건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군!”
- 어머나, 깨어나셨군요!
“그래, 근데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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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