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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커플(1)

sena |2004.12.28 03:25
조회 328 |추천 0

“나한테 넌 남자가 아니야. 그리고 난 너랑 있으면 너무 불편해.”

 

“그럼 뭔데.. 내가 여자냐?”

 

기환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쓰게 뱉었다.

 

“적어도 넌 이성 느낌이 아니야.”

 

소영은 화창한 이 날 어두컴컴한 카페에 틀어박혀, 이런 얘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 그만하고 일어나자. 어차피 이렇게 됐으니, 너랑 나 더 이상은 좋은 관계 어렵겠지?

다시 얼굴 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단숨에 말을 마친 소영은 기환을 향해 악수를 청했다.

 

“건강하고 하는 일 다 잘돼라.”

 

마지못해 손을 내민 기환은 가볍게 소영의 손을 잡으며 희미하게 웃었다.

 

“역시 너 답구나. 그래, 너도 잘 지내라.”

 

소영은 손을 놓고 약간은 멍해져 있는 기환을 뒤로 하고 카페를 나왔다.

그래.. 이 만남은 시작부터 뭔가 어긋나 있었다.

 

 


기환과의 시작은 소개팅 이였다.

 

일본유학에서 돌아와, 생각만큼 쉽게 취업이 되지 않아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그 무렵, 아무 생각 없이 기분전환 겸해서 나간 그 자리가 기환과의 시작이었다.

당시, 맺힌 게 많은 백수 생활은 그날의 소영을 폭주하게 만들었고, 결국 주량을 넘긴 술자리는 첫 만남에서 첫 키스라는 엄청난 사건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어색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그리고 부어라 마셔라... 죽자고 들이 부었던 술은, 중간의 필름을 뚝 잘라먹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노래방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처음 만난 기환과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첫 키스를!!

스물 세 해를 사는 동안, 이성 친구가 없던 소영은, 그날의 키스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날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단지 말캉한 뭔가가 내 입 속으로 들어왔다고...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어제의 일을 생각하던 소영은 쪽팔려서 죽을 수 있다면 정말 백번이고 죽었을 거라며 자신을 학대하다가 슬슬 기환을 피하게 되고 결국 지금의 이런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날따라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쨍하게 찬 겨울 공기가 소영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그래.. 벌 받아도 어쩔 수 없지. 난 불편한 걸 못 참으니까. 이렇게 해서 내가 편하니까. 그러니까 된거야.’

점퍼 호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고 소영은 터덜터덜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 3년 후 >

기환과의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영은 자신이 원하던 회사에 합격을 했다.

 

깨지고 부딪치며 일을 배워가다 나름대로의 적성과 재미를 발견하고 슬슬 일을 즐기게 됐을 무렵 그녀는 무역 팀의 대리를 달았고 직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그녀가 맡은 일은 대부분 성공했고 클레임도 거의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스물 넷, 다섯이 되고 여섯이 지나도록 혼자인 그녀를 보며 주위의 시선은 어쩐지 묘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아니,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표현하고는 했다.

“상한 깡녀”

 

사실 무역이라는 일이 원래 낮과 밤 구별이 없는 일이라 새벽이 되도록 거래처 팩스를 기다려야 했던 적도 많았고, 납품처의 물량확보 때문에 일주일에 삼일 이상이 출장이었을 때도 다반사였으니, 소영에게 이성을 만날 기회는 희박했다.

 

아니, 여자가 적은 그 업계에서 소영은 상한 깡녀로 통하고 있었으니, 그녀를 여자로 봐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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