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68 - 제3장 다시 세상으로 4 - 내글 -
- 세월은 만남의 기쁨을 더하기도 하지만, 쌓아놓은 세월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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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검은 고목은 지금까지 그 무엇으로도 흠집 하나낼 수 없었다. 정연은 등산객이 떨뜨린 주머니칼을 주워 장난삼아 자신의 이름을 새기려고 들다가 칼만 부러뜨리고 손을 크게 다쳐 한 달을 고생을 한 뒤로는 나무를 건드리는 것은 포기했다.
“그, 그건…! 마, 말도 않되, 이 단단한 나무를 어떻게 자르란 말이야, 예전에 내가 칼로 해도 흠집 하나 낼 수 없었는데?”
- 잠시만 기다려라.
신수의 몸이 잠시 떨더니 신수는 입을 크게 벌렸다.
- 크 억
- 챙 그랑
신수의 낮은 신음과 함께 신수의 입에서 흰 물체 하나가 맑은 소리를 내며 떨어져 정연의 발 앞으로 굴러왔다. 신수 산다가 입에서 토해낸 것은 전체길이가 30cm 조금 넘는 길이의 단순한 모양의 둥근 봉이었다. 정연은 몸을 숙여 봉을 집어 들고, 보기보다 무거운 봉을 이리 저리 살폈다.
“이게 뭐야?”
- 칼이다.
“칼이라고…? 에게, 이게 무슨…, 손잡이만 있고 날이 없잖아?
- 칼날은 작은 주인의 능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내 능력으로 칼날을 만들라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정연은 하안 봉을 만지작거리며 신수 산다를 의심스런 눈으로 쳐다보았다.
- 봉을 제대로 잡고 몸을 바로 해서 온몸의 세 가지 기를 봉 끝에 모아라, 작은 주인!
정연은 신수가 시키는 대로 봉을 잡고, 기를 모았다. 순간 봉에서 파랑, 노랑, 그리고 빨강의 세 가지 빛깔의 빛이 솟아 나와 거목 안을 훤하게 비추었다.
“우아, 멋있다!”
- 작은 주인, 그게 아니라 칼날을 만들어야 해. 그런 빛을 만들어 내라는 것이 아니라고!
신수 산다는 정연이 만들어낸 빛을 보고 실망하여 외쳤으나, 정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봉을 이곳저곳에 비추면서 장난치는데 여념이 없었다.
“와, 이거 진짜 신기하다, 산다! 앞으로 밤에는 이걸 가지고 다니면 등불이 없어도 되겠다! 그지, 산다?”
- 흥, 작은 주인! 자꾸 그렇게 장난친다면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작은 주인을 노리는 자들은 무서운 자들이다. 지난 8년이 넘는 동안 이 산속에서 수련을 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작은 주인이 그들에게서 최소한 몸을 피할 수 있는 실력을 쌓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장난만 치고 수련을 게을리 한다면, 이곳을 떠나자마자 바로 그들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내가 있기 때문에 동방상제가 작은 주인을 해칠 수는 없지만 그들은 다르다. 영이 없기 때문에 하늘님의 문양도 그들에겐 소용이 없다. 그들을 때려 부수거나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다.
“흥, 또 그 말…! 언제나 산다는 틈을 안 준다니까. 알았어, 알았다 구!”
정연은 지난세월을 신수 산다의 보살핌을 받고 아무 탈 없이 자랄 수 있었다. 정연은 처음 산에 들어 왔을 때 정민이 죽인 괴수들로부터 빼낸 네 개의 구슬을 먹고 신수의 단련을 받았으며, 그 후로도 산다가 몸에 좋은 약재와 산채를 구해서 먹였기 때문에 보통사람과는 다른 능력을 몸에 지니게 되었다. 한마디로 정연은 초능력을 지닌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상대가 산다와 산에 사는 동물들이 전부였기 때문에 사람이 사는 세계에 대한 지식은 산다와 천 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연정의 영혼이 전해주는 간접적인 지식 밖에는 아는 게 없었다.
게다가 정연이 지금까지 산다와 함께 수련을 하는 것이 단순하게 말하면 술래잡기와 같은 것이었다. 산다의 눈과 귀를 속이고 숨는 것과 공격을 피해 달아나는 것, 그리고 역으로 숨어있는 산다를 찾아내거나 몰래 공격하는 게 전부였고, 때때로 누가 먼저 표적으로 삼은 동물을 잡는 가 겨루어 보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연은 모든 일을 장난을 치듯 해왔었다.
- 그럼 다시 해봐라, 작은 주인!
“히히, 자 보라고 멋진 칼을 만들어 보일 테니까!”
- 멋진 칼을 만드는 게 아니고 쓸모 있는 칼을 만들어라, 작은 주인!
신수 산다는 정연의 행동을 꾸짖고 나섰다. 지난 8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정연은 산다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나오자 당황했다.
“왜 그래 산다?”
- 이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칼은 생명을 해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이 봉으로 만들어진 칼은 목숨만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영을 가두고, 혼을 흩어버리는 영검이 된다. 주인님이 직접 괴수 다섯 마리의 뼈를 모아 만드신 거다. 게다가 내 몸속에서 다시 제련되었기 때문에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때문에 작은 주인이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신수 산다는 정연에게 엄숙한 어조로 훈계를 했다. 조용히 듣던 정연은 지금까지의 다른 모습의 신수 산다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장난기 어린말로 말을 받았다.
“야, 너 왜 그래? 엄마가 그러는데 너랑 나랑은 동갑내기라고 그랬어. 근대 이젠 날 가르치려 들어, 네가 내 선생님이냐?”
- 이제부터 상황이 다르다, 작은 주인! 지금까지는 단순히 몸을 지키기 위한 수련을 했지만, 이제부터는 적과 싸우고 적을 죽이는 수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수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장난스럽게 나오는 정연을 상대했다.
“칼은 그렇고 치고, 그렇다면 목각을 깎으라고 하는 이유가 뭐야?”
- 지금의 네 몸의 수련으로 쌓은 힘은 이 세상 사람을 이길 수는 있지만 그들을 상대하려면 한참 부족하다. 그 부족한 힘을 채우기 위한 신물이 목각들이다.
“치, 나무를 깎아 만든 것이 신물이 된다는 건 말도 않되.”
- 주인님도 이곳에서 30일 동안 신물 목각을 깎았고, 70일을 수련하셨다. 그것이 비록 동방상제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한 거지만 그래도 주인님은 온 마음을 다해 이루셨다. 작은 주인이 오늘 주인님을 뵈었다는 것은 그들의 허깨비들이 준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허깨비라 하지만 그들은 강하다. 강한 적을 상대하기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작은 주인은 이봉의 능력을 온전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물목각을 이 영의 검으로 깎는 것부터 해야 한다. 신물목각을 깎는 첫 번째 목적은 그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작은 주인이 지니고 다녀야 할 신물을 만드는 것이고, 마지막 세 번째는 신물목각을 깎으면서 집중력을 길러야한다. 그래야만 신물이 완성된 후에 그것들이 가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작은 주인!
정연은 꾸짖듯 하는 신수 산다의 말을 대꾸도 못하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정연 자신이 이미 한번 겪었던 그들이었다. 사랑하는 할머니가 그들에게 참혹하게 당했다. 아니 자신을 귀여워하고 좋아했던 모든 식구가 눈앞에서 살던 집과 함께 사라졌다. 자신을 삼 개월이 넘게 치료를 받게 했던 무시무시한 그들의 힘이 생각나자 정연은 조용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자, 다시 해봐라, 작은 주인!
“알았어!”
신수 산다의 말을 들은 정연은 조금 전까지는 다르게 진지한 모습으로 하얀 봉에 기를 집중했다. 잠시 후 순간적으로 정연이 들고 있는 하얀 봉에서 3m가 넘는 삼 태극의 홍, 청, 황색을 띤 세 가닥의 날이 솟구쳐 천정을 찔렀다.
“뭐, 뭐야?”
정연은 자신이 들고 있던 하얀 봉에서 만들어진 거대하고 긴 세 갈래 칼에 놀라 소리쳤다.
- 침착해라, 작은 주인! 세 가지 기가 하나로 되지못했다. 그래가지고는 아이 종아리나 때리는 회초리로 밖에 쓰지 못한다. 다시 말하지만 그건 주인님이 작은 주인을 생각하며 특별히 만든 위대한 영의 작품이다. 작은 주인과 영의 검이 동화된다면 마음대로 칼날의 크기와 힘, 그리고 성질을 조절하여 사용할 수 있다. 자, 다시 해봐라, 작은 주인!
정연은 다시 정신을 집중하여 하얀 봉에 기를 집중했다. 순간 하얀 봉에서 검푸른 날이 조그마하게 솟아올랐다. 정연이 더욱 기를 집중하자 2m까지 길어졌으나 칼이라기보다는 채찍에 가까워 힘이 없어 보였다. 정연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감돌자, 신수 산다는 정연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 잘했다. 그것이 작은 주인이 가진 힘의 한계다. 만일 목각을 완성해서 이용한다면 완벽한 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자 크기를 조절해서 목각을 깎을 수 있는 칼을 만들어라.
정연은 신수 산다의 말을 듣고 신이 났다. 정연은 즉시 기를 집중해서 하얀 봉에서 나오는 칼날의 크기를 조절해 보았다. 정연은 여러 번 시도해 다양한 크기로 검푸른 칼날의 크기를 조절하는 법을 익힌 정연은 목각을 깎기 좋은 크기로 칼날을 만들고, 검은 고목의 내부에서 목각을 깎을 재료를 떼어내는데 까지 성공했다.
하루해를 다 보낸 정연은 자신이 이룬 성과에 흡족해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신수 산다는 잠든 정연의 얼굴을 잠시 내려 보다가 밖으로 나섰다.
- 주모님, 보셨듯이 작은 주인님이 이제 밖으로 나서도 될 것 같습니다. 주인님이 다시 정신을 차리셨다면 작은 주인님이 착용하실 호구를 이곳으로 보내 주시도록 해 주십시오.
신수 산다는 떠나지 않고 자신의 몸에 깃들어 있는 연정의 영혼에게 말을 했다.
- 그래, 수고 했구나! 아직은 주인님의 정신이 온전하시지 않기 때문에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허나, 늦지 않게 보내도록 하겠다. 그럼 다시 천 일 뒤에 다시 보자. 그때는 주인님과 함께 올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그럼 수고해라!
- 네, 주모님! 주인님과 솔에게도 안부 전해 주십시오.
영정의 영혼이 떠나자 신수 산다는 정연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신수 산다는 지난 8년 동안 매일 하던 일이었지만 오늘은 다른 감회가 일었다. 정민이 정신분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 확인했기 때문에 신수 산다는 신이 났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라 생각한 신수 산다는 먹을거리를 찾아 멀리까지 가보기로 했다.
허공을 향해 도약을 한 신수 산다는 그대로 설악산 까지 날랐다. 산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던 신수 산다는 석청과 석이버섯을 발견해서 캐어 돌아오다, 절벽아래 신음을 흘리며 쓰러져있는 중년의 사나이 발견했다. 한밤중에 야간 산행을 하다 발을 헛디디고 떨어져 크게 다친 사람이었다. 신수 산다는 조용히 다가가 쓰러져 있는 사람의 몸 상태를 살폈다.
- 으흠, 척추를 다쳤군. 이대로 두었다간 죽고 말겠는 걸! 그래, 관상을 보니 너는 우리 소주인과 인연이 있는 자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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