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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베이비

백승권 |2005.03.01 01:42
조회 1,799 |추천 0


늘 외로움과 절망의 가시덤불에서 묶여 옴싹달싹 못한채 쓴웃음을 짓는 것이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은채 포기와 좌절의 손짓을

쉬 해버리는 것을 멋있다고 여기는 나에게 이 영화는 미친놈이라고 싸대기를

갈긴다. 숨이 붙어있다고해서 니가 살아갈 자격이 있는 거냐고.


언저리든 끄트머리든 인생의 절벽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는 생들에게 고귀한

깨달음을 전달해주는 이 영화는 '늘 그렇듯' 이란 관용어구로 쉽게 헐리우드판

감동스토리라고 평가해주길 거부하는 듯하다. 늘 영화 좀 봤다고 하면 분석하려

는 이들. 뻔한 헐리우드판이라고 얄팍한 앎의 잣대를 대어 저평가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멱살이라도 잡아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대체 영화를 보는 목적이 뭐냐고.

그러니 훗날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비판보다는 겸허한 자세로 느껴줬으면 한다.

최루성까지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맥박을 매우 진하게 뛰게 하니까.


쉽게 포기를 말하는 저희들. 아니 누구보다 내가 먼저 고개가 숙여지게 하는

영화였음을 밝힌다. 별별 꼬리를 다 달아가며 내 사정은 이렇고 지금은 이렇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게 되고 그만두게 된다고 나불거리는 불쌍한 청춘. 실패와

패배라는 싸가지 없는 단어를 버르장머리 없이 뱉어내려는 내 입술이 굳는다.

나는 절망을 배우려면 아직 멀었다. 낙담을 몸에 익히려면 머리에 피도 안말랐단

말이다. 현실은 힘들어라며 쓰잘때기 없는 한숨을 남발하고 뭉개고 싶은 찡그린

얼굴로 스스로를 동정하는 일은 정말 운석에 맞아 죽어도 마땅한 사치 그 자체

임을 이 영화는 가르쳐 주었다.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그의 최근 연출작들은 하나같이

휘발성 흥분보다는 인생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륜이 묻어나면서 화제가 되어

명작의 반열에 오른다. '미스틱 리버' 가 그랬고 이전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그랬다.


내가 서른 살이 넘는다면 주위에서는 나의 한계를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거기다 여자라면 시집이나 가서 집이나 치우라고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타이틀을 딸 목적으로 운동을 제대로 시작한다고 하면 마구 비웃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운동이 복싱이라면 아마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하겠지.


31살의 여자가 복싱을 시작한다.

별거 아닌 이야기 같지만 그녀가 코뼈가 으스러졌을 때의 눈빛을 본다면

당신의 반응은 달라질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힐러리 스웽크, 클린트 이스트우드, 모건 프리먼 주연

million dollar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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