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98 - 제3장 다시 세상으로 34 - 내글 -
- 세월은 만남의 기쁨을 더하기도 하지만, 쌓아놓은 세월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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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
잠시 후 정민이 눈을 뜨고 걱정스런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지하상제와 솔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후우, 얼마나 잤지? 어, 너도 있었냐?”
- 네, 주인님! 열흘이 지났어요.
정민은 지하상제를 마치 오랫동안 부하로 거느렸던 것처럼 대했고, 지하상제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드렸다. 정민이 잠들어 있는 사이 지하상제와 정민은 잠재의식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열흘이나 지났어! 에고, 한번 눈감으면 기본이…, 어…!”
정민은 몸을 일으켜 앉으며 벌거벗은 채로 있는 지하상제를 발견하고 곧 야릇한 생각이 들어 얼굴이 빨개지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지하상제의 벌거벗은 몸은 대리석으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조각상 같았고, 지하상제의 얼굴은 문자 그대로 선녀와 같은 미모를 가졌기 때문에 한번 누구나 한번 본다면 고개를 돌리기 힘든 모습이었고, 남자라면 누구나 유혹에 빠질만한 요염함도 가지고 있었다.
연정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사람의 영으로 가지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생각을 뛰어넘는 완벽한 아름다음을 가진 지하상제의 모습에는 비할 수 없었다. 정민은 지하상제와 싸울 때는 워낙 큰 몸집을 하고 있어서 징그럽게 느꼈지만, 자신과 같은 사람크기로 바뀐 지하상제의 모습은 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정민은 잠시 동안 멍하니 지하상제의 빼어난 모습을 넋을 잃은 듯 바라보다, 고개를 흔들어 마음속에 일어나는 엉뚱한 생각을 떨어버리려는 듯 지하상제에게 일부러 크게 소리쳤다.
“너 아직도 벌거벗고 있냐? 넌 창피하지도 않아? 남녀가 유별한데 이렇게 홀딱 벗고 있으면 내가 곤란해. 난 이미 마누라가 있단 말이야. 게다가 난 너 같은 신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된단 말이야!”
- 가,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주, 주인님? 그, 그건…!
지하상제는 정민이 큰소리로 소리치는 것에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 말을 더듬다가 정민이 자신의 모습에서 무었을 느꼈는지 알아채고는 입을 다물고 드러난 앞가슴과 치부를 손으로 가리며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그러나 그런 지하상제 모습은 정민의 마음을 더욱 흔들게 되었고, 정민은 이어색한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솔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말을 했다.
“야, 솔아 마누라에게 애기해…, 참 연정은?”
- 뾰료롱, 뾰롱!
정민은 연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곧바로 솔에게 물었고 솔의 대답을 듣고는 얼굴이 굳어 졌다.
“연정이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단 말이냐?”
- 뾰료롱!
정민은 어찌할 바를 정하지 못하고 지하상제를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 네, 검은 안개에 너무 많은 기를 흡수당해서 영혼까지도 약해졌습니다. 저의 크나큰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벌하여 주십시오!
지하상제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기 때문에 고개를 바로 들지 못하고 정민에게 용서를 구하며 앞가슴과 치부를 가렸던 손을 내리고 정민의 바로 앞에서 바닥에 조아렸다. 다시 지하상제의 모습을 보게 된 정민은 다시 난감한 듯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 바를 몰라 하다 결국 뒷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돌려야 했다.
“어허, 지하상제…!”
- 주인님, 그 이름은 더 이상 저를 부르는데 써서는 안 되는 이름입니다!
지하상제는 단호한 목소리로 정민의 말을 자르며 나섰다. 정민은 순간 당황하여 고개를 돌려 다시 지하상제를 쳐다보았다. 정민은 지하상제의 모습에서 굳은 결의를 읽어 내고는 고개를 끄떡였다.
“어…, 그래! 그런 건 나중에 따지고, 어떻게 해야 되냐? 많은 기를 다시 한 번에 주게 되면 연정의 영혼이 회복하지 못하고 백치가 될 터인데…!”
- 방법은 없습니다. 긴 시간을 가지고 조금씩 기를 보충하여 주어야 합니다.
정민은 연정의 영혼이 걱정되어 빨리 회복시킬 방법을 생각해 보았지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지하상제에게 물었지만 지하상제역시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군! 그런데 연정은 어디에 있지?”
- 뾰료롱!
“그래 잘했다. 신단수 안이라면 더 이상의 기가 흩어 지지 않을 것이니…. 참, 지하상제야 이제 부터…!”
- 주인님, 그 이름은…!
“아, 알았어! 자, 그럼…, 그래! 너를 수라 불러야겠다. 빼어난 너의 모습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 같은데 어떠냐?”
정민은 지하상제의 모습을 꼼꼼히 살펴보다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빼어난 아름다음에 감탄을 하고 지하상제에게 새로운 이름을 문득 생각난 ‘수’라는 말을 생각했다.
- 수, 수…. 네 알겠습니다.
정민이 지어 준 지하상제의 이름을 지하상제도 몇 번 새로운 이름을 되 뇌이고 마음에 들어 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정민은 그런 수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얼굴을 붉히며 갑자기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
“야, 안 되겠다! 우선 옷부터 입어라. 그래, 괴수의 가죽이 남아 있으니 그것으로 만들면 되겠군. 솔아 그걸 수에게 가져다주어라! 그리고 수는 옷을 다 만들어 입는 대로 저기 하늘의 기가 있는 곳에 있는 나머지 열쇠의 반쪽을 찾아서 가져와라.”
정민은 아직껏 벌거벗은 몸으로 그의 앞에 있는 수를 쳐다보기가 버거워 눈길을 돌리며 수에게 첫 명령을 내렸다.
- 그건 제가 할 일이 아닙니다. 그 반쪽은 반드시 주인님이 직접 나서서 찾으셔야 합니다. 제 손이 먼저 닫는다면 그 나머지 반쪽은 녹아 없어집니다. 동방상제가 이곳을 들락거리면서도 열쇠를 건드리지 못했던 이유도 그 반쪽이 신의 손길을 거부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민은 말을 마치고 신단수로 가기 위해 일어서려다 수의 말을 듣고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를 다시 쳐다보았다.
“어라, 이 반쪽은 산다가 가져왔는데?”
정민은 자신의 품속에 있는 반쪽의 구리거울을 수에게 꺼내 보이며 되물었다.
- 그건 산다가 신수가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겁니다.
“하늘님이 그런 말씀을 하지 않았는데?”
- 그것 또한 하늘님의 안배였습니다. 하늘님이 저를 봉인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참, 네가 봉인된 이유가 뭐지? 하늘님은 원치 않은 봉인을 하실 분이 아닌데….”
- 그, 그건….
정민의 돌연한 물음에 수는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자, 정민은 고개를 저으며 웃음 띤 얼굴로 수를 쳐다보았다.
“말하기 싫으면 그만 두라고. 그것보다 먼저 옷부터 만들어 입어라, 그 사이에 연정에게 가서 살펴봐야겠어.”
- 네, 알겠습니다!
정민은 수에게 더 이상 묻지 않고 몸을 털고 일어나 신단수 안으로 들어갔다. 수는 고개를 끄떡이고는 솔이 가져다준 괴수의 가죽을 집어 들었다.
“아, 참! 한 가지 해줄 일이 있어, 우리 아들놈에게 줄 금 좀 캐 주라. 그놈이 곧 세상으로 나간다고 했거든. 애비가 돼서 해 줄건 노자 돈 밖에 없더라고, 하하하!”
- …!
수는 정민의 엉뚱함에 잠시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런 얼굴하지마라! 그놈이 태어난 이후로 해준 게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니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솔아 이리 온, 헤헤헤!”
정민은 어색함을 털어 버리려는 듯 솔을 불러 어깨에 앉히고는 어기적거리며 연정이 누워 있는 신단수 안으로 들어갔다. 수는 그런 정민의 뒤 모습을 바라보며 정민이 눈치 채지 못하게 신에게 어울리지 않은 한 숨을 내쉬고는 괴수의 가죽을 들고 나무의 기가 있는 작은 광장으로 순간이동을 했다.
‘후후, 이거야…! 어째 연정이 깨어나면 싸움이 날 것 같은데!’
정민은 수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한 번 더 가로 젓고는 어깨에 앉아 있는 솔을 손을 들어 쓰다듬었다.
“솔아, 아무래도 앞으로 두 여자사이에서 골치 좀 썩을 것 같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너도 앞으로 행동에 조심해라, 하하하!”
- 뾰료롱!
신단수 안에 누워 있는 연정의 상태는 정민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게 위태로운 상태였다. 정민이 만들어 준 기 덩어리의 반 이상을 잃었기 때문에 이렇게 몸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 정민의 눈에 기적처럼 보였다.
정민은 눈물이 나려는 걸 겨우 참으며 연정의 몸을 이루고 있는 기 덩어리를 쓰다듬었다. 겨우 모습을 유지하는 연정의 영혼이 깃든 기 덩어리의 얼음보다도 찬 기운은 정민의 손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시리게 했다.
“미안해, 이렇게 까지 될 줄은 몰랐어! 그 자리에 있도록 하는 게 아니었는데…. 너를 이렇게 만든 건 모두 내 탓이야. 제발 힘을 내다오. 이렇게 너를 다시 보내기는 싫다고…!”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