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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봄은 남쪽에서 온다.
봄은 아름답게 온다.
흙속에서 스며나와 달래냉이를 키우고, 남풍불어와 얼음을 녹이며,
개울가 버들개지 쓰다듬고 산골짜기 감아 돌아 들녘으로 내달리면 산야가 꽃바다로 범람한다.
남쪽 바닷바람 따스하게 불어오면 제주도는 노란 물결의 꽃 바다가 남실남실 온 섬을 휘감는다.
바로 노란 병아리 솜털 같은 유채꽃바다다.
병아리의 종종걸음처럼 유채꽃은 가슴 두근거리며
희망의 날개 짓하는 수많은 노랑나비가 되어 겨우내 얼었던 가슴속으로 피어오른다.
겨울 끝자락에 매달리듯 찾아오는 꽃 소식은 붉은 동백으로 시작되어
알에서 갓 깨어난 노란병아리처럼 화사한 제주도의 유채꽃으로 이어진다.
겨우내 찬바람에 가슴 얼었던 내 마음을 파고드는 환희의 유채꽃을 처음 만난 것은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제주도의 들판에서였다.
바둑판처럼 검은 돌담으로 정리된 들판에
노랗게 굽이굽이 이어진 비경의 색 노란 물결은 바로 유채꽃이었다.
끝없이 이어진 그 노란 꽃의 물결에 나는 어느새 불길처럼 휩싸여 있었다.
휘황한 감격이고 찬란한 환희였다.
검은 화산석의 돌담을 배경으로 노란 유채꽃은 제주의 봄을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봄이라고 하면 항상 유채꽃을 떠올릴 만큼 제주의 유채는 유명하다.
유채는 지방에 따라서 겨울초, 삼동초(三冬草), 월동초(越冬草)라고도 부른다.
새 봄 활짝 핀 유채꽃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하는 신혼부부나 관광객의 모습은 제주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제주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풍광의 들녘,
바람막이로 쌓은 돌담 안에 노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유채밭은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산호모래에 남빛으로 빛나는 바다와 조랑말이 유유히 뛰어노는 노란 유채꽃밭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비경이다.
상큼한 햇살에 노란 속살 드러내는 봄의 소리
유채꽃이 살랑살랑 발을 담그는 푸른 남빛바다는 눈이 시리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다.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포근한 오름 기슭에서 한가롭게 풀 뜯는 조랑말의 무리도 그리운 제주의 봄이다.
연년세세화상사(年年歲歲花相似) 해마다 꽃은 그 꽃으로 보이건만,
세세년년인부동(歲歲年年人不同) 사람은 해마다 그 사람이 아니네.
피는 꽃은 옛날과 다름없건만 늙어가는 자신을 탄식하는 옛사람의 서글픔이 내 가슴을 서운하게 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하였든가 스산하고 어지러운 이 시절의 봄은 언제 오려나.
푸 른 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