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유롭고 싶습니다. 제가 성격이 못되서 그런걸까요. 참을수가 없습니다.
결혼한지 1년 3개월. 평생 한번 겪나 싶었던 일을 다 겪어보네요.
1년동안 죽자사자 쫓아다녔던 사람, 그 시기에 사랑은 세상에 없다고 절망할 때인지라 이토록 나밖에 모르는 남자, 아낌받으면서 살자고 3개월 연애하고 결혼했습니다.
결혼하기 전부터 별별일이 많더군요. 세상에 제가 용서 않는 것이 딱 두개. 거짓말과 여자입니다.
그런데 결혼이 임박해오면서 그 남자가 내게 했던 모든것들이 거짓이라는 걸 알았죠.
자기 학벌, 부모님 학벌에서부터 집안재산, 가정사(아버님이 독자라더니 알고보니 둘째부인 자식이었던거죠. 그리고 노총각이라던 윗형은 이혼남이었고...그게 뭐 큰 문제라고 끝까지 속이고 있답니까.) 별별게 다 거짓말이더군요. 거짓말의 내용들이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결혼할 여자에게 끝까지 속였다가 들켜도 오리발 내미는 것이 화나더군요. 어차피 조건을 보고 하는 결혼이 아닌지라...
아무래도 조금 기우는 남자집 때문에 대부분의 결혼준비는 저희집에서 했습니다. 집만큼은 자기들이 하겠다는 것도 알고보니 다 허풍이어서 결혼 직전에 저희 집에서 돈을 대서 집장만을 했구요.
결혼 전, 이런 일들로 마찰이 많았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인지라 잘 지냈습니다.
물론 결혼하고 나서 그 지극정성이었던 사람이 많이 변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나에게, 우리 부모님들에게 잘하려는 모습에 고마워하면서 살았습니다.
결혼하고 6개월 후, 일때문에 밤샘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무래도 말이 안되서 위치추적을 통해 알게 된 사실, 업체에서 밤새야 하는 사람이 모텔방에 들어가 있더군요. 결혼하고 나서 다른 것들은 다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계속되는 크고 작은 거짓말과 허풍으로 힘들어하고 있던 차라 밤샘을 믿지 않았던 내 자신이 되려 밉더라구요. 차라리 모르고 넘어갈것을...
새벽 3시에 그 모텔로 뛰어가 잡아왔습니다. 둘 다 술이 취해 헤롱대는데, 그 여자는 계속 제 남편에게 짜증난다는 듯이 콧소리를 내며 "오빠가 어떻게 좀 해봐~~" 라고 하고 있고, 남편은 일어나라는 내 말을 듣는둥, 마는둥 이불을 뒤집어 쓰는 걸 보면서도 참았습니다. 그 여자가 내 앞을 지나가면서 "재수없어." 라며 혼잣말을 할 때에도 사람같지가 않아서 대꾸조차 안했습니다. 그나마 정황을 보아하니 술에 취해 본작업을 하지 못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차라리 술집여자면 좋으련만, 결혼전부터 알고지내던 후배라더군요...
시댁으로 끌고 가니 시부모님들은 저에게 한번만 기회를 주라 하시고, 오빠는 집에 돌아와 죽을 죄를 졌다고, 술김에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울며불며 매달리고... 저는 그날 울다가 기절했습니다. 한번만 기회를 주자 마음을 다잡고, 사람탓 말고 술탓을 하자며 꾹꾹 눌러 참았죠.
부족함 없이, 아쉬움 없이 자란 저라 못 볼 꼴은 죽어도 못보는 성격 탓에 그걸 참느라 정신과 치료도 받았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남편은 무척이나 미안해하며 다시는 그런 일 없겠다 하더군요.
물론 그 후로도 술 좋아하는 남편 덕에 마음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믿자, 믿자 하면서도 술만 마시면 새벽바람 맞으며 들어오는 남편... 맞벌이인지라 회사일도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죠.
게다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남편은 직장을 잃고 5개월동안 백수로 지냈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그 좋아하던 일도 눈에 보이지 않고, 그만 두고 싶은 마음만 굴뚝인데 생활비때문에 그만 둘 수 없더군요.
남편은 놀고 있고, 저는 하루종일 야근에 밤샘에 일해대는데 시댁에서는 허구헌날 돈 없다는 연락만 오고, 제 이름으로 대출받겠다고 하지를 않나... 어이없는 일들만 계속되더군요.
그래도 남편 착한 성격만 보고 참았습니다. 시댁 어른들께 예의 지켜가며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이 직장을 얻었고, 저도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 그렇게 행복한 시절을 맞이한지 보름, 이제 좀 살만하다..싶었습니다.
직종이 워낙 바쁘고, 게다가 우리 회사가 발돋움 하기에 좋은 회사이지만 업계에서 워낙 일이 힘들다고 유명한 회사기에 보름 내내 허구헌날 야근과 밤샘이 거듭되었죠. 노느라 집에 못 가는 건 아니지만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서 새벽 3,4시에 들어가도 아침준비를 기어코 해놓고 잠들었고, 밤샘작업이 있는 날은 팀원들에게 양해 구하고 아침에라도 잠깐 들어가서 아침 차리고 같이 아침 먹고 다시 회사 출근하곤 했습니다. 겨우 잡은 직장, 남편이 기분좋게 회사일 하게 만들고 싶었죠.
보름정도 지났을까. 한두개월 술문제가 잠잠하던 남편이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시고 떡이 되어 들어간다고 전화가 왔더군요. 저는 또 야근중이었구요. 잘하던 남편이라 가끔은 그럴수도 있지.. 이해했습니다.
새벽 4시경, 집에 들어가서 찌개끓여놓고, 밥 예약해놓고, 집 정리 좀 하려고 했더니 남편의 구겨진 바지가 보이더군요. 걸어놓으려고 툭툭 털었더니 카드 영수증이 떨어졌습니다. 남편은 자진해서 카드를 없앴는데 그새 나한테 말 않고 카드를 만들었나..했죠. 그건 뭐 그럴수도 있겠다..했습니다. 물론 며칠 전에도 카드 없는 척, 불쌍한 척 했던 것은 얄미웠지만요.
그런데 카드 명세서를 보니 8시 반 경에 5만원이 결재되어 있더라구요. 의아했죠. 아까도 말했든 같은 업종이라 그 모임을 저도 알고 있고, 그 사람들이 1차에서 밥에 술에 5만원어치만 먹었다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핸드폰을 뒤져봤죠...차라리 보지 말것을...
수신함이나 통화목록은 싹 지운 것 같더군요. 그런데 발신메세지가 자동 저장되는 것을 간과했나봅니다. '이따가라도 삘받으면 전화해 깜찍이. 오늘 보고싶어서 약속까지 취소했는데...' 라고 써 있더라구요.
별 거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호텔방서 붙잡아온게 불과 몇달 전입니다. 게다가 혼자 벌어 남편에 시댁에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고생 하다가 이제야 좀 맘편해진게 보름입니다. 조금 나아졌나 싶으니 또 꾸물꾸물대는구나...싶어 어이가 없더군요.
이것저것 상황이 좋아지니 자기가 미쳤었나 보다고 하더군요. 나쁜 맘 먹고 만나자 한건 아니었다구...
결혼생활이 그렇지 않습니까? 유혹이 있더라도 자제하고 노력해야 하는거 아니냐구요. 그런데 못 만난다는 여자에게 매달리면서까지 만나려 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헤어지자 했습니다. 못 헤어지겠답니다. 결혼생활 내내 했던 얘기들 반복입니다. 죽을 죄를 졌다. 한번만 용서해주라. 한번만 그러면 정말 이혼해주겠다. 사랑한다. 어쩌구 저쩌구...
이틀째 제 맘이 꼼짝을 안합니다. 그저 제 인생에서 빠져주었으면 합니다. 여전히 늘 그렇듯 무조건 조르고 버티고 있는 남편이 한심합니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하면 이것저것 챙겨주던 우리 친정에 비해 늘 돈문제로 속을 뒤집어놓던 시댁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참고로 우리 어머니 이런 분입니다. 남편이 술마시고 동네에서 뒹굴고 있었다 일러바치니 이러시더군요. "그러게 내가 큰 길가에 집을 구하라지 않았니. 나는 느이 시아버지땜에 늘 집 볼때는 술마시고 찾기 제일 쉬운 집으로 골랐다. 어른 말을 들었어야지..."
역시나 우리 어머님 저에게 이러십니다.
"딴 살림 차려 아기 안고 온것도 아닌데 뭐 그리 큰 일이냐. 남자가 사회생활하다보면 별별일이 다 많은거지. 그리고 사실 네가 너무 칼로 무 자르듯 똑 부러지니까 이게 문제거리가 되는 거 아니냐. 니 성격도 만만치 않아~ "
이제 더 정내미가 떨어집니다. 물론 이혼을 하게 되었을때의 상황, 나보다 우리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아야 하는 걱정이 앞서긴 합니다. 그러나 남편을 더이상 믿을수가 없습니다. 1년 3개월만에 이렇게 되어버린 남편...희망이 있기는 한걸까요.
쓰다보니 얘기가 많이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