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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련{열세번째}

이야기 상자 |2005.03.29 17:30
조회 2,284 |추천 0

이상스럽게 온 몸의 근육은 아우성 치고 있었고, 단 한번도 통증을 느낀 적인 없는 몸 속 깊은 곳에서는 익숙하지 않는 통증이 느껴져 태림의 눈살을 찌푸려지게 했다. 그러나 눈을 뜨기 전 느낌은 뻐근했지만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했던 아픔과 좌절감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태림은 그 사실을 깨닫자 마자 눈을 뜨고 옆자리를 확인했지만 그곳에는 세준이 누워있지 않았다. 허전했지만 사실 그를 침대에서 봤더라 해도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샤워를 하던 태림은 갑작스러운 깨달음에 동작을 멈추었다. 갑자기 왜 그가 부부 관계를 원했는지, 왜 미팅에 대해서 물었는지 그 의문점이 쉽사리 풀리지가 않았다. 그리고 어제가 상원과 마지막 만남이었던 것도 태림의 마음을 찜찜하게 만들었다.
 세준이 상원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일까?
 어떻게?
 과연 누가 말해주었단 말인가?
 상원과 태림의 플라토닉 한 만남은 당사자와 그들을 소개시켜준 두 사람뿐이었다.
 태림은 이런 저런 과정을 생각하다가 세준이 절대 알 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지 세준이 미팅에 관해 언급했던 건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미팅이 유행하고 있었기에 이미 유부녀인 태림이 그런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태림은 소파에 얌전히 올려진 붕대를 집어 올렸다. 분명 그가 나가기 전 그녀가 벗어 내렸던 옷들을 정리 해 놓았을 것이었다. 세준은 태림의 붕대에 대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기에 태림은 다시 그것을 그녀의 가슴위로 감았다.

 일층에 내려가면 어색하지만 세준을 보리라고 기대했던 그녀는 그가 보이지 않자 왠지 가슴속에서 뭔가가 빠져나간 쓸쓸함이 느껴졌고, 꼭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작은 사모님 잘 주무셨어요."
 "네. 저기...."
 태림이 머뭇거렸지만 아주머니는 태림이 무엇을 묻는지 재빠르게 눈치채고 대답해 주었다.
 "아! 사장님이요. 일찍 나가셨어요. 지방 공장에 일이 생기셨다면서 나가셨어요."
 "그래요."
 얼마나 급한 일이면 꼭 두 새벽부터 나갔을까.
 태림은 그가 걱정이 되었다. 잠도 많이 자지 못했을 것이 분명한데 일어나자 마자 곧바로 지방으로 내려갔으니 말이다.
 "학교가는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김기사는 남아있거든요."
 "네? 그럼 어떻게 지방에 내려갔어요?"
 "직접 운전하고 가셨어요."
 오고가는 대화도 별로 없었던 시간들을 보냈지만 그의 부재가 있도록 크게 다가올지 생각지 못했던 태림은 그가 항상 커피를 마셨던 머그 컵을 집어 들어 손에 꼭 쥐었다. 마치 어젯밤 그의 등을 감쌌던 것처럼.

 "왜 그렇게 힘이 없니?"
 유정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태림에게 달려왔다.
 "어? 그냥."
 "상원 오빠랑은 어떻게 했어. 웬만하면 그냥 만나지 그 오빠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 매너도 좋고 집안도 좋고 사람도 좋고."
 하지만 상원과는 이번 생애에서는 될 수 없는 사람이었고, 원하지도 않았다.
 "알아.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거."
 "그런데 왜 더 만나보지도 않고 그만 두려고 하는데, 아빠 때문에?"
 "아니."
 아버지의 회사에서 심하게 맞은 이 후 아버지에게는 아직까지 연락이 없었다. 혹시나 태림의 행동에 아버지가 엄마에게 보복을 할 까 두려웠지만, 태림에게 아직 바라는 게 있는 아버지는 그 약속만은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왜?"
 태림은 유정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지만, 유정이 또 다른 미팅이나 상원과의 만남을 주선하기 전에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유정아. 사실은.....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그 말에 유정의 표정이 굳어 졌지만 창 밖 너머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보고 있던 태림은 보지 못했다.
 "그래. 그럼 그 사람도 널 좋아해."
 "아니. 사실은....잘 몰라."
 어젯 밤의 그의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행동들과 손길들이 작은 희망을 가지게 금 그녀의 심장을 조금씩 두꺼운 흙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톡톡 거리는 울림을 만들기 시작했다.
 태림은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세준의 머리카락을 떠올리고 있는 자신에게 놀라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말은 해 봤어? 좋아한다고."
 "아니. 말 붙이기 정말 힘든 사람이라서....."
 "그럼 사람을 왜 좋아하는데, 상원 오빠처럼 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태림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지만 유정의 눈에는 태림의 그 모든 게 가증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 사람을 떠날 수가 없어. 그 사람이 아니면 난 안되거든. 그리고 그 사람이 나 미팅 같은 거 하는 거 싫어해. 그 사람이 싫어하는 거 하고 싶지 않아."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
 "응. 다른 애들에게 말하면 안 돼."
 "그래. 알았어."
 그 때 수업종이 울렸고, 태림은 분노를 불태우고 있는 유정의 눈길을 자신이 잘못 봤을 거라고 생각하며 교실로 들어섰다.

 유정은 자신의 계획이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태림이 세준을 마치 자신의 운명인 것처럼 말하자 참을 수가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제 어떻게 해야 그들을 갈라놓을 수 있을지 유정은 그 날 하루 내내 그들 생각만 했고, 그 시간들이 유정의 정신을 점점 더 좀먹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을 혼자 독차지하고 싶었다. 집에서든 밖에서는.

 예정에 없는 출장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정신이 들고 옆에 다소곳이 누워 잠들어 있는 태림을 내려다보자 가슴을 가득 메우는 자부심과 함께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자각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와의 결혼생활은 육체적으로 편했을 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무척 힘들었을 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쩌면 자신을 더 아껴주는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건 당연할 일을 지도 몰랐다.
 무턱대고 그녀를 안는 대신 그녀를 좀더 아껴주고 기다려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마치 발정이 난 강아지 마냥 상대를 다른 이에게 빼앗길 까봐 그녀의 처녀성을 급하게 취하고 말았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태림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세준은 당연히 공장 관계자들이 싫어하는 급습 적인 출장을 오고 말았다.      
 하지만 공장을 둘러보는 그의 눈에는 일 보다는 태림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고, 그 사실에 화가는 세준은 사람들을 닦달하고 말았고, 미안한 마음에 하루 더 머물기로 마음먹고 회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사실 바로 올라가면 또 다시 태림을 원하게 될 자신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고, 태림을 쉬지 못하게 할까봐 다른 핑계거리를 만든 것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세준을 보고 싶은 마음에 집에 빨리 돌아왔지만 세준은 좀처럼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도 보고 현이 나오는 광고도 눈여겨보았지만 머리 속에는 세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화벨이 울리자 태림은 소파에서 튀어 오를 만큼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보..세요."
 세준은 태림이가 당연히 통화를 하기 위해 한 말인 걸 알았지만 순간 짧게 들려오는 "여보.."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야.-
 "네."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세준이 싫어할지 몰라 수화기만 두 손으로 꽉 쥐었다.
 -집에 별일 없지?-
 "네. 아무 일 없어요."
 -부모님은?-
 태림은 그가 먼저 자신의 안부를 물어주길 바랐다.
 "모임에 나가셨어요. 좀 늦으신다고 했어요."
 -그래......-
 "....."
 -몸은... 어때?-
 태림의 얼굴에는 그의 질문에 환한 미소가 피었다. 하지만 그는 볼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 나 오늘 못 들어가. 일이 생겨서 내일이나 올라갈 것 같다.-
 "네."
 태림은 즉시 힘이 빠지고 말았다.
 "조심해서 올라오세요."
 -음. 잘자. 바바리맨 인가하는 변태 조심하고.-
 "그럴께요. 안녕히 주무세요."
 태림은 신호음이 울렸지만 전화기를 내려놓지 못했다. 그가 보고 싶었다. 그와 부부간의 연을 맺었다고 해서가 아니었다. 그냥 그라는 존재가 지금 그녀의 옆에 있었으면 했을 뿐이었다.

 그 후 그는 다음날 돌아왔지만 태림이가 어디에서 잠이 들지 몰라 소파에서 잠이 들면 그제야 방으로 들어와 잠든 태림의 얼굴을 한동안 내려다보았지만 그녀는 그런 사실은 모르는 채 자신을 침대로 청하지 않는 세준을 그리워하는 꿈만 꿀뿐이었다.
 그런데 언제가 부터 태림을 바라보는 동기들과 후배들의 얼굴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세준과 부부관계를 맺어 다른 사람들 보기 부끄러운 자신의 생각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같은 반 아이들도 태림을 점점 피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유정아?"
 "왜?"
 유정이 싸늘하게 대하는 건 자신이 소개시켜준 상원과 계속 만나지 않아서 기분이 상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말을 걸기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요즘 애들이 나한테 좀 이상하게 대하는 것 같지 않니? 후배들까지 좀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기분이 그런 거겠지. 신경 쓰지마."
 "그럴까?"

 "왜 그렇게 어깨가 축 쳐져있어? 그런 모습 보면 오해하잖아."
 태림은 어두운 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상원 때문에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정말 놀랐어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태림의 질문에 상원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면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었는데, 와 보니까 여기더라."
 상원은 자신의 행동이 어이없다는 듯이 태림이와 항상 헤어졌던 동네 어귀를 둘러보았다.
 그런 그가 너무 안쓰럽고 자신을 보는 듯해서 태림은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학교 생활은 어떠니?"
 "그냥 그럭저럭 잘 지내는 편이에요. 오빠도 잘 지내고 있죠."
 태림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가에 웃음이 없는 미소를 지으며 괜스레 신발 앞 축으 로 땅을 툭툭 찼다.
 "글세..... 어떻게 보면 잘 지내는 거 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널 만나기 전 보다 더 외로울 수도 있겠지."
 상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태림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그 역시 분명히 태림이가 세준을 보고하는 외기러기 사랑을 태림을 보고 시작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넌 그... 네가 좋아한다는 사람이랑 어떻게 됐어. 물론 잘 되고 있겠지."
 "사람일이 다 원하는 데로 흘러가는 건 아니잖아요."
 태림은 상원에게서 뭔가 말이 흘러나오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누르스름한 빛을 띄우며 아주 작은 공간을 비추고 있는 가로등만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한 없이 상원과 있다가 혹시라도 가족들이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큰일이 날거라는 생각에 태림은 조금씩 초조해져갔다.
 "할말이 없으면 전 이만......"
 "정말 난 안되니? 단 한번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을 만큼 그 사람이 너에게 그렇게 큰 거야?"
 태림의 눈에는 상원을 동정하는 마음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렇게 바라보지마. 날 동정하지 말라고."
 "오빠....."
 상원은 화가 났는지 태림의 어깨를 꼭 쥐고 태림이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왜.. 이래요."
 태림은 과격한 상원의 손놀림에 놀라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런 그녀를 상운은 품속에 안아버렸다.
 "태림아! 태림아! 제발 날 좀 바라 봐줘. 나에게 그 사랑에게 보이는 관심을 조금만 보여줘."
 상원이 너무 세게 껴안는 통에 태림은 숨도 쉬기 힘들었다.
 "이러지 말아요. 난 그 사람 포기 할 수도 잊을 수도 없어요."
 만약 세준을 사랑하지 않았더라도 그를 떠날 수 없게 그녀는 그에게 발목이 잡혀 있었다. 그가 스스로 놓아 줄 때까지. 하지만 그 조임이 태림은 싫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의 곁에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상원의 이런 행동은 세준의 마음을 점점 그녀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제발 놓아줘요."
 "싫어. 난....."
 누군가의 거친 손길에 인해 태림은 벽으로 밀쳐져서 심하게 부딪쳤고, 상원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가 싶더니 곧 바로 다시 일으켜져서 세준의 주먹에 망가지고 있었다.
 "어머!"
 태림은 세준에게 들켰다는 것에 너무 놀라 아픈 것도 잊어 버렸지만, 아무런 잘못이 없는 상원이 세준에게 흠씬 두들겨 맞자 그들 사이에 끼여들었다.
 "그러지 마세요. 제가 잘못한 거예요."
 "저 놈 품안에 안겨 있던 것도 네 잘못이란 말이야."
 세준의 눈은 독기와 살기를 함께 품고 있어 아버지의 눈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게 했지만 자신의 실수 때문에 다른 사람이 맞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그건 아니지만. 하여튼 상원 오빠가 여기 온건 제 잘못이 커요. 그러니 그냥 보내주세요."

 

세준은 상원인가 뭔가 하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풋내기 놈과 자신의 사이를 가로막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도 상원을 보호하려는 태림을 손목을 멍이 들 정도로 꼭 붙잡고 그녀를 차에 태웠다.
 "태림아!"
 상원은 이미 피가 나고 멍이 든 얼굴로 태림을 쫓아왔지만 태림이 순순히 자신을 때린 남자를 따라가자 그 자리에 넋이 나간 사람처럼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세준은 늦은 첫날밤을 치르고 난 뒤 태림이에게 너무 소홀하게 대한 것 같아 그녀를 보기 위해 일을 일찍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동네 어귀에서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안으려고 했고, 여자는 그 손길을 거부했지만 번번이 그 남자의 품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이 보이지 도와주려는 마음에 차를 세워 그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남자의 품안에 안긴 것이 태림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남자가 강제로 안으려 한 것도 잊은 채 두 사람 모두에게 분노가 일어나 성질을 참을 수가 없어 남자를 흠씬 두들겨 패고 말았다.
 "전...."
 "입다물어. 지금 아무런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아."
 다행이 김기사는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태림의 행동이나 집안 일이 밖으로 세어나가는 일은 없었지만 그 앞에서 태림이가 말을 하는 걸 그냥 놓아 둘 수가 없었다.
 집에까지 차로 2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그 거리가 태림에게는 1년처럼 길게 느껴졌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잔뜩 굳어져 있는 세준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했다.
 "내려."
 사실 내리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에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지만, 태울 듯이 바라보는 그의 눈길이 무서워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차를 타고 아주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태림이 내릴 생각을 하지 않자 세준은 그녀를 태웠던 것처럼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차에서 내리게 만들었다.
 "다녀오셨어요."
 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 첸 아주머니가 재빨리 자리를 비켜주었다.
 세준은 태림이가 거의 뛰다 시피 하면서 계단을 두 칸씩 오르는 자신의 속도를 따라오는 걸 알았지만 속도를 줄이지는 않았다.
 "이제는 그놈하고 미팅 한 것도 부족해서 남자를 동네로 끌어들여. 항상 집에 들어오기 전에 그놈을 만났던 거야?"
 그가 어떻게 해서 그 사실을 알았는지는 몰랐지만 그가 이미 전부터 상원과 만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걸 알고 태림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원을 만나고 있는 사실을 아는 건 태림을 포함한 단 서명뿐이었다.
 설마 유정이가?
 태림의 자신의 가설에 고개를 흔들었다. 유정이가 그런 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아마도...    그래 아마도 내가 상원 오빠랑 같이 돌아오는 걸 보았을 거야. 그래서 지난번에 날 안았던 거야.
 "아니에요. 전 그런 적 없어요. 그만 만나자고 예전에 말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찾아 올 줄은 정말이지 몰랐어요."
 그런데 말을 하다 말고 세준이 양복 상의와 셔츠를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너와 네 아버지는 어쩔 수 없는 부녀지간이군, 하는 짓도 비슷한 걸 보니."
 태림은 그의 말이 부당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지만 허리띠까지 푸는 그의 행동에 놀라 항의도 하지 못했다. 그의 모습의 위로 아버지의 모습이 겹치려고 했다. 엄마나 그녀에게 거의 가장 쉽게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인 허리띠를 풀던 그 포악하던 모습이 겹쳐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만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는데.
 "뭐...하시는 거예요."
 "네가 누구의 여자인지 확실히 보여주려고. 왜 미팅한 남자 품에는 안겨도 남편의 품에는 안기기 싫은가?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너에게 배려란 없을 거야."
 세준은 아직도 떨고 있는 태림에게 다가왔다.
 "싫어요."
다행이 그는 아버지처럼 폭력을 휘두를 생각이 없는지 허리띠도 다른 옷들처럼 저만치 던져 버렸다. 하지만 태림의 마음이 여자의 본능이 싫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처음 그녀를 안으려 했던 날 보였던 눈빛도 이렇게 차갑지는 않았다.
 "그 교복 찢어 버리기 전에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교복이 왜 찢어진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으면."
 그는 태림의 변명을 들을 생각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태림이 그의 말에 그에게 저항하던 손길을 멈추자 세준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태림은 그의 무서운 눈빛을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감고 있다가 자신의 등에 닫는 것이 침대가 아니라 책상이 놓여져 있는 벽이라는 걸 알고 놀라 눈을 떴다.
 "왜 놀랐나 보지. 남녀의 관계가 침대에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야. 내가 오늘부터 그걸 확실히 가르쳐 주지."
 세준은 교복을 찢어 버릴 수도 있다고 협박 한 것과는 다르게 그녀의 치마를 들어 올려 속옷을 단 한번에 벗겨 버리더니 상의 단추를 재빨리 풀었다.
 태림은 두 다리가 공중에 떠버리자 균형을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맨 살인 그의 어깨를 붙잡아야만했다.
 거추장스러운 겉옷을 벗겨냈지만 태림의 가슴에 감겨져 있는 붕대가 남아 있었다.
 세준은 잠시 태림의 가슴을 내려다보더니 연필꽂이에 꽂혀 있던 가위를 서슴없이 꺼내어 들어 천과 가슴 사이로 밀어 넣었다.
 "뭐하는....."
 그가 왜 가위를 집어 들었는지 몰랐던 태림은 그가 붕대 아래로 차가운 가위를 집어넣자 그 차가운 느낌에 그가 뭘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시선 안에 들어오자 세준은 이미 잘려버려 쓸 수 없는 천과 가위를 던져 버리고 그녀의 가슴을 손안에 쥐었다.
 그의 손길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지만, 다른 것에는 이미 관심을 잃어버린 그에게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세준은 그녀의 목에 입술을 묻는 것 같더니 그녀를 좀더 들어 올려 그녀의 하얀 가슴에 자신의 입술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위치를 조정했다.
 "아!"
 환희의 감탄사가 아닌 세준의 이빨이 준 순순한 아픔 때문이었다.
 뭔가에 화가 났는지 세준은 태림의 유두를 이빨로 약간 힘을 주어 깨물어 태림이 신음을 뱉자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네가 반응하지 않겠다면 하게 해주겠어."
 태림은 세준이 그의 애무에도 그녀의 유두가 단단해지지 않아 그가 화를 낸 것조차 몰랐다.
 세준은 그녀의 상의를 벗겨낸 다음 한 손은 그녀의 가슴을 여전히 배회했고, 입술은 그녀의 입술이 부풀어오를 정도의 키스를 하더니 급기야 그녀의 다리 사이로 남은 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돼...읍."
 태림은 그의 손이 자신의 은밀한 곳으로 움직이는 걸 알고 막아보려고 작은 몸부림을 쳐보았지만 이미 벽과 그의 몸에 단단히 고정되어 버린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려 그의 손길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에는 네가 싫다고 해서 참았지만, 이제는 참지 않겠어."
 세준은 이미 여자의 몸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그녀의 도톰하고 부드러운 둔부로 첫 손길을 내밀어 부드러운 속살을 마음껏 음미하기 시작했다.
 태림은 처음에는 그의 손길이 아무도 닿지 않은 곳을 만지작거리자 움츠려 들었지만 그녀의 몸 깊은 곳으로 그의 손가락들이 조심스럽게 밀고 들어오자 조금씩 발가락을 간지럽게 만드는 작은 깃털의 느낌이 몸 속으로 퍼지면서 힘을 주었던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에서 작은 한숨소리 같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자 세준은 조금 더 강하게 그녀의 깊은 곳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그의 손길에 태림은 본능적으로 그의 허리를 긴 두 다리로 감싸안았다.
 "이 느낌을 잃어버리지마. 넌 이제 몸 속 깊숙이부터 내 여자니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세준은 자신의 남성을 태림의 몸 속 깊숙이 묻어버리고 그녀의 포근한고 부드러움에 완전히 자제력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녀는 그 날 밤 그의 말대로 완전히 몸 속 구석구석 그의 여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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