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로 생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세준이 태림을 벽으로 몰아 부쳐 자제력을 잃어버린 날 태림은 그의 거친 몸놀림에 도중에 지쳐 그가 절정에 이를 때까지 그의 등과 허리를 안고 있었고, 세준은 태림이가 아직은 그의 힘에 부흥하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몰아 붙인 것이 미안했는지, 지친 태림의 이마를 쓸어 넘겨주었다.
세준은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는 듯이 태림을 거의 매일 안았고, 그때마다 자제력을 잃어 태림이를 육체적으로 지치게 만들기도 했지만 한번이나 혹은 두 번 그녀를 안은 후에는 태림을 침대 밖으로 꼭 그의 인생 밖으로 내보내려는 것 같이 침대 밖으로 내보냈다.
"난 누구랑 같이 침대에서 잠들어 본적 없어."
그래서 항상 그와 나누는 불꽃같은 강렬한 사랑 뒤에는 아픔이 따라다녔다.
그의 침대에서 그의 품안에서 나오기 싶지 않았다. 그건 육체의 쾌락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품안에서 좀더 있으면서 그의 여자라는 걸, 그가 그녀의 여자라는 걸 확신하고 싶었다.
그녀를 침대에서 몰아내는 그의 손길과 말들은 태림의 가슴을 무너지게 했지만 그녀는 애써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소파로 돌아오면 달랐다. 언제나 소리 없이 우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태림은 잠들기 전까지는 항상 눈물을 흘리며 가슴아파했다.
세준은 그녀를 침대에서 내보내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한 뒤에 침대에서 내려서서 소파로 향하는 그녀를 붙잡지 않기 위해 이불을 관절 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꼭 쥐어야만했다.
그녀를 원했다. 그녀가 영원히 그의 침대에서 머물기를 원했지만 그렇게 되면 그녀를 밤새 원해도 끝나지 않을 까봐. 그녀를 너무 지치게 할까봐 세준은 그녀를 침대 밖으로 내보냈고, 그럴 때마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한동안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면서 점점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는 태림을 느끼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가 침대에서 내보낼 때는 가슴이 아팠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태림의 생활은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친구들은 쑥덕거리는 것 같았지만 태림의 결혼이 아니라 미팅을 했다는 것에 대한 시기심과 질타가 섞인 것이어서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집에서도 점점 시어머니와 잘 지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등교 때 뿐만 아니라 간혹 하교 길에도 세준이 태림을 마중 나오는 일이 종종 있어 태림은 도로 가에서 익숙한 차 모습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아버지의 차와 같은 차를 보고 놀라 그 자리에 멈추어 서고 말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번호까지 확인했는데 아버지의 차가 맞았다.
지난 번 현에게 추행을 하려다가 무산되자 태림이를 때린 뒤로 처음 있는 만남이라 태림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내 차를 봤으면 재빨리 와야 되는 것 아니냐."
"처음에는 잘 몰라봤어요. 엄마는 잘 계시죠."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암묵적으로 알렸다. 태림은 아버지가 왜 찾아 왔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쯧쯧 네 어미가 아버지를 보면 인사도 하지 말라고 가르치더냐?"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의 입에서 나올 만한 훈계는 전혀 아니었다.
분명 아버지가 세준과 태림과 결혼시킨 이유는 오래 전부터 전무 이사와 넘보기 시작한 가전제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그래. 난 약속을 지켰다. 그러니 너도 지켜야 하지 않겠냐?"
그렇지 않으면 엄마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의도를 확실히 목소리와 눈빛으로 밝히고 있었다.
"뭘 원하세요?"
태림이 본론을 꺼내자 김진만 사장은 태림에게 손바닥 보다 더 작은 물건을 태림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뭐죠?"
"소형 카메라다. 크기는 작아도 성능은 꽤 쓸만하지."
태림은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이걸로 뭘 하라는 거죠. 전 그 사람 공장이나 회사에 가본 적도 없어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세준을 배신하는 일만은 피하고 싶었다.
"걱정할 것 없다. 네 남편이라는 인간은 워낙에 일을 좋아해서 집에까지 일을 가지고 들어가는 걸로 유명하니까. 그리고 보안 때문이라도 자신이 신 모델 디자인을 가지고 다닐게다."
태림은 아무리 사업 확장을 위해서라지 만 자신의 사위가 된 사람까지 등을 쳐가면서 성공을 하려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날 이해할 필요는 없다. 난 너희 모녀에게 그런걸 바란 적은 한번도 없으니까. 단지 넌 내가 시키는 대로하면 돼. 네 어미를 위해서라도."
태림은 자신의 속을 환히 꿰뚫고 바라보는 아버지를 언제 벗어 날수 있을지 앞날이 막막했다.
"데려다 주랴?"
"아니요. 그 사람이 올지도 몰라요."
태림의 말에 아버지는 비웃음을 흘렸다.
"푸하하. 벌써 그런 사이가 됐냐? 잘되었구나 그럼 그놈 서재에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태림은 속으로 비웃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그의 서재를 왕래했었다. 그 때는 시어머니가 주는 세준의 일에 방해가 된다면서 준 핀잔이 무슨 뜻인 줄 몰랐지만, 이제는 그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 참."
그녀는 아버지가 연극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어쩌나가 생각이 떠오른 것처럼 행동했지만 아버지의 머릿속에는 그것도 다 계획에 있었다.
"뭐요?"
"혜란이를 알고 있지?"
어떻게 모르겠는가. 아버지는 여진언니가 죽던 날에 혜란을 집에까지 들인 막되 먹은 인간이었고, 혜란이란 여자도 그와 비슷한 기회주의자였다.
"네. 아주 잘이요."
"그런데 이건 모르고 있을 거다. 혜란이가 네 남편의 첫사랑 이었다는 걸."
태림은 갑작스러운 깨달음에 현기증이 일어 눈을 꼭 감았다. 세준의 그녀 부녀를 향한 미움과 증오심을 이제 확실히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걸 왜 지금와서 말씀하시는 거죠."
"알아두는게 좋을 것 같아서. 혹시 그놈에게 잘 보이고 싶어 내가 시킨 일을 말하고 싶겠지만 이미 그는 널 좋게 볼 수 없다는 걸 잊지 말라는 이 아비의 충고라고 생각해라."
"그따위 충고는 필요 없어요."
"그래. 그럼 내려라."
태림이 차에서 내리자 운전기사는 차에 올라 즉시 그 자리를 떠났다. 처음 보는 젊은 남자였지만 태림의 머릿속에는 앞으로의 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그걸 기억할 여유가 없었다.
"잊지마라. 다음 주까지다. 그때까지 연락이 없다면 그때는 내 마음대로 할거다."
태림은 죽어도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아버지에게 저항 한번 못하고 당하는 엄마때문이라도 해야만했다. 어릴 적 왜 엄마가 그런 아버지에게 저항하지 못하나, 왜 맞으면서 참고 지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에게서 도망갈 기회를 놓친 그 순간부터 그런 삶에 지쳐버린 것이었다. 그건 절대 엄마의 잘못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차가 떠나가 얼마 있지 않아 세준의 차가 도착했지만 태림은 세준이 부를 때까지도 그가 옆에 와있는 지조차 깨닫지 못했다.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넋을 놓고 있어."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태림은 재빨리 카메라를 주머니 속에 넣고 차에 올라탔다.
그에게 너무 죄스러워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 괜한 가방 끈만을 손가락으로 감았다 풀었다만을 목숨이 달려 있는 일처럼 반복하고 있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태림은 그의 질문에 그가 혹시 아버지의 차를 본 것이 아닌가 해서 그의 눈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에는 순수한 걱정만 담겨 있었고, 그래서 너 미안해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엄마를 위해 그럴 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사랑해요. 언젠가는.... 오래 걸리더라도 절 용서해 주세요.
"아니요. 조금 피곤해서 그래요."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요즘 들어 세준이 그녀를 거의 매일 원하는 것도 있었지만 처음 보다 잠도 많아 졌고, 몸이 금방금방 피곤해져 쉬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감기 걸렸어?"
세준은 피곤하다는 그녀의 말에 시원한 손으로 태림의 이마를 만져보고 나서 자신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열은 없는데."
"감기 안 걸렸어요. 한 여름에 무슨 감기가 걸리겠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관심에 너무 기뻤고, 너무 슬펐다.
"혹시 지난번에 그 놈이 다시 나타나 괴롭힌 거 아니야?"
어의없는 추측이었지만 그의 말에는 그녀에 대한 믿음이 조금은 묻어났다. 이제 겨우 쌓아 올린 그의 믿음이 얼마 후에 눈앞에서 사라질걸 생각하자 태림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려고 했지만 태림은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눈을 깜박거렸다.
"아니요. 그냥 오늘 체육시간에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해서 그래요."
태림이가 피곤하다고 해서 마음에 걸렸는지 그 날 세준은 그녀를 찾지 않았고, 서재에서 오랫동안 머물다가 태림이 잠이 든 후에야 방으로 돌아왔는지 선잠에서 깨어난 태림은 침대에서 잠든 세준을 발견했다.
어차피 해야할 일이었기에, 지금 이 기회가 그의 서류를 보기 좋은 시간이라는 걸 알았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라는 그녀의 마음 속 속삭임이 그녀를 서재가 아닌 그가 누워 있는 침대로 향하게 만들었다.
태림은 그가 싫어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의 옆에 눕고 싶은 마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제 그와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바심이 그녀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녀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누웠지만 세준은 그녀의 몸의 움직임을 즉시 알아채고 손을 내밀어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무슨 일이야?"
"잠이 오지 않아요. 오늘만, 딱 오늘 하루만 여기서 자면 안될까요?"
세준은 태림의 눈에 뭔가 더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자신에게 스스로 찾아온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 그냥 아무 질문 없이 꼭 안아 주기로 했다.
"그래. 여기서 자."
태림은 처음으로 세준의 품안에 안겨 잠이 들었고, 그의 품안에서 깨어났다.
"우리 꼬마 신부가 부끄러움이 많이 없어졌구나."
태림은 먼저 눈을 떴지만 그의 품에서 바로 나오지 않고 조심스럽게 그의 가슴과 얼굴, 눈, 코, 입을 차례차례 쓰다듬고 있는 중이었고,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놀라 손을 치웠지만 세준은 바로 그녀의 손을 잡아 그의 가슴에 올려놓았다.
"난 싫다고 한적 없어."
"저기...."
"너 지금 얼굴이 계란을 익힐 정도로 붉어진 거 알고 있어?"
그녀는 남은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에 손을 올렸다.
"그거 알아?"
"뭘요?"
태림은 자신을 변한 눈길로 내려다보는 세준을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길이 뭘 말하는 지 태림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환한 태양이 비추는 아침에 그가 자신을 원한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오늘이 휴일이라는 거."
세준은 태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미쳐 방어하지 못한 태림의 위로 올라와 그녀의 입술을 금세 차지했다.
"지금은... 아침이잖아요."
"나도 알아."
그는 손을 아래로 넣어 그녀가 입고 있던 잠옷을 가슴위로 올려 가슴이 드러나게 만들었고, 즉시 손이 원하는 실크의 감촉을 만족시켰다.
세준은 그녀의 귓불과 목을 지나 이미 그가 주려는 육체의 즐거움을 알고 부끄러운 주인과는 달리 일어선 유두를 입에 머금었다.
"아침에도.... 음.... 그게 저기....."
세준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태림의 얼굴을 상체를 팔로 지지하고 내려다보았다.
"아침에는 이러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그게... 법도 있어요?"
세준은 태림의 말에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고, 그의 웃음에 태림의 몸까지 흔들렸다.
"그런 건 없어. 그냥 서로 원하면 하는 거야. 우린 부부니까 아무도 뭐라는 사람 없어. 네가 원하지 않으면 그만 둘게."
세준은 정말 일어서려고 했다.
"그냥... 그냥....."
세준은 태림에게 하기 어려운 말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게 진한 입맞춤을 하였고, 처음으로 그녀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어 키스와 입맞춤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그녀에게 가르쳤다.
그는 자신이 그녀에게서 모든 것이 처음 이란 것이 세상을 얻은 것처럼 좋았고, 그녀가 주는 모든 감각을 생명처럼 받아들였다.
태림은 그 날 세준이 자신의 몸 안으로 깊숙이 몸을 묻은 채로 자제력을 잃어 가는 모습을 하나하나 담았다.
이번엔 세준이 먼저 잠에서 깨어나 엎드려 자는 태림의 등줄기를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탐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뭐로 때린 거지?"
태림은 그의 질문에 몸을 움츠렸지만 그의 손길을 피하지는 않았다. 현의 일이 있었던 날 이미 그는 그녀의 상처를 보았으니 숨길 필요가 없었다.
"아버지는 항상 가까이 있는 걸로 때렸어요. 그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던 게 허리띠였어요. 사실 엄마하고 아줌마는 아빠가 무기로 할 수 있을 만한 모든 걸 다 치우려고 노력했지만 아버지의 허리띠만은 어쩔 수가 없었거든요."
태림은 자신의 등을 아직도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에 아픈 상처가 사라질 것 같아 눈을 감았다.
"아무도 말려주는 사람 없었어?"
"네.... 아무도요. 아버지는 집에 손님이 방문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셨어요. 손님이 온다고 해도 완전한 아버지의 수족을 대신하는 사람들뿐이었거든요."
태림은 그의 질문에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렸다.
"한번은 여진 언니하고 절 남겨두고 엄마가 집을 나가려는 적이 있었어요. 엄마가 왜 그런지도 모르는 채 엄마를 붙잡고 울고 매달렸죠. 하지만 엄만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처음으로 매정하게 우리를 뿌리치고 나갔어요."
태림은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어 잠시 말을 멈췄다.
세준은 코를 통해 이불로 흐르는 태림의 눈물을 등을 만졌던 것처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자 엄마가 다시 들어오셨어요. 우린 그냥 엄마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소파 위에서 뛰고 소리치고 했었어요......... 그런데 말이죠, 지금은요..-울먹거리기 시작하는 목소리와 북받치는 감정이 말을 어렵게 말들었다.- 그때 엄마를 붙잡은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나만 없었더라면 엄만 행복했을 지도 몰라요."
세준은 이제 몸을 떨며 우는 태림을 등뒤에서 안았다.
"널 놓아두고 갔다면 엄마는 절대 행복하지 못했을 거야."
세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태림이 눈물을 멈출 때 까지 그녀의 맨 어깨와 팔을 쓰다듬으며 같이 아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