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귀향.
정시 합격자 발표가 있던날. '가'군..불합격.
'그럴수도 있지 뭐~사실 좀 상향지원한 느낌이야!'
'나'군..또 ..불합격..
'그래 운이 안좋아서 그런걸거야..'다'군이 있잖아~힘내자!'
'다'군..역시..불..합..격..-_-
'괜찮아~내년이 있잖아!ㅠㅠㅠㅠㅠ'
큰일이었다. 세군데 다 떨어졌으니..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엄마,아빠한테 뭐라고 하지? 배 아파서 시험보러 못 갔다고 할까?아니지..아빠가 시험장까지 데려다 줬었지..그럼..답안지 작성을 잘못했다고 할까.?아냐..그럼 더 한심해져..그냥 시집간다고할까? 이것도 아냐..미쳤다고 할거야..ㅜㅜ 그럼.. ???????'
잠실에서 성내지나 강변쪽으로 가다가 무슨 대교하나를 건너던 중이었다.
강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시퍼런 한강물이 금방이라도 살에 닿을듯한 느낌이 들었다. 뼈가 시리도록 차가운 느낌..
'젠장..추운건 정말 싫은데..-_-'
그때였다.
"학생! 거기서 뭐해? 여기 공사하는거 안 보여?"
당시 다리 신축공사 같은걸 하고 있었는데 인부아저씨였다.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려도 땅이 엠보싱화되어 솟아오르는 경우가 있다더니..맘대로 죽지도 못한다..
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이런 절묘한 타이밍! 영화에서만 존재하는게 아니었다-_-)
"너 오늘 발표나는 날 아냐? 어떻게 됐어??"
아빠였다..옆에 엄마목소리도 들렸다.
결국..나의 짧은 서울생활은 막이 내리고..난 도살장에 소 끌려가듯..고향으로 끌려내려갔다.
정든 학원친구들, 주인집 아줌마, 그리고..태하와의 추억을 남겨둔채.
#7.이별.
집으로 내려온뒤 나의 지위는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나 한지인..그깟 입시에 떨어졌다고 이렇게 초라하고 비참한 머슴이 될줄이야..ㅜㅜ
정말 말 그대로 머슴이었다.
아침에 눈을뜨면 가족들은 다 밥먹고 난 뒤.. 혼자 이것저것 챙겨먹고 나면 설거지는 물론이요, 청소에 빨래, 욕실청소까지.. 원없이 일했다. 그러고 나면 숨돌릴틈도 없이 시내에 있는 엄마가게로 향해야했다.
결혼한 뒤 나랑 내 동생 낳고 줄곧 집에서 살림만 하던 엄마가 장사를 하게 된건 다 나때문이었다. 서울로 공부를 하러간 내 뒷바라지를 하기엔 공부원인 아빠의 월급이 턱없이 부족했기때문에..그런 마당에 입시에 실패를 했으니.. 가게일을 돕는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가게 일이 끝나면 김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제 동생도 고3인데다 아빠가 건강상의 문제로 학교를 그만두셨기 때문에 앞으로 내가 공부를 하건 뭘 하건 밑천은 내가 마련해야 했다.
그렇게 바쁘게 지낸지 며칠쯤 지났을까?.. 태하에게서 전화가 왔다.
입시에 실패하고 바쁘게 내려오느라 미처 연락을 못한 내 소식이 궁금했나보다.
" 어디야..? 왜.. 연락 안 했어? "
"응..나 집에 내려왔어. 왜 전화했어?"
"왜라니...연락이..없길래..궁금해서.."
"이제 전화하지마. 연락 안 했음 좋겠어."
애써 차가운척, 싫은 척 하려했지만 힘들었다. 그래서 빨리..되도록 빨리 전화를 끊고 싶었다.
하하호호 웃어주며 합격 축하한다고 말하기엔 아직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기에.
"........"
태하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바보야! 이제 대학생되니까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지내.이제 우리 만날일 없을거야.'
태하가 좋은 사람 만날거라는 생각보다 이제 우리가 다시는 얼굴볼일 없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제.. 태하의 해맑은 웃음을, 그 아이의 눈을, 그 아이의 씰룩거리는 입술을 볼수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우리는 이별했다. 너무도 쉽게,그리고 아프게-
#8.전화.
몇달이 지났다. 집안일과 가게일에 익숙해 졌을 즈음..예기치못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여보세요"
"잘 지냈어?"
"누..구..? 태..하..야?"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단번에 알고도 잘 모르는척 했다-_-)
"응.. 내 목소리 안 까먹었네..?그냥..생각나서.."
"응. 잘 지내지? "
"응.. 나 오늘 너 닮은 사람 봤다..깜짝 놀랬어.."
"그래? 잘한번 꼬셔보지 그랬어?"
"그 사람은 너가..아니잖아.."
(요놈봐라..여전히 말은 예쁘게 한다. 귀여운 자식-)
"나 일하는 중이라 전화 길게 못 받아. 잘 지내"
"응..너두..또 전화할께"
끊고 나니 찝찝했다. 한편으론 아직 내 생각해주는 태하가 고맙기도 했지만..
맘은 아닌데..그렇게 차갑게 대할 것 까진 없었는데..하는 미안한 맘도 들었다.
그렇게 태하를 잊을만했을때.. 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 놈의 자식..잊을만 하면 전화해서 사람 염장을 지른다-_-)
"나 낼..군대가.."
(이번엔 확실히 질러주는군-_-+)
태하는 그렇게 가버렸다. 대한의 남아가 되기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