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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대 29살 (6편)

나다 |2005.04.13 22:41
조회 1,126 |추천 0

박우진. 그 녀석의 프로필이 내 책상위에 원수처럼 놓여져 있다. 이건 또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알 수 없는 놈이다.

 

"고 실장님 뭘 그렇게 보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아까부터 뭘 계속 보던데... 뭐에요. 어~~모델 사진이네. 박우진 잘 생겼다. 거기다가 20살 이번 패션쇼 모델인가봐요. 진짜 잘생겼다."

"그래 20살이야"

"고 실장님 영계한테 관심 있으세요"

"선미씨는 무슨 말을 그렇게해"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게 아닌데...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미안해 선미씨."

"아니... 농담이었어요."

"채영씨 모델 선발할때.. 추천 받은 사람 위주로 뽑은거야. 아님 아마추어도 이번 무대에 서는걸로 해서 뽑은거야"

"그건 잘 모르지만... 제가 알기로는 다들 실력이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알아주는 모델들이라고 하던데.. 뭐 문제 있으세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도 있는거에요"

"그건 아니야. 그냥 무대 경험도 없는 사람이 있을까봐 최고로 잘 하고 싶거든. 무대 조명때문에 현장에 있을거야. 모델들과 미팅은 채영씨가 좀 해줘. 옷 수선은 저녁에 내가 할게 그러니까 치수 좀 적어주고"

"직접 모델들과 같이 하시는데 낫지 않을까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일에 관심이 있는거에요. 아님 모델한테 관심있는거에요"

"둘다에 관심있어요"

 

선미는 23살이다. 관심을 보인다고해서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다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질책만 당할뿐이지...  내가 관심을 보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면... 주위에서 아마 미쳤다고 할 것이다. 회사에 소문이 이렇게 나겠지. 고 실장.. 영계에 침흘리다.  닭도 영계만 먹다.

 

"먼저 나게보겠습니다"

"다녀오세요. 실장님"

"수고 좀 해줘 채영씨"

 

절묘한 타이밍에 울리는 핸드폰... 거기에 찍힌 친구의 전화번호...배부른 아줌마( 김 경란)

 

"무슨 일이야"

"일해. 바빠"

"밖에 외근 나왔어"

"잠시보자"

"무슨 일이야"

"커피 한잔하자"

"바쁜데.."

"웃기시네.. 튕기지 말고 나와. 노처녀 혼자 놀까봐 우리가 놀아주는게 고맙지 않냐"

"고맙기는.. 집에 무슨 일 있는 것 아니야'

"만나서 얘기하자"

"알았어"

 

최대한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

"그 꼬마신랑이랑 잘 되어가"

"그 얘기 궁금해서 보자고 했어... 너희들 친구 맞아. 어쩜 내가 보고 싶어서 내가 궁금해서 만나자고 한게 아니구만... 못된 것들"

"당연 네가 더 중요하고, 보고 싶었지"

"뻥까시네"

"친구을 믿어. 우리를 믿어봐"

"만났어.  만났는데.. 나보고 아줌마라고 하더라... 기가막혀서"

"꼬마신랑 제대로 눈 달렸네. 아줌마 맞지"

"난 결혼도 안했어.. 너는 아줌마지만 난 아직 아니야. 내가 어딜봐서 아줌마냐."

"어린 꼬마신랑한테는 아줌마지.  지나가는 교복입은 애들한테 물어봐. 널보고 아줌마라고 하지 언니라고 부르는 인간이 몇명이나 되겠냐. 현실을 똑바로 봐"

"이씨 미워... 삐졌어"

 

그 때 커피숍 유리벽 넘머로  그 녀석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또래 친구들과 함께.  역시 어린 녀석들이다. 누가 봐도 누가 뭐라고 해도 20살로 보이는 그런 어린 녀석들이다. 나와 다르게...

 

"누구야. 아는 동생이야"

"저 애들과 다니면 이모와 조카 사이로 보겠다. 안그래"

"당근이지. 땟깔부터 틀리잖아. 피부 좀 봐라. 뽀송뽀송한게... 우리도 저런 나이가 있었지. 그런데 아는 사람이야. 모델같다"

"그 녀석이야"

"누가.. 누가... 어느 남자... 왼쪽. 오른쪽. 가운데.. 누구야"

 

아예 유리벽쪽으로 몸을 돌리는 친구들... 관심이 지대하게 많다. 아예  유리를 뚫고 나가지 그래. 한심한 것들.. 이게 친구라고... 내 팔자야

 

"모자 쓴 놈"

"세상에.. 세상에.. 왠일이야. 땡잡았네. 우리 민희 땡잡았네.'

"저런 킹카 꼬마신랑이였어.  외할아버지 능력있네. 나는 어떻게 안되겠냐. 외할아버지한테 어쭈어봐라"

"장난하냐. 장난해"

"못 이기는척 외할아버지 말 들어"

"꼬마신랑이랑 살면 신경 꽤 써야겠다"

"소개시켜줘야한다. 꼭~~`"

"지랄"

"속으로는 좋으면서..... 내숭은"

"그럼 니가 해. 넌 할 수 있어"

"못하지"

"너는"

"나는 결혼했잖니. 두번 결혼하라면.. 저 꼬마신랑도 좋지. 결혼하니까 그 인간이 그 인간으로 보이더라. 괜찮아... 결혼하면 늙은 놈이나... 젊은 놈이나 다 똑 같이 정신 못차리는 것은 같아. 나이 많아서 포근하고 감싸줘. 개뿔이나 감싸주는 줄 아냐.  삐지기는 얼마나 잘하는지.. 내가 미쳤지"

"또 신랑이랑 싸웠어. 연애할때 모르고 했냐. 나이차이 좀 나면 니한테 더 잘해줄것 같아서 그래서 했잖아. 그것도 아니야"

"아니야'

"그래도 넌 위로 6살 차이야. 아래로 9살 차이는 아니잖아. 내가 아니 남이  연하와 결혼한다고 하면 그래 사랑하면 해라. 쉽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왜냐 내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막상 내 일이 되니까. 못하겠더라..아무리 생각해도 못하겠더라"

"고 민희 아자 아자 가자"

"학창시절에 너 맨날 아자 아자 가자. 어딜 그렇게 가자라고 외쳤는지"

"우리 20살때 뭐했니... 기억도 안났다"

"우리 20살 때"

 

재연. 시간은 1996년 20살.  세 명의 여학생이 캠퍼스를 누비면 유행하는 그 당시 유행하는 스타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을 내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던 시절.

 

"우리과 오빠들은 다 나만 쳐다봐"

"나도 그래... 이 놈의 인기는 날이 가면 갈수록 더 높아만지는지.. 피곤해죽겠다니까? 싸인해 달라는 오빠도 있다"

"나도 그래. 싸인 연습하고 있잖아"

"좋겠다. 전부 여자들이라서 별 관심이 없더라.. 쳐다보는 언니들은 눈에 힘만주고... 내가 그렇게 미운지.. 미운 털이 박혔어"

"걱정마 민희야. 우리가 있잖아."

 

착각의 늪... 너무 빠져있다...

 

"저기 저 오빠 아까부터 나만 쳐다봐..부끄럽게"

"애 또 시작이다. 너가 아니라 나야 나...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저 오빠. 학교에서 유명하더라...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야.  우리과 언니랑 사귀는 걸로 아는데..."

"무슨 킹카가 저렇게 촌스러운지... 아니다 애"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보는 눈이 영...어둡다."

 

그야 말로 세상에서 제일 잘난 여자라고 생각하면 코대가 하늘를 찔렀다.  그렇게 두 명의 여자들은 20살을 공주병 말기 환자로 보았고, 각종 소개팅. 미팅은  학교가는 것보다 더 많이 했고,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나가서 노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였다. 물론 예외는 있다.(왜 저는 아니에요. 제 20살도 화려했어요.) 20살이라고 다 화려하지는 않지.. 가슴에 손을 얻고 생각해봐. 왕년에 잘 안나갔던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러나 그 왕년이 언제야... 뻥치시네..

공부만 했잖아. 남들 놀때 나이트 갈때 넌 독서실에 있었고, 남들 소개팅, 미팅할때 동아리 활동 기껏해야 교수님 심부름만 했잖아.

 

"진짜 추억할게 없네.. 그래도 잘 웃고, 행복 했던 것같다. 친구들과 수다떠는 것 좋아했고, 친구들과 영화나 공연같은 곳에 자주같고, 언니 오빠들 귀여움도 많이 받고... 그랬던 것 같다. 실수해도 다시 할 수 있었고, 사랑에 실패해도 행복했던 추억이 있었던 같다. 사람을 아무 조건없이 믿을 수 있었고,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

 

"그런 일도 있었지"

"그때 그 킹카 오빠 있지. 지금 뭐하고 있을까? 끝내 그 언니랑 헤어졌잖아. 내가 대쉬해보는 건데.. 아쉬워"

"갑가지 선배님들 전화 받고 나가면 보험 가입 좀 해달라고 하고, 책이나 좀 사달라고 오고.. 그런 전화 가끔 받는다고 하더라"

"다들 왜 그렇게 사는지.. 그 잘나가던 미란언니있지. 남편 잘못 만나서 이혼하고 혼자산다고 하더라"

"삶이 그렇지 뭐"

"나 들어가야해"

"그래 들어가"

"꼭 꼬마신랑 소개시켜줘야한다"

"아무튼 지랄"

 

친구들과 헤어졌다.  우린 가끔 만나서 남의 인생사 이야기를 한다. 언제부터 그런 얘기들을 하게 되었을까?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왔다.  모든 능력을 이번 패션쇼에 집중해야한다..  그런 녀석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하나에서 열까지 꼼꼼히 챙기지 않으며 쇼를 망칠지도 모른다.  꼭 이번 쇼는 성공해야한다.

 

"아줌마"

 

이 목소리는...

 

"여기는 어떻게... 오늘 미팅있지 않았어"

"지금은 6시에요. 당연 일 끝나고 왔죠"

 

그때서야 시계를 보았다. 벌써 6시구나....

 

"끝났어'

"대충요"

"그럼 집에 갈 일이지.. 여기는 무슨 일이야"

"저녁같이 먹기로 했잖아요"

"생각 없어"

"먹고해요"

"조명 감독님 여기 조명 한번만 쏴주세요. 조명이  마음에 안들어요. 분위기 있게 연하게 좀 해주세요"

"이렇게"

"네.. 이 색깔의 조명으로 해주세요. 4번째 무대에 넣어주세요"

"알았어요. 민희씨 저녁이나 먹고 하지요"

"드시고 오세요. 저는 조금 더 있다가 먹을게요"

"고 악바리 아니라고 할까봐. 일에 대해 무서운 걸이야. 근데 옆 있는 저 청년은 조카야"

 

헉~~~

 

"조카 아닙니다"

"조카 맞아요"

"어는 말이 진짜야."

 

조명 감독님이 나가시고.. 한동안  조용하니.. 썰렁한 기운마저 돌았다. 썰렁한 이 기운. 부담스럽고 싫다..

 

"저 아줌마 조카 아니잖아요"

"그럼 뭐라고 얘기해."

"결혼 할 사이요"

"결혼 안 할거잖아"

"그건 모르죠"

"모르긴 뭘 몰라"

"아줌마 혼자 저녁먹어요"

"혼자 먹을거야. 이거다 혼자먹을거야. 그러니까 가라"

"귀여운 아줌마 배터지게 먹어요"

 

저 어린 놈이 사온 도시락을 열어 한입 가득 먹었다.

 

"야"

"왜 불러요"

"이렇게 맛 없는 도시락 누가 먹어. 너 일부러 그랬지.. 치사하게"

"내가 알고 사왔나요. 맛 없으면 먹지마요.  대게 까다롭게구네. 아무거나 잘 먹게 생겨가지고..."

"뭐야 그럼 내가 식순이로 보인다는 말이야. 이 도시락 당장 갖고 가."

"아줌마"

"왜"

"알았어요. "

 

저자세로 나오는 저 어린 녀석. 무서운 녀석이다. 무슨 속셈일까?

주섬주섬 도시락을 챙겨 말 없이, 군소리 없이 나가는 저 녀석..

 

"내가 좀 심했나.. 에이 몰라.. 배째. 배째. 골치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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