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130 - 제3장 다시 세상으로 66 - 내글 -
- 세월은 만남의 기쁨을 더하기도 하지만, 쌓아놓은 세월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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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의 안타까워하는 말에 수도 더 이상 심한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정민은 곤혹스런 표정을 지우지 못했지만 같은 자식을 두고 있는 부모 된 처지를 떠올리며 일단 아기의 처리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주군, 이 아기는 당분간 제가 맡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아기를 품에 안고 있던 아고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불쑥 아기를 맡겠다며 정민에게 허락을 구했다.
“으응! … 아니, 부모의 의견이 중요하단 말을 했지 않았느냐?”
“그래도 이 아이를 제게 맡겨 주셨으면 합니다, 주군!”
“어허, 참나! 네가 또 고집을 피우려하는 거냐?”
“화, 황공합니다, 주군! 그게 아니라….”
정민의 책망을 들은 아고는 바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그럼, 그렇게 그 아이를 맡겠다고 나서는 이유가 무엇이냐?”
정민이 다시 묻자 아고는 잠시 침묵하다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사, 사실은 이 아이에게서 아수의 기운을 느꼈기에….”
“뭐, 뭐라고! 아수라 했느냐?”
“네, 확실치는 않지만 아수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며칠 더 살펴보면 확실한 것을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아수와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주군!”
아고의 말을 듣고 정민은 순간 전기에라도 감전된 듯 온몸이 굳어 옴을 느꼈다. 아수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는 아고의 말은 정민을 또 한 번 혼란에 빠지게 했다.
“참으로 인연의 끈은 질기기도 하구나…!”
“주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 아니다! 잠시 딴생각을 했다. 그 아이는 우선 부모에게 맡기자. 그리고 당분간은 아이의 신상에 대해 비밀로 해야겠다. 아고는 특별히 그 아이를 잘 살피도록해라. 아직 어린아이니 큰일을 저지르지는 못할 터이나 조심해서 다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준일 씨는 김 문관님 식구들에게 비밀을 지켜주기 바랍니다.”
“형님,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씀 나춰주십시오. 동생은 동생답게 대접해 주셔야합니다.”
“허, 알겠… 알았어, 아우!”
정민은 말을 하려다 준일의 눈치를 다시 보고 말투를 고쳤고, 그제야 준일의 굳었던 얼굴이 펴졌다. 잠시 후 김인문의 아이를 제외한 다섯 식구가 깨어났다.
김인문은 일요일을 맞아 집에서 쉬고 있다가 갑작스런 준일의 방문을 받고 놀랐다. 김인문은 어제 퇴근길에 병원에 입원해있는 준일의 식구를 병문안 하면서 두 달째 의식불명의 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난데없이 준일이 더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고, 게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셋이나 거느리고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김인문이 더 놀랬던 것은 정민이 살아 있으며 같이 온 여인들 중에 한 사람이 죽었던 정민의 아내인 연정이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김인문이 놀란 마음을 정리하기도 전에 준일은 곧바로 갈 데가 있다면서 재촉을 하였고, 얼떨결에 준일을 따라나섰다.
“김 문관님,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허, 정민 씨! 살아 있었군요. 정말 이게 꿈은 아니지요?”
“하하하, 이사관님도 꿈이라면 저랑 같은 꿈을 꾸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계신 김 교수님도 같은 꿈을 꾸는 거 아니겠어요. 여기모인 사람이 동시에 같은 꿈을 꾸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진 않으시겠지요!”
“그, 그렇군! 정말 반갑소이다. 정민 씨가 실종된 뒤로는 마음의 짐이 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와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이 자리에 윤 장군도 같이 있다면 정말 금상첨화인데.”
“윤 장군이라뇨?”
“아, 형님께 말씀을 못 드렸군요! 윤도형 소령님이 지금은 별을 달고 중장이 되셔서 3군단장으로 계십니다. 형님 때문에 우리들 인연이 깊어져서 지금까지 가끔 만나서 가족회식도 하고 그랬습니다. 아마도 이번 보직변경 땐 정보본부장으로 유력한 후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세 사람이 모이는 게 되죠!”
“그렇군, 모두들 잘되셨다니 정말 기분 좋습니다!”
정민은 준일의 설명을 듣고 자신과 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이 잘되었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정민은 문득 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민이 동방상제의 술수에 말려 백일동안 수련을 했던 산에서 내려와 처음 신세를 졌던 강인회였다.
“김 문관님, 혹시 강인회라고 기억나십니까?”
“아, 그 사람! 너무 잘 알지요. 사실 정민 씨가 실종되고 나서, 한 달 정도 흘렀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나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정민 씨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 만났는데, 그때 이후로 죽 연락을 취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의 소개한 의사 덕에 손자까지 보았으니까, 하하하!”
김인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민과 아고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준일 역시 정민의 얼굴색이 변하자 지난날 수에게서 들은 동방상제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에 의미를 깨닫고는 자신도 모르게 얕은 신음을 흘렸다. 김인문은 기분 좋게 웃다가 주위의 분위가 갑자기 변하자 어리둥절해했다.
“갑자기 왜…?”
“아, 아닙니다. 강 박사님이 의사를 소개 하셨다고 했는데, 그 의사는 강 박사님하고 어떤 관계인지 혹시 아십니까?”
“강박사의 사위인데…, 뭐 잘못된 일이라도 있는 가요, 정민 씨?”
“그, 그렇군요! 그때 중학교 다니던 딸이 있었는데, 의사랑 결혼을 했군요.”
“강 박사가 사위를 맞이할 때 대단했어요. 꿈에서 점지 받았다고 자랑이 대단했고, 결혼식도 그렇게 성대하게 치러진 건 처음 봤습니다. 강 박사 사돈이 힘이 있는 사람이라 정, 재개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은 모두 얼굴을 내밀었으니까….”
김인문은 자신의 말을 듣고 정민의 얼굴이 더욱 굳어지자 이야기를 계속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다. 정민은 김인문의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저, 정민 씨!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모두들 시장할 테니 차려진 음식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계속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색한 침묵을 깨고 연정이 말을 하자 그제야 정민의 얼굴이 펴졌다.
“자, 그럽시다! 아우, 그리고 김 교수님과 김 문관님 식구 모두 저리로 갑시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 했습니다. 우선은 배를 채우면서 지난 일들을 이야기 하며 회포를 풀도록 하지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제가 다시 사람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그래서 생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음식을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정민은 이야기를 끝내고 먼저 나서 하란과 가영, 그리고 솔이 나서서 차린 음식상을 향했다. 수와 연정이 어느 틈엔가 차려진상에 신통력을 발휘하여 화려한 장식을 더했고, 신수 산다가 자신의 몸에서 지하광장에서 자라는 약초를 이용하여 술을 빚어냈기 때문에 아주 훌륭한 상차림이 되었다.
모두들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신수 산다의 본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겁에 질려 쉽게 음식에 손이 가지 못하고 있었고, 정연의 곁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가영의 모습에 김준성의 두 딸은 눈을 떼지 못하고 노려보느라 차려진 음식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정민이 나섰다.
“산다야, 네 모습이 너무 흉한 모양이다. 좀 예쁜 모습으로 바꾸어라.”
- 네, 주인님!
“그리고 이제부터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보겠습니다. 그래야 이 음식을 먹고 뒷간으로 달려가는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정민의 어색한 농담은 모든 이들을 웃게 만들었고, 이어진 정민의 각각을 소개하자 어색함이 사라졌고, 신수 산다도 세상에서 지낼 때의 모습으로 변해 모두들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들기 시작했다.
정민의 지시로 지하광장의 곳곳에 사람들이 지낼 집들이 만들어졌다. 물론 수의 신통력이 가장 빛을 발휘되어 신단수를 중심으로 사방에 네 채의 집이 지어졌고, 나무의 기가 흐르는 작은 광장에는 사람들이 지낼 집이 좀 더 크게 지어졌다. 정민은 신단수 안에 머물기를 원했기 때문에 신단수 사방에 지어진 집에는 연정과 수, 아고, 그리고 정연이 머물기로 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나무의 기가 흐르는 곳에 지은 집에 머물게 되었다. 하지만 아고의 주장이 받아져 김인문의 며느리와 아기는 아고가 지내는 곳에서 산후 조리를 하기로 했다.
‘후, 이제야 한시름 놓이는군. 그러나 저러나 셋을 거느리고 살게 되었으니 어찌한다.’
“정민 씨,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세요?”
“으응, 그냥!”
“호호호, 정민 씨는 거짓말을 못한다니까! 항상 얼굴에 나 거짓말하고 있소 하고 나타난다니까. 무슨 생각을 했기에 그렇게 당황하세요?”
“아, 아니…!”
“호호호, 오라버니! 언니랑 두 분이 뭘 하시나?”
“주군, 아고입니다!”
정민이 연정의 물음에 대답을 하려 입을 열려는 순간 수와 아고가 신단수 안으로 들어섰고, 수의 짓궂은 물음은 정민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왜, 왜들이래? 난 아무런 짓도 안했단 말이야!”
“호호호, 도둑이 제발저리신건가?”
“호호호!”
“풋…!”
수가 던진 한 마디에 연정은 웃음을 참지 못했고, 아고 역시 억지로 참으려하는 웃음을 흘렸다.
‘후후후, 이렇게 되는 거였군! 하늘님의 뜻은 이것 이었어. 어둠속의 인연인 아고, 사람의 인연으로 맺은 연정, 그리고 하늘님의 의지로 맺은 수, 이렇게 세 가지인연과 두 가지 영이 내 몸속에 하나로 담겼다. 게다가 나의 분신인 연이 까지 이렇게 세상을 지킬 인연을 만들어내게 되기까지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 했던 것이었어. 이제 남은 건 세상을 지키는 일만 남았군!’
정민의 연정과 수, 그리고 아고의 웃음소리를 어깨너머로 들으며 차츰 어두워지는 거대한 지하광장을 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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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장을 마쳤습니다.
요즈음 제가 병원에 다니며 독한 약으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신이 맑지 못합니다.
그래서 4장의 이야기는 다음 주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