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용윤정씨가 사망한지 일주년이 지났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본 사건이 발생한 병원 관계자입니다. 오랜 시간이라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터넷상에 고인에 관련된 글이 돌고 있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2004년 4월 4일부터 부검결과가 발표되고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 몇 달간 겪은 수모와 고통은 아직까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금도 언뜻 그때 생각이 나면 말없이 담배 한가치를 빼 들고 한길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옵니다. 물론 그러한 마음은 아내를 잃은 남편과 자식과 형제를 사별한 식구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당시 이 사건에 연루되어 각종 매스컴에서 취재를 하셨던 신문 또는 방송사 직원 분들이나 직접적으로 병원을 상대로 시위를 하셨던 분들, 온라인 상에서 무참하게 돌팔매질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으셨던 분들 모두 부검결과가 발표되고 의사의 혐의가 없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한마디 사과조차 하시는 분들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평소에 환자들 상대로 돈 많이 벌었으니까 가끔씩 치르는 그런 곤욕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지난 4월 9일 출범한 의료소비자 시민연합의 모토는 “의료사고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의료사고 없는 세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의료인은 자신의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하고 과실이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책임을 질것이고 불가항력의 사고에 대해서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현대의학의 한계를 이해하고 수긍하는 것. 이것이 “의료사고 없는 세상’ 아닐까요?
본 사건의 핵심은 [양수색전증]이었습니다. 양수색전증은 밝혀지지 않은 어떤 원인에 의하여 양수가 산모의 체내로 유입되어 산모가 호흡부전, 심혈관계 허탈, 혼수 등으로 사망하는 질병으로 분만 전후 또는 소파수술시에도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폐혈전색전증과 함께 산모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워낙 짧은 시간 동안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며 사망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의사들이 대처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고인의 사망원인은 바로 양수색전증이었습니다.
사건이 마무리 된 후, 고인의 보호자 분이 당시 카페에서 활동하신 네티즌 그리고 주위 분들에게 보낸 글을 첨부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본 사건의 본질을 납득하시고 이해하시는 분들께서는 혹시라도 다른 곳에 떠도는 글이 있는 곳에 저의 글을 옮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동안 저희 가족들의 불행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시고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 주셨던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 말씀 올립니다.
황망한 일을 당하여 절망과 슬픔 속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지만 함께 해주셨던 여러분들 덕분에 무사히 망자의 49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이제 저는 청화병원 의료 사망 사고의 원인과 사인을 규명하고 병원측과의 원만한 합의에 이르게 되었기에 그 경과를 보고 드리고자 합니다.
인정할 수 없었고 인정하기도 싫었지만, 현재 저희 가족의 불행은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산모 몇만명당 한명꼴로 발생한다는 양수색전증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양수색전증이란 양수가 손상된 혈관에 유입되어 급격한 혈압변동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현대의학에서 조기진단이나 예방 및 조치가 불가능한 불가항력적인 희귀질환이자, 산부인과 의료사고 중 의사의 과실을 물을 수 없는 대표적인 질환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저는 사인이 병원 측의 의료과실 또는 진료 태만에 의한 과다출혈이라고 생각하고 청화병원을 의료정의의 차원에서 응징하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사인이 병원 측의 의료과실과는 무관한 양수색전증에 의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병원 측과 원만한 합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여러분들께 있? ?그대로의 사실을 고하고 이제 그만 이 슬픔을 가슴 깊이 묻어두려 합니다.
이에 저는 그동안 본의 아니게 청화병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크나큰 손실을 끼쳤던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 그리고 특히 유가족의 입장에서 끝까지 인내해 주시고 위로와 성의를 아끼지 않으셨던 청화병원 원장님께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저는 더 이상 청화병원측에 대해 의료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이 지면을 통해 밝히는 바입니다. 또한 인터넷과 다음카페를 통한 커뮤니티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각종 고소 고발의 취하는 물론 청화병원에 대한 음해나 악의적인 여론 조성을 삼가겠습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셨던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04년 문XX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