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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친구여야만 하는걸까요.

serendifity |2005.06.03 22:56
조회 210 |추천 0

그 사람을 한 커뮤니티에서 만났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작가의 팬카페였지요.

저나 그사람이나 처음에는 서로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그사람의 존재를 알았고, 우연히 만화를 그린다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평소 예술분야게 있는 사람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북돋아주는걸 좋아하는 저는

당연히 그사람의 개인홈페이지에서 그림과, 그의 글을 접했습니다.

아픈 사랑을 했던 사람이더군요. 저 마찬가지, 가슴아픈 사람을 막 끝내던 시점이었으니

마음에 많이 와닿고 신경이 쓰였어요.

'그림 잘보고 갑니다, 화이팅'

'감사합니다~ 저두 답방!'

이런식으로 그사람과 저는 친해지게 되었지요.

 

좋은 사람이다..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팬으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안부를 걱정하듯

거의 매일 그사람의 일과가 끝날무렵 네이트온에서 만나

사는이야기, 서로의 생각등 늦은시간까지 대화를 했었죠.

서로 마음이 참 잘 맞았어요. 공감대도 넓었구요.

그사람이 더 나에게 관심을 많이 보이기에 좋아하나? 하고 혼자 생각할 정도로, 그사람도 나를 여러모로 맘에 들어했습니다.

그러다가 그사람이 제가 사는 곳으로 여행삼아 오고 싶다고 하더군요.

우린 5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살고 있습니다.

아직은 무명인 작가라 돈도 여의치 않고, 멀고 피곤할텐데 괜찮겠냐고 했더니, 괜찮다며,

좋은 사람을 만나는데 그정도는 감수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잠시 여행삼아 다녀오고 싶다면서요.

 

약속된 날이 다가올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한겁니다.

전 누가 좋아지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하거든요.

 

매일저녁 버릇처럼 그사람이 로긴할때까지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던 날들이 생각났습니다.

그사람 한마디 한마디에 나도모르게 활짝 웃고 있다는것도,

(저는 좀 내성적인데다, 친구들도 멀리 살아서 대화도, 만남도 한달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 정도입니다.)

몰랐거든요. 내가 그랬는지.. 뒤늦게 깨닳았을때, 알아버렸습니다. 제가 그사람을 좋아한다는걸요.

서두르고 싶지도 않았고, 그사람 마음도 모르니, 우선은 내마음을 모른척하기로 했습니다.

 

약속된날 그사람과 만나서, 저는 그동안 사람들에게 들어온 이 지역에 가볼만한곳, 맛있는 식당등지를 데려다니며, 

너무도 신이나서 마치 처음 말을 할수 있게 된 사람처럼, 말하고, 웃으며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차가 무질서한 지역인지라 길이 좀 위험한데,어느새 그사람이 저의 어깨를 감싸고 보호는걸 알았습니다.

스킨쉽이 어색한 저이지만 싫진 않았고, 또 따뜻한 그의 손에서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듯 했습니다.

저녁엔 학생때 자주 가던 술집에 들러 옛기분에 젖어 얼큰하게 술도 마셨지요.

그와 함께한 시간동안 단 1초라도 행복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을 정도로 우린 정말 좋았습니다.

그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도 따뜻했습니다. 제마음을 꾀뚫어 보는것 같아서 전 괜히 눈을 피하고 머쓱하게 웃었지요.

 

원래 계획은 찜질방서 식혜마시면서 밤새 떠들기로 했는데,

종일 너무 걸은데다, 좀 과하게 술을 했더니 제가 좀 많이 취했었어요. 그사람도 그렇구..

좀 쌀쌀하고, 술김에 너무 추워서 오들오들 떨다가 그사람이 이끄는데로 그냥 그렇게 가다보니

여관앞이더라구요. 

제 생각이 좀 어린건지, 전 그냥 잠만 잔다는 생각을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들어갔습니다.

'여관인데두 괜찮겠어? 찜질방 찾기도 힘들고,,너 너무 취했고, 너무 떨잖아.. 이해하지?'

지방이라 찜질방은 좀 찾기 어려운게 맞다고 술김해 생각하면서, 이렇게 내 의견을 물으니 수긍했지요. (사실 너무 추워서 아무생각없었습니다만)

하지만, 뭐..그렇게 된거지요... 그사람과 저는 그렇게 관계를 가졌습니다.

전 아무래도 그사람이 좋았고, 경험자체가 처음도 아닌지라, 그와의 포근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그사람을 배웅해주는데, 그사람은 어느새 눈빛이 조금 변해있더군요.

어제의 그가 아닌것 같았습니다.

저는 벌써 마음의 고삐가 풀려버렸구요.

'우린 좋은 친구로 남을수 있지?'

그의 마지막 한마디였습니다.

 

그가 돌아가고, 그는 연락도 없고, 메신저에도 잘 들어오지 않더군요.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도 대답이 없고, 마찬가지로 제 홈피에도 오지 않구요.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했더니, 조금 부담스러워 하는것 같았습니다.

그사람은 그냥 그렇게 여행삼아, 하루 즐기는 그런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더군요.

서로 즐거웠으면, 그걸로 된거라고...

저보다 7살이 많은 그사람.. 어른이면 원래 그런건가 하며, 씁쓸한 마음을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좀 억울했습니다. 분명 우리가 만났던 날 그사람의 눈빛은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았거든요.

미친척하고 내마음을 이야기했더니, 역시나 부담스러워 하면서, 미안하지만, 친구이상은 힘들겠다고 합니다.

더이상 내가 그런마음으로 자기를 대하면 어색해질꺼고, 또 멀어져 버릴거라는걸 알라고 하더군요.

자기는 사는게 바쁘고, 또 그림이라는 중요한 일이 남아있는 이 시점에, 사랑도 연얘도 사치라고...

언젠가 다시 사랑은 할꺼지만, 나는 아니랍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사람에게 의지하게 되는 나를 봅니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그사람 걱정을 합니다.

그사람도 좀 무미건조한 말투이지만, 자기 딴에는 성실하게 내 고충을 이해합니다.

저를 '자네'라고 부르면서 말입니다. 정말 좋은 친구라도 되어 버린 걸까요....

 

며칠전 그사람 홈피에서 그런 글을 봤습니다.

잘지내냐는 지인의 메세지 아래 달린 답글을,

'오빠 요즘 너무 외로워.. 아가씨좀 소개시켜줘..'

 

사랑이란 감정도, 연얘도 사치라면서, 뭘까요.

 

왜 나는 안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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