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드라이브 (1부)
사무실에는 훤칠한 키에 젊은 남자가 상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 듯 보기에도 잠을 설친 사람처럼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 이쪽으로 앉으세요.”
남자는 걷는 것조차도 무척 힘들어했다.
“ 무슨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 ”
-“ 예. 다름이 아니고 저에게 귀신이 붙어있는지를 좀 알아보려고 왔습니다.”
“ 귀신이 붙으신 것 같다........
혹시 그렇게 생각하시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
-“ 주위에서는 저를 정신병자라고 하더군요.”
“ 정신병이요? 무슨 행동을 하시기에 그런 얘기를........”
-“ 저야 아무런 문제도 없죠!
그런데 주위에서는 저보고 귀신이 씌웠다고 하기도 하고
정신병이라고 하기도 하네요.”
“ 글쎄요........
지금 제 눈에 보이기로는
현재 손님 몸에 귀신이 씌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정말로 그런 게 눈으로 보이시나요? ”
“ 하하하........ 물론이죠!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귀신을 잡으러 다닙니까? ”
-“ 아~~ 그렇군요!
그럼 저는 지금 귀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건가요? ”
“ 그건 제가 확인을 해 봐야합니다.
현재 손님의 몸에 귀신이 씌운 건 아니지만
만약 확인을 해 본 결과가 귀신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손님께서 귀신의 영향을 받고 계시다는 것이 되겠죠. ”
-“ 그럼 빨리 확인을 좀 해주세요. ”
나는 곧 바로 남자의 몸에 령(靈)의 흔적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 제가 확인을 해 본 결과 손님의 몸에 령(靈)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 그럼.........”
“ 손님께서 지금 정신적인 문제로 시달리신다면
그 이유가 아마도 령(靈)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거죠! ”
-“ 그렇다면 혹시 어떤 귀신인지도 알 수 있습니까? ”
“ 예! 하지만 그 령(靈)을 만날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러려면 손님 집부터 먼저 방문을 해봐야 하고요.”
-“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나는 남자와 함께 그의 집으로 향했다.
남자는 자신을 아직 신혼이라고 소개하며
아내가 요즘 들어 여기저기 자주 아파서
집이 몹시 지저분할 것이라며 걱정을 했다.
그리고 임대아파트라 좀 작긴 하지만 그래도 둘이 사는 데는 딱 좋다며
자신의 집이 작다는 것이 조금은 창피한 듯 미리 내게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는 곧 남자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남자가 먼저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남자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막 신발을 벗으려 할 때였다.
“ 헉! ”
나는 신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려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현관 맞은편 거실에서 한 여인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말이다.
여인은 나를 보더니 안으로 들어오라며 손짓을 했다.
령(靈)이었다!
너무나도 의외의 현상이었다.
보통의 령(靈)들은 나를 만나면 서둘러 자신을 숨기려고 하는데
지금 내 눈앞에 서있는 여인의 령(靈)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오히려 나를 반갑게 맞아주고 있었다.
“ 법사님~ 어서 들어오세요! ”
-“ 아~ 예.........”
남자는 이 광경을 볼 수 없을 테니
그에게 이런 내 행동들이 이상하게 보였음은 너무도 당연했다.
나는 여인을 바라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여인은 환하게 웃으며 내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이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집안은 온통 령(靈)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 법사님! 이곳이 제가 살고 있는 집입니다.
우리 집사람이 몸이 좀 아파서 집이 많이 지저분하네요.......”
-“ 아닙니다! 깨끗한데요.
아직 신혼이시라 그런지 집안 가득히 깨소금 냄새가 진동을 하는걸요.”
“ 저도 우리 집사람만 아프지 않으면 아무런 걱정이 없을 텐데........”
-“ 실례지만 부인께서는 어디가 아프신데요? ”
남자는 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해 주었다.
나는 한편의 소설 같은 그의 얘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혁주는 시원하게 뻗은 서해안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
시속 140km를 넘나드는 속도는 혁주의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렇게 한적한 심야에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달리다 보면
그 질주는 어느새 그의 고향인 김제까지 이른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그의 고향집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매번 그렇듯
차는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곧바로 유턴을 하고야 만다.
바로 코앞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집이 있었건만
그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자리에는 늘 그의 사랑하는 여인이 함께했다.
“ 혁주씨! 졸리지 않아? ”
-“ 괜찮아~
이따가 정이나 졸리면 휴게소에 들려서 잠깐 쉬었다가 가지 뭐! ”
“ 미안해 자기야!
자기는 내일 출근해야 하는 사람인데 괜히 나 때문에 잠도 못자고.........”
-“ 얘가 갑자기 왜이래? 분위기 이상하게! ”
은지는 혁주에게 늘 미안했다.
그리고 항상 은지를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혁주가 너무나 고마웠다.
혁주는 늘 심야시간을 이용했기 때문에
고향집을 바로 앞에 두고서도 부모님께 들릴 수가 없었다.
한참 주무시고 계실 부모님이 깨실까 봐도 그랬고
또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할 혁주였기에
부모님께 괜한 걱정을 끼쳐드릴까 봐서 들릴 수가 없었다.
“ 은지야! 나는 하나도 힘들지 않으니까 제발 아프지만 마.........”
-“ 그럼 그래야지!
내가 아프면 우리 자기랑 드라이브도 못하잖아.”
“ 그러니까 약도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란 말이야!
자기 지난번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한테 또 야단맞았다며? ”
-“ 알았어. 알았다구!
으이그 그 놈에 잔소리.......
내가 자기 잔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빨리 나을 거야.”
은지는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2년 전 은지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
그 뒤로 찾아 온 우울증 때문에
은지는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치료와 혁주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였으나
아직도 우울증의 영향으로 인해 대인기피증 증세를 보였다.
그래서 자신의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오지 않는 은지였다.
이렇게 한가한 새벽에 두 사람이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그나마 은지의 유일한 외출이었다.
은지는 부모님을 여의고 난 후 혼자 남게 되었고
혁주는 큰 슬픔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은지를 그대로 혼자 둘 수가 없었다.
끝까지 싫다고 하는 은지를 간신히 설득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데리고 온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점점 심각해지는
은지의 우울증을 고쳐주기 위한 혁주의 마음이 있기도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동거는 시작되었고
혁주의 극진한 사랑과 정성으로 은지의 상태도 점차 좋아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다.
“ 은지야! 다음번에는 집에 들렀다 오자.
우리가 함께 살고 있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말이야.”
-“ 글쎄........ 그런데 혁주씨 부모님이 날 좋아하실까? ”
“ 당연하지! 특히 우리 엄마가 너 좋아하잖아.
자기가 워낙에 싹싹하고 애교가 많아서 엄마가 반한거지 뭐! ”
-“ 난 두려워! 혹시 나 싫다고 하실까봐..........”
“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자기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알았지? ”
-“ 응.........”
하지만 결국 은지는 혁주의 부모로부터 허락을 얻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두 사람은 아직까지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그냥 둘이서만 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부모님과의 왕래도 끊어진지 이미 오래 되었다.
“ 법사님! 혹시 우리 집사람이 우울증 말고도
다른 곳이 자꾸 아픈 것도 귀신과 관련된 문제로 볼 수 있나요? ”
-“ 예!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 그러면 도대체 제게 어떤 귀신이 있는 겁니까?
아까 법사님께서 저희 집에 오시면 아실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
-“ 그렇잖아도 말씀을 드리려 했습니다.
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이집에 여자 귀신이 있더군요.”
“ 여자 귀신이요?
음....... 어쩐지 그랬군요.”
-“ 아마도 그 귀신 때문에 그동안 손님께서 이상한 행동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 집에서 귀신을 내 쫒을 수 있는 방법은 있나요? ”
-“ 물론이죠!
제가 그 귀신을 이곳에서 쫒아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퇴마(退魔)를 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도 해오지 않았으니
내일 저녁때 다시 오겠습니다.”
“ 예! 그러면 내일 제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혹시 모르니까 이따 오실 때 미리 전화를 주세요.”
-“ 예 그럼 전 이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자기야~ 손님 가시잖아! 얼른 나와 봐요.”
-“ 그냥 쉬시게 놔두세요! 가뜩이나 몸도 불편하시다면서요.”
“ 그러게요. 우리 집사람이 몸이 많이 안 좋은가 보네요.”
-“ 어쨌든 전 그만 가볼게요.”
남자는 방안에 있는 부인을 큰소리로 불러 봤지만
부인은 잠이 들었는지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남자는 그것이 내게 미안했는지 현관 밖까지 배웅을 나왔다.
나는 저녁에 다시 올 것을 약속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사무실로 돌아 온 나는 다음 날 쓸 부적을 준비하기 위해
자(子)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통의 전화가 왔다.
“ 법사님! 저 김혁주 입니다.”
-“ 예! ”
“ 다름이 아니고요.........
저희 집사람이 집에 있는 귀신을 쫒는다고 했더니 싫다고 그러네요.”
-“ 아니 왜 싫다고 그러시죠? ”
“ 아~ 그게 말이죠.
우리 집사람이 그런 걸 굉장히 무서워해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시 법사님이 집에 오셔서 직접 귀신을 쫒는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요?
예를 들어 집에 부적을 붙여 놓으면 된다든가......... ”
-“ 물론 방법이야 있죠!
그러시면 그렇게 하죠 뭐.
부인되시는 분이 약간의 대인기피증도 있으시다더니
제가 손님 집에 가는 게 많이 싫으신 가 보군요? ”
“ 하하하....... 아마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네요.
어쨌든 정말 죄송합니다.”
-“ 그럼 내일 저희 사무실로 오세요.
제가 부적은 미리 준비 해 놓을게요.”
나는 남자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을 했다.
아까도 그의 부인은 내가 그 집에 가 있는 동안
단 한번도 방 밖으로 나와 보지 않았었다.
물론 몸이 아파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대인기피증의 영향인 것 같았다.
- 다음 날 -
“ 어서오세요. 여기 부적을 준비해 놨습니다.”
-“ 예! 수고 하셨네요.
그럼 이걸 그냥 아무 곳에나 붙이면 되나요? ”
“ 아무 곳에가 아니죠!
제가 붙여야 할 곳을 대충 그림으로 그려 놨으니
이 그림대로만 붙이시면 됩니다.”
-“ 이거 정말 고맙습니다.
괜히 번거롭게 해드려서.......”
“ 그리고 한 가지 꼭 알아두셔야 할 것은
제가 직접 퇴마를 해 드리지 않는 한 귀신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집에서 쫒아 버리는 것만이 가능할 겁니다.”
-“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남자는 내가 건네 준 부적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물론 나 역시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내가 시키는 대로 잘 하리라 생각되어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 다음 날 -
“ 법사님! 큰일 났어요.”
-“ 왜요? 무슨 문제라도 생기셨습니까? ”
“ 우리 집사람이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
-“ 뭐라고요?...........”
“ 아마도 제가 부적을 잘 못 붙였나 봐요.
엊저녁에 시키신 대로 집에 부적을 붙이자
집사람이 정색을 하며 빨리 떼라고 하더라고요.
난 그 사람이 워낙에 무서움을 타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글쎄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혁주의 집으로 달려갔다.
(2부)를 기대해 주세요.
글쓴이 : 환단 퇴마 연구원 원장(퇴마사) : [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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