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인가 대중가요는 더이상 순수를 노래하지 않는다. 오랜 기다림에
박수치지 않는다. 눈물을 비웃고 이별을 그야말로 쿨하게 받아들인다.
기다리는 일은 바보같은 짓이다라고 말한다. 군대를 가건 유학을 가건
아무도 상대방을 시간에 매여두지 않는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속히 '구속'
이라는 것을 하려하지 않는다. 같이 있으려는 열망은 유치하고 촌스러운
것으로 치부한다. 심지어는 집착이라 부르며 일종의 정신병처럼 여길뿐
이다. 빠른 비트박스에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말들. 술잔을 부딪치며 토하
면서 잊으라고 부추긴다. 소리지른다. 악에 받힌듯이. 괴로워서 발악하는 것
같아서 때때로 그게 더 슬프게 들리 기도 하지만 사실 클럽음악이나 50센트의
랩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란 쉽지않은 일이다. 멀어져 간다. 누구도 간격을
두지 않고 구분을 분명히 한다. 남녀의 관계란 둘중하나일뿐이다. 아주 붙어
있거나 아님 아얘 모르는 사람이거나. CF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로맨스는 하하..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특수효과로나 볼 수 있는 SF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일들.
요즘엔 그런것들에 통털어서 'LOVE'라는 태그를 붙인다. 답은 없지만 그래도
시대는 점점 빨라진다. 만나거나 헤어지거나.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인터넷으로
고백하거나 문자한줄로 헤어진다. 너무 빨라서 너무 바빠서 서로를 신경쓸틈이 없다.
그러다가 꼬투리가 걸리면 마치 준비했다는 듯이 아쉬움을 쏟아낸다. 자신이 이기적
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멋있는 양. 그리고 희생하듯이 말한다. I.m sorry
아쉽게도 내가 과장법의 대가라면 좋겠지만 늘어놓은 것은 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일뿐이다. 현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훨씬 더 쿠~울하다.

인게이지먼트는 말그대로 SF의 절정을 보여준다. 소녀에서 숙녀로 막 자라고
있는 주인공은 전쟁터에서 죽었다고 통보된 남자친구를 기다린다. 결혼을
약속하고 첫키스를 기억하는. 이 여자의 행보는 황당해서 코미디로까지 여겨질
정도다. 물려받은 유산을 죽었다는 애인의 소식을 찾는데 몽땅 써버리려고 한다.
그녀에게 국경은 장애가 아니다. 다리가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서슴치않고
비행기를 타고 수십명의 사람을 만나고 사립탐정을 고용한다.
죽었다는 애인을, 죽었다는 애인을, 죽었다는 애인을, 죽었다는 애인을 이 여자는
기다리고 있다. 살아있다고 믿고 있다. 자신의 느낌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마치
인생의 전부라고 된 것인마냥. 정신이 이상한건가. 사실 남과 다른 사고를 지닌건
확실하다. 이 여자는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으니까. 수없이 추억을 회상하고
수없이 자신에게 내기를 걸어가며 사랑하는 사람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으니까.

영화는 길다. 때로는 지루함이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가다보면
차라리 영혼이라도 남자가 나타나서 위로라도 해주고 여자를 포기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 일정도다. 장 피에르 주네는 이전작인 아멜리에의 정서를 집어넣어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오드리 도투는 그 안에서 또 하나의 아멜리에가 되어 정신병에
걸린 것처럼 죽었다는 애인의 행방을 찾아다닌다. 에피소드들.. 기억들.
흔한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그건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다.
의아하게 여길뿐이다. 가슴 뜨거워지는 사랑이야기를 보나 했더니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잖아라며. 생각조차, 흉내낼 수 조차 없는 일일테니까.
사람들은 다들 꿈꾼다. 영화같은 사랑을. 단지 꿈만 꿀뿐. 행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믿음을 조금이라도 행한다면 영화같은 스토리가 시작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두려워한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시작하기도
전에 인정하며 접어버린다, 합리화시킨다. 자신이 절대 '바보같은 사랑'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수없이 대가며.

대리만족이란 슬픈 일이다. 어두운 의자안에서 숨죽여 훔쳐봐가면서 우리는
자신이 행복하지 못함을, 자신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을
아쉬워한다. 극장은 절대 망할수 없다. 현실엔 바보가 되지 않으려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 이런 영화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말도 안되는 사랑이야기.
현실에선 절대 꿈도 꿀 수 없는 사랑이야기. 바보천치들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
사람들이 이런걸보며 자신이 왜 바보나 정신병자가 아니면서도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게 진짜야 라고 믿고 싶은 '사랑'의 희소성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해준
감독과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fin
인게이지먼트a very long en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