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잘 지내냐는 인사는 하지 않을래.
얼마나 힘들게 하루 하루를 살고 있는지 잘 알기에...
난 넘 잘 지내서 그게 항상 미안할 뿐이다.
요전에 오빠 아들, 우리 조카 민수 귀 고막 수술한다고 돈이 모잘련다고 했는데 내가 도움도 주지 못하고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언제 우리 민수가 사소한 일때문에 우는걸 한번 봤는데 그게 영 내 가슴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나는건 견딜 수가 없어.
그런데도 수술비도 보태주지 못하고 정말 미안해.
오빠도 예전처럼 형편이 나아져서 남한테 꿀리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친구 잘못 만나 카드 잘못 빌려줘서 신용불랑자되고 올케랑 이혼하고 아이들하고도 떨어져 살고...
그나마 아이들이 지네 엄마랑 있을 수 있어 너무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놈의 돈은 다 어디 숨어 있는지..... 돈벼락을 맞아 기절해도 좋으니 돈벼락이라도 맞아 봤으면......
오빠! 비록 지금은 우리가 물질적인 것에 이렇게 허덕이고 살지만 나중에 진짜 나중에 이런 날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가슴에 피멍 가득한채로 젊은 날 다 보내고 나중에라도 웃을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
두려워. 난 이렇게 사는게 넘 두려워서, 오빠, 아버지, 엄마 다 그렇게 사는게 넘 두렵다.
열심히 이 현실에서 열심히 살자는 말도 안하고 싶어.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나중에 오빠가 아이들이랑 올케랑 한집에서 오손도손 살아가는 걸 난 늘 바라는데 그런 날이 오겠지?
그래. 모든게 다 사라졌어도 희망만은 버리지말고 살자.
먼 훗날에 우리도 지금을 이야기하면 웃을 수 있는 날이 꼭 오리라 믿어.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