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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론의 대한 옹호

축구광 |2007.02.13 10:56
조회 195 |추천 0
베컴, 긱스, 스콜스, 버트, 네빌형제와 같은 유스 제너레이션이 맨유의 핵심 멤버들로 성장한 이후, 맨유는 그들의 세계적인 명성과 부에 비례하지 않는 소소한 금액들로(물론 당시로서는 큰 금액이었지만) 필요한 포지션만을 보강해 나가며 90년대 프리미어쉽을 평정합니다. 하지만 00-01시즌 CL에서의 실패와 리즈를 비롯한 타이틀 컨텐더들이 화려한 멤버를 구축하는 모습을 목격한 퍼거슨 경과 캡틴 로이 킨은 맨유에 대형 스타의 보강이 필요함을 깨닫고 2001년 여름,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쏟아붇기로 결심합니다. 물론 이것은 당시 "Crazy"라고까지 불렸던 이적 시장의 조류에 편승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OT에 입성한 선수가 루드와 베론입니다. 특히 베론은 2810만 파운드의 이적료 기록을 세우면서 엄청난 기대를 받고 맨유에 합류하게 됩니다. 맨유가 그토록 원하던 스콜스, 키노와는 다른 스타일의 특급 미드필더가 팀에 추가된 것이었죠. 베론은 이탈리아에서 활약할 때부터 다른 남미 플레이메이커들과는 다르게 간결한 볼터치와 수비능력을 보유함으로써 EPL에서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세리에 무대의 슈퍼스타로 각광받았던바 있고, 때문에 퍼기와 맨유의 팬들이 그에게 걸었던 기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베론은 EPL 무대에서 실패를 안고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풀어야할 오해는, 베론의 EPL에서의 활약이 그토록 처참했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틀림없이 2810만 파운드라는 몸값 자체에 어울리는 활약은 아니었지만 베론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유나이티드의 패스게임에 융화되는 모습을 보여왔고 특히 EPL 미드필더 특유의 Move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한 발전을 보였던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주목해야할 사실은 베론 역시도 간헐적으로 'S급' 의 활약을 보여줬던바 있으며, 이러한 활약이 일정한 조건하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제 기억이 정확한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유나이티드는 스콜스와 키노를 동시에 잃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맨유의 미드필더진은 매우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했던 덕분에 주전 2명이 빠진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활약을 보장할 수 있는 미드필더들로 자리를 메울 수 있게끔 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키노의 공백을 베우기 위해 대체자로 낙점된 것이 베론 - 버트 콤비였습니다

베론 - 버트 콤비는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을 보였던 베론 - 키노 조합보다 강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베론 - 키노의 조합으로 나왔을 경우 베론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였던 반면 베론 - 버트 조합은 확실한 역할분담이 이루어지면서 베론의 능력이 극대화되는 효과를 낳았었죠. 키노보다 좀 더 정통적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버트가 베론의 파트너로 기용됨으로써 베론은 기존의 수비부담을 벗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던겁니다

또 하나, 베론 - 버트 조합이 나왔을 경우 플레이메이커는 당연히 베론이었습니다. 버트는 기본적으로 수비 능력에서는 키노에게 절대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었지만 결정적으로 패스에서 큰 차이를 보였던 선수입니다. 때문에 플레이메이커 키노가 없는 팀의 볼배분은 모두 베론에게 맡겨졌고 베론은 이러한 부담을 기회로 이용하면서 최고의 활약을 펼쳐보이게 됩니다. 자신이 팀의 중심, 최소한 미드필더의 중심으로 활용되었을 때 기량을 온전하게 발휘할 수 있다는 증명을 해냈던 셈이었죠

베론 - 키노의 조합은 생각보다 훌륭한 조합이 아니었습니다. 베론과 키노 모두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탁월한 선수들이었지만 퍼기는 키노에게 여전히 플레이메이킹을, 베론에게는 찬스메이킹을 주문했었죠. 이것은 필연적으로 두 선수 중 한 선수가 제 활약을 보일 수 없는 결과를 낳게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특히 베론의 경우에는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돋보이는 선수였기 때문에 역할의 축소가 가져온 파장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리듬'을 잃어버리게 되었던것이죠. 퍼기는 베론에게 찬스메이킹을 원했습니다만 찬스메이킹은 플레이메이킹을 수행하는 도중에 수행하게 되는 하나의 역할일 뿐이지 찬스메이킹 하나만을 수행하기는 힘든 부분이죠. 만약 키노에게 전문적인 홀더의 역할을 부여하고 베론에게 플레이메이킹을 맡겼을 경우 베론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로이 킨이라는 전무후무한 슈퍼 미드필더와 함께 뛰었다는 사실이 베론에게는 불운으로 작용했던것일지도 모르죠

키노 뿐이었다면 베론은 다른 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유나이티드에는 No.7 베컴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사이드에서 자유자재로 볼을 뿌려주는 베컴의 존재는 롱패서로서의 플레이메이킹 역할도 베론으로부터 앗아가 버렸습니다. 키노가 훌륭한 패서임에도 불구하고 롱패스 시도횟수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키노의 패스성공률이 매년 수위권을 달렸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베컴이 없는 유나이티드에서 베론의 역할은 찬스메이커 이상으로 확대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유나이티드에는 숏패스의 달인 키노와 롱패스의 달인 베컴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고(베론의 영입 이후 스콜스는 쉐도우로 활약했기에 제외) 베론은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단순히 '플러스'만을 원했던 퍼기에 의해 역할을 제한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로만 1기 멤버에 발탁되어 베론이 첼시로 떠난 후, 베론은 팀의 중심이 됩니다. 하지만 베론이 제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그에게 찾아온 부상이 그것을 허락치 않았습니다. EPL과는 인연이 없었던것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베론을 팀의 중심으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던 라니에리하에서 보다 많은 게임을 소화할 수 있었다면 첼시와 베론 양자는 지금과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만약 지금 맨유에 베론이 온다면 저는 베론이 성공할 확률이 적지 않을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봤던 베론은 이탈리아에서 그가 받던 평가 그대로였습니다. 간결한 볼터치, 뛰어난 테크닉, 넓은 시야에 날이 갈수록 향상되던 그의 활동량까지 그가 가진 능력들은 EPL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었죠(물론 베론에게 가장 어울리는 리그는 라리가라고 생각합니다만) 더구나 다른 플레이메이커들과는 다르게 자신이 볼을 오래 소유하지 않고도 게임을 자신쪽으로 끌어들이는 베론의 플레이는 '키노가 없었다면' 유나이티드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베론에 대해 "EPL의 페이스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오해를 하고 계십니다. 물론 첫 시즌에 베론은 페이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베론은 EPL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정도의 페이스에 대한 적응을 이루어 냈었습니다. 베론이 EPL의 페이스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면 첼시가 그를 노렸을리가 없었겠죠. 퍼기가 그를 끝까지 지키려고 하지도 않았을테구요. 다만 베론은 맨유에서는 슈퍼맨들과 함께하며 자신의 능력을 제한받았던탓에, 첼시에서는 부상탓에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라 보는것이 옳을겁니다

베론이 OT에 도착하면서 했던 말이 있죠
"스콜스, 로이킨, 베컴, 긱스와 같은 희대의 미드필더들과 뛰기를 기대하고 있고 내게는 그것이 행운이라 생각한다"
아이러니컬한 일이지만, 베론의 선택이 행운이었는지 불운이었는지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 EPL에는 플레이메이커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 또한 EPL 팬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통념입니다. 하지만 세상 그 어느 팀도 플레이메이커가 존재하지 않는 팀은 없습니다. 세리에나 라리가처럼 플레이메이커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다 뿐이지 틀림없이 EPL에도 플레이메이커는 존재합니다. 과거 전성기 맨유의 경우 로이킨이 플레이메이커를 맡아서 경기 템포를 조절하고 볼을 분배했던바 있죠. 베컴과 스콜스 또한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있는 선수들입니다만, 로이킨의 서포트하에서 이 두 선수는 찬스메이킹에 집중할 수 있었던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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