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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나쁜 녀석!! ★22★ 라이벌

샤랄라 |2005.07.21 21:22
조회 626 |추천 0

-하하.

 

무심코 웃어버렸던 여운은 갑자기 옛날의 그가 떠올랐다. 여운의 호기심을 귀찮아했던 그가.  그냥 웃어 넘기기에 아직도 그는 여운에게는 큰 상처로 남아있었다.

 

-옛날에 미국에 있을 때, 아빠랑 매일 브루스 윌리스 나오는 영화만 보러다녔어요.. 블루문 특급.. 그거.. 아빠가 젤루 좋아하셨던 건데..

 

-아, 맞다.. 돌아가셨다고 했지.

 

여운은 별 말도 못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하늘나라 가셨어.. 하하..

 

이현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허탈한 웃음만 흘렸다.

 

-어머니가 고생하셨겠다. 너 데리고 한국 와서..

 

-고생은 무슨.

 

갑자기 이현의 말투가 달라졌다. 이현의 차가운 말투에 깜짝 놀란 여운이 이현을 돌아봤다.

 

-아빠 돌아가시자마자 3 개월 만에 다 정리해서 한국으로 와버렸어. 나도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그러나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고. 아빠가 들어놓은 보험, 다 타고.. 집, 가게 다 팔아버리고.. 한국 오니까 꽤 돈이 되었나봐. 빌딩에, 아파트에, 자동차에..

 

-그건 너무 나쁘게 생각하는 거지. 그래도 널 낳아주신 어머니잖아.

 

-그러니까.

 

이현이 맞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나 왠지 모를 비꼬는 말투에 여운은 석연치 않아 이현에게 다시 말했다.

 

-어쨌든, 널 낳아주신 엄마야.

 

-아니라니까.

 

-야!

 

여운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이현이 벌떡 일어났다.

 

-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왜 집에 안 가고 이러는 줄 아느냐고.

 

-왜?

 

여운도 따라 일어났다.

 

-그 여자, 내 엄마 아니래. 그래, 아니래.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 내 친 엄마는 중국계였대요. 나 낳고 머가 잘못되어서 석 달 만에 돌아가셨대.. 그리고 나 네 살 때 지금 엄마랑 아빠랑 재혼한거죠.. 그래, 그건 비난하고 싶은 생각 없어요. 그럴 수 있지. 안 그래?

 

-그래. 

 

여운은 얼떨떨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는 쇼파에 앉았다.

 

-근데, 웃긴 건 먼 줄 알아? 난 여기가 엄마 고향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여기로 온 줄 알았다고.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엄마가 낳은 아들.. 그러니까 엄마가 미국 오기 전에 낳아서 버리고 온 아들이.. 여기서 살고 있더라고요. 바로 이 동네에.

 

순간, 여운은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 기분 알겠어요? 저번에는 가게로 어떤 할머니가 왔는데.. 엄마가 돈까지 주더라고요.. 그게 말이 돼요? 우리 아빠의 목숨 값으로... 난 용서할 수가 없어요.

 

-...

 

여운은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위로를 해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여운은 짧게 말을 잘랐다. 그러나 이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이현의 눈동자가 흐려지는 것을 본 여운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우물쭈물하다가 이현에게 다가가 이현을 살짝 안았다. 이현의 눈동자가 커졌다. 처음이었다. 여운이 먼저 이현을 안아준 것은.

 

-뭐야.. 감동스럽게.

 

장난스럽게 말하며, 이현은 여운을 번쩍 안아들었다.

 

-정말 사랑하게되면, 어쩌려구.

 

피식 웃는 여운의 볼에 이현은 입을 맞추고는 내려놓았다.

 

-있다 저녁에, 영화라도 보러갈래요?

 

-그러든지.

 

여운은 먹다 남은 치킨을 뒤적이며 대답했다.

 

 


밖으로 나온 이현과 여운은 상쾌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 서로 바라보고 웃었다.

 

-어디로 갈까요?

 

이현은 능숙한 솜씨로 자동차 핸들을 꺾으며 말했다.

 

-너 가고 싶은대로.

 

-하하, 난 선생님만 있으면 좋은데.

 

이현이 말하며 웃었다. 이현은 왼 손으로 운전을 하며 오른손으로는 여운의 손을 잡았다. 여운은 이현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이현과 여운은 시내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근처에 있는 복합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이현과 여운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손을 잡고 티켓 박스 앞에 섰다.

 

-뭐볼까요?

 

-글세.. 시간이 되는 게..

 

여운은 잠깐 동안 망설이다 영화 한편을 골랐고, 이현이 곧 티켓을 끊었다. 재밌다고 소문난 한국 영화였다. 이현은 주위를 돌아보다 카페테리아를 발견하고는 팝콘과 콜라를 사왔다. 상영관은 백화점 맨 꼭대기 층, 식당가와 같이 있는 것이어서 백화점 쇼핑객들까지 몰려들어 북적거렸다.

 

-우와.. 손님들 많네.

 

-그러게.

 

여운은 콜라를 홀짝거리며 마셨다. 팝콘을 한주먹 집은 이현은 입을 벌리다 상처가 쓰려서 눈살을 찌뿌렸다. 그 바람에 여운은 살짝 웃었다.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곧 영화가 시작된다는 방송이 들렸다. 이현과 여운은 일어섰다.

 

영화는 정말 재밌었다. 여운과 이현은 속삭이기도 하고, 서로 팝콘을 먹여주기도 하면서 영화를 즐겼다. 문득문득 여운은 이런 행복이, 이런 즐거움을 나도 누릴 수 있나, 하는 걱정, 두려움이 들기도 했지만, 옆에서 웃고 있는 이현을 보면, 또 그런 두려움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상영관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현이 먼저 일어나 여운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현의 손을 잡고 일어난 여운은

 

-너, 티라도 하나 사서 입어야겠다.

 

하고 말했다. 여운이 입던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이현이었지만, 너무 작은 것도 사실이었다.

 

-왜? 좋은데요.

 

-야, 꼭 쫄티같다.

 

-난 몸매 좋으니까요. 하하.

 

이현은 정말 괜찮았다. 집에서 편하게 아무렇게나 입었던 옷이라고 해도 여운이 입었던 옷이라는 사실 때문에 만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운은 이현을 끌고 이지 캐주얼 매장으로 내려갔다. 이현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여운에게 이끌려 에스켈레이터를 탔다.

 

그때였다. 친구들과 쇼핑을 즐기던 하람이 여운과 이현을 발견한 것은. 반대쪽에서 에스켈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하람은 둘을 발견하고 처음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하람은 에스켈레이터를 뛰어 내려와 재빨리 반대편 상행선을 타고 다시 위로 올라갔다. 영문을 모르는 하람의 친구들은 그저 어리둥절해서 뒤를 쫒아갔다.

사실을 모르는 여운과 이현은 캐주얼 매장 안으로 들어갔고 산뜻해 보이는 연두색 티셔츠를 하나 골랐다. 무언가에 쫒기듯, 거의 반 실성한 것처럼 두리번거리며 여운과 이현을 찾던 하람은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서버리고 말았다. 하람의 뒤를 쫒아 온 친구들도 모두 하람이 바라보는 곳을 쳐다봤다.

 

-이현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그리고는 다들 하람의 눈치를 살폈다.

 

-근데 저 여자는 누구지?

 

-...

 

누군가가 하람의 눈치도 모르고는 물었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옆구리를 푹 찔렀다.

 

-야, 여자 친구라고 보기엔.. 좀 그렇다..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데?

 

또 눈치 없이 위로랍시고 말한다. 하람의 눈에는 눈물까지 고이고 있었다.

 

-야, 그만 가자.

 

누군가가 하람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러나 하람은 그 손을 뿌리치고는 그 자리에 못이라도 박힌 듯, 서 있었다.

 

-가자니까.

 

친구가 재촉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그 사이, 여운은 티셔츠 값을 지불했고, 이현은 피팅 룸에 들어가서 바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렇게까지 생각하기는 싫었지만, 분명 둘은 지난 밤에도 같이 있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하람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밖으로 나온 여운과 이현은 그럼 하람을 보지못하고 반대 편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하람은 그 자리에서서 언제까지나 둘의 뒷모습을 되새기고 있었다. 

 

-하람아.. 가자..

 

친구가 다시 팔을 잡아끌 때까지.

 

 

안녕하세욤~^^

 

날씨가 너무너무 덥죠..  으으... 힘들어 죽겠어요....

 

저에게.. 댓글과 추천으로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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