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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길들이기 (45부)

베리소다 |2005.08.12 00:23
조회 1,317 |추천 0

정말 착잡하다.. 윤정이랑 그렇게 싸우고 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다. 아직까진 윤정이랑..

어색하다.. 뭐.. 오해 때문에 내가 일방적으로 그런 말을 툭..내뱉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젠 친한

친구들이 3명씩이나 한꺼번에.. 안보겠다고 하니.. 누굴 의지해야 하는지..

갈수록 짜증만 늘어나는 나를 세강이는 묵묵히 받아줄 뿐이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걸까..? 은미는 나한테 왜 그러는 거고.. 선주까지 왜 나한테 보지 말자고 하는

걸까..? 답답하다.. 도망가고 싶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고 싶다..

 

이틀 뒤.. 나랑 정우는 수업을 같이 듣게 되었다. 서영이 일로.. 서로 서먹했지만.. 그 일때문에...

아는 사람도 없는 강의실에서 멀찍이 앉기도 뭣하고 그래서.. 같이 수업을 듣긴 했다. 2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서... 정우가 먼저 말을 꺼냈다..

" 점심..먹어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으로 가서는 난 먼저 앉아있고.. 정우가 배식판을 받아왔다..

" 사과..했어...."

" 응..?"

" 서영이한테 어제 사과했어...."

" 그래...."

" 너랑 세강이한테도 많이 미안하다.. 나랑 영기 때문에.. "

" 아니야.. 괜찮아.. 영기랑은..아직도 그래...?"

" 응.. 시간이 좀 지나야 할 것 같아..."

" 빨리 사이 좋았졌으면 좋겠다...."

" 서영이랑.. 사이 안좋다며...?"

" 누가 그래..?"

" 어제 세강이한테 전화 왔드라구.. 요즘 너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으니까.. 잘 좀 챙겨달라고 부탁하

던데..."

" 괜찮아.. 친구끼리 싸울수도 있지뭐..."

말은 이렇게 했지만.. 수업을 들어가도.. 잠을 자려해도.. 도통.. 복잡한 생각으로 무엇 한가지 제대로

할수가 없다.. 마침 저 쪽에서 현삼이도 식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반가워서... 손을 흔들며..

" 현삼아.. 밥 먹었어...?"

그러자.. 현삼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왜 저러지...? 뭐.. 안좋은 일이라도 있나..?

" 음료수..마실래..? 아니면 아이스크림...?"

한사람이 밥을 사면.. 나머지 사람이 후식을 사는 습관으로 난 현삼이에게 뭘 먹을 것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자기는 됐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해버렸다.. 왜저러지....?

" 현삼이 왜 저래...?"

그러자 표정이 어두워지는 정우다.. 요즘 들어 나만 궁지로 몰리는 느낌이다.. 고양이 여럿마리서..

쥐 하나를 가지고.. 꼼지락 꼼지락 희롱을 하는 것 같이 말이다.. 타당한 이유 하나 모르는 채.. 이렇게

당하고만 있으니.. 정말 살 맛 안난다.. 그 때 세강이에게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어.. 하은아.. 점심 먹었어...?"

" 어..방금.. 정우랑 같이 먹었어..."

" 정우랑..?"

" 응.. 근데 왠일이야...?"

" 왠일은..무슨.. 점심 먹었는지 궁금해서 전화한거야.. 정우한테 맛있는 거 사달라고 했어...?"

" 정우가 무슨 내 봉도 아니고.. 한번씩 돌아가면서 밥 사는거야..."

" 정우는 좋겠다..."

" 뭐가...?"

뜬금없이 정우는 좋겠다며 부럽다는 세강이다...

" 매일 너랑 같이 수업도 듣고.. 밥도 먹고.. 같이 여수에도 있고... 다 부러워..."

" 부러울 것도 많다.. 일주일마다 내려오자나 너도..."

" 너무 짧아.. 나는 매일.. 항상.. 언제나.. 너 보고 싶단 말이야.. "

계속 전화가 길어질 것 같아..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매점에서.. 음료수 두 개를

사와서 정우한테 하나를 내밀었다.. 오후 수업을 들으려면.. 아직 1시간이나 더 남았다.. 우린 공학관

앞에 벤치에 앉아 쉬기로 하고 식당을 나섰다..

그런데.. 현욱이랑.. 민성이, 성완이가 식당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나는 흠칫 놀래서는..

잠시 주춤했다.. 웃으며 들어오던 현욱이 표정에 웃음이 금방 가시었다.. 정우는 무슨 일인가..하고..

내 옆에서...

" 안가...? "

" 가...가야지..."

넉살좋은 민성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 오~ 박하은! 너.. 어딘가 좀 변했다...? 방학동안에 뭐 했어...?"

윤정이한테 익히 들어서 알텐데.. 사람 창피하게.. 큰 소리로 떠들어댄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민성이랑 성완이한테 인사를 하고는 재빨리 빠져나왔다.. 난 아직도 얼굴이 벌개져있고.. 후끈 달아

올라 있었다.. 그런 내 표정을 정우가 단박에 알아채고는...

" 왜 그래...?"

" 아..아니야.. "

" 나..쟤네들 아는데..."

하긴.. 같은 고등학교 나왔으니.. 오며 가며 얼굴은 익히 알 수 있으리라...

" 한명이.. 내 남자친구였어.... 현욱이..."

" 아.. 저 중에 현욱이란 애가 있었어...? 누구...?"

" 아까.. 가운데.. 있던 애 .. 좀 마르고.. 키 큰..."

" 아.. 걔가 현욱이었어...? "

나는 뒤를 되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난 걔 별루드라.. 인상이 좀.. 그렇자나! 싸가지 없게 보여.... "

모르는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한다..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인상을.. 성격으로까지 결부시키려

한다..

난 세강이 여자친구다.. 정우는 세강이 친한 친구고! 현욱이가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을.. 내가 풀어줘야

할 이유도.. 입장도 아니다.. 그냥 속으로만... 말할 뿐이다.. 현욱인 누구보다 속 깊고.. 착한 애라고...

 

오후 수업이 끝나고 윤정이가 잠깐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정우랑 같이 통학 버스를 타기로 해서..

정우도 같이 만나기로 했다.. 정우는 여전히 지난번 호프집에서 나랑 윤정이랑 싸운 사건 후로..

윤정이를 그다지 좋게 보고 있지 않다.. 나 때문에 윤정이가 그렇게 미움을 받는 것이 너무나 미안하다.

20분 쯤 지나서 윤정이가 식당 안에 도착했다.. 배고프다며 분식이라도 먹자는 윤정이다.. 윤정이가

떡볶이랑 오뎅을 사오는 동안 윤정이 연습장을 넘겨보았다..

크.. 수업시간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맨날 낙서만 해 놨다.. 그러다.. 어....? 무심코 넘기다..

내 눈을 집중 시킨 것이 있었다...

[   은미 ♡ 병준,       하은 ♡ 세강,             선주 ♡ 용욱            윤정 ♡ 태웅     ]

우리 친한 친구들 이름과 각각의 남자친구.. 그 사이엔 분홍색 색연필로 깜찍한 하트까지 넣은..

낙서였다.. 이윽고, 윤정이가 떡볶이와 오뎅을 배식판에 받아서 가져왔다..

" 이거.. 뭐냐..? 수업시간에 낙서했어...?"

" 응.. 프로그래밍 시간에... 아.. 현욱이도 봤어..그거.."

" 현욱이도...?"

" 응.. 내가 낙서하는 거 보더니.. 하은이 너 남자친구 생겼냐고 물어보더라..."

" 그래..서...?"

" 이번에 방학 때 생겼다고 했지.. 그런데 표정이 좀 안좋드라...."

" 왜....?"

" 너네도 200일 가까이 오래 사귀었고.. 헤어지고 나서도.. 너 현욱이 계속 못잊고.. 좋아했었는데..

자기 딴에는 아쉬운 맘도 있지 않았을까...?"

" 그게 뭐야...? 나 갖기는 싫고..남주긴 아까운 거야...?"

" 그런 뜻이 아니고.. "

" 떡볶이나 먹자.. 정우야..너도 먹어.."

멀찌감치 떨어져 앉은 정우를 불러서는 같이 먹자고 했다.. 그런데 정우는 통학버스 정류장에 기다리

고 있겠다며.. 다 먹고 나서 나오라고 했다..

" 아.. 근데.. 나 이거 물어본다는 거 깜박했다..."

" 뭐...?"

" 은미랑 선주 왜그래..? 은미 너 안본다고 했다며..? 선주도..."

" 아..그거.. 그것땜에 요즘 내가 팍팍 늙어가고 있다..."

" 왜 그러는 건데..?"

" 선주는 잘 몰라.. 왜 그러는지! 은미는.. 요즘 통 우리한테 말도 잘 안하고..어울리지 않자나..그래서..

우리랑도 자주 어울리고 고민도 털어놓음 안되냐고.. 그랬더니.. 쌜쭉 토라져서는 그러자나... 아마..

은미가 선주한테 말했는지도 몰라.. 선주보다야 우리한테 말하는 게.. 더 빠르고.. 좋지 않으냐...이랬던

말...."

" 은미 걔는 남자한테 미쳐있다니깐.. 병준이랑..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졌었대.. 선주는 이미 알고

있었나봐.. 우리만 몰랐던거라니깐..."

" 빨리 알든.. 나중에 알든.. 문제가 아닌데.. 니랑 나.. 선주랑 은미..이렇게 편이 갈리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 예전엔 우리 넷이서 항상 어울렸었자나..."

" 선주는 적으로 느껴지지 않나보지머.. 너나 나는.. 적이야~ 적! 자기 남자친구 언제 뺏어갈지 모르는

적.. 병준이 한 트럭 채 갖다줘도 눈 하나 깜짝 안할 우린데..."

누가 아니래냐.. 그때 윤정이한테 전화가 왔다.. 윤정이가 흠칫..내 눈치를 먼저 본다...

" 누구야..? 받어..."

" 은미다..."

" 은미..?"

폴더를 열고.. 전화를 받는 윤정이다..

" 어..은미야... 시내..? 아.. 거기..? 누구누구...? 아..애들 다...? 그래.. 알았어.....  어...? 어...그래..

알았어.. 이따 시내 나가서 연락 할께....."

슬쩍슬쩍 내 눈치를 보며 전화를 끊는 윤정이다...

" 뭐래...?"

" 시내로 나오래.. 서영이랑 선주랑.. 다들 만나기로 했다고..."

" 은미가..그래..? 서영이랑은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대...? 웃긴다..진짜..."

은미는 고등학교 동창이 아니다. 대학 와서 알게 된 친구이다. 오티를 안 가서 행정학과 친구들과

더 친하다 보니.. 윤정이, 선주랑 어울리는 은미와도 당연히 자주 어울리게 되었던 것이다...

" 근데.. 은미가 말이지...."

" 뭐...?"

" 너 빼고.. 오래......"

뭐...뭐....? 나 빼고 오랬다고...? 그러니까.. 나만 쏙 빼고.. 느네들끼리 날 안주삼아 씹어보겠다고..?

진짜.. 속에서 뭔가가 뜨거운것이 치밀어 올랐다...

" 내가 가서.. 무슨 얘기 하는지.. 다 듣고.. 너한테 말해줄께...."

한껏 굳어진 내 표정을 걱정이라도 하는 듯.. 윤정이는 그렇게 말해주었다..

" 알았어.. 정우 많이 기다리고 있겠다.. 나도 가봐야겠어.. 너도 재밌게 놀다와...."

그렇게 윤정이는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게 되었고.. 나는 정우가 기다리는 정류장으로 갔다..

정말이지.. 너무 비참하다는 생각만 계속 든다.. 그 누구의 위로도 소용없는 내 맘이.. 너무 답답해서..

아무도 없는 구석진 곳에서 엉엉 목놓아 울고만 싶다.. 너무 힘들다.. 이번 여름방학.. 대학 1학년 2학기

지금.. 이 시간이.. 나에겐 너무 힘들다.. 감당하기가 너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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