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결혼한지 2년째 되어갑니다. 결혼전 같은 직장에서 신랑을 만나 1년정도 연애를 하고 결혼했죠.
신랑이 결혼에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었지만 저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이남자에게 어떤 성격적 결함이나 다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친정식구들의 약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어요.
신랑은 결혼해서 지금까지 사는동안 한결같이 자상하고, 배려심있게 잘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침잠이 많은 제가 밥하려고 일찍 일어나는게 힘들다고 했더니 아침마다 자기가 밥해준다고 하고, 제가 몸이 안좋은 날엔 설거지며 집안청소며 두말없이 잘 도와주고, 제가 짜증내도 잘 받아주고...
그런데 왜 사는게 재미없는지....
결혼하고 남편 직장이 옮겨지면서 시골에 내려와서 살게 됐어요.
시댁이 있는 시골. 시부모, 시누이 둘, 도련님이 살고 있는 시골이죠.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삽니다.
식구들끼리 사이도 어찌나 각별한지.. 좀 과장해서 각자 집에 숟가락, 젓가락이 몇개인지까지 알 정도로 가까이 지내죠.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에서만 자란 저에겐 결혼초에 그런것들이 얼마나 스트레스였는지 모릅니다. 형제들끼리 우애있게 살면 좋은일이지 뭐 그런걸로 그러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
결혼전엔 신랑집이 그리 풍족하진 않다는걸 알고 있었어요. 어머님께선 자꾸 없는 집에 시집와서 니가 고생하겠다만 둘이 아껴서 잘 살아라는 말씀을 하셨죠. 시골분들이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결혼해서 살아보니 시부모님께선 자식들이 달달이 돈을 걷어서 드리는 돈으로 생활을 하더군요. 결혼초 신랑과 그문제로 자주 부딪혔는데, 신랑이 그러더군요. 자기가 장남이니까 어떻게 보면 자기가 모두 해야할 몫인데 누나나 동생들이 자기가 힘들까봐 대신 그 짐을 나눠지는거라고....
장남.... 가난한 집의 장남이라.... 살아보니 참 버겹습니다.
결혼할때 아버님께 쌍가락지 받은거 외엔.... 저희가 벌어놓은 돈으로 전세집 얻고 살림살이 장만하고..
그래도 결혼초엔 우리가 열심히 벌어서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몇주전 결혼해서 서울에서 사는 친구들을 만났어요. 그친구들 얘기를 듣고 있자니 제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결혼할때 시댁에서 1억 2천에 사준 아파트가 2억 이상으로 올라서 내년에 1억정도 보태 3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는둥... 신랑이 연봉이 얼마고 연말 상여금을 얼마고... 이번 휴가는 해외어디로 가고...
친구들이 저에게 시골에서 사니까 괜찮냐고 물었을때.. 제가 그랬습니다. 첨엔 답답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좋다고.... 공기도 너무 좋고.. 거기는 집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서 잘 모르고 산다고.... 주말엔 가까운 바다도 가고 산에도 가고 .. 난 그렇게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그랬더니 한친구가 그러더군요. 제가 결혼하면 더 하면서 살줄 알았는데 그렇게 사는거 보니 신기하다고 ..... 겉으론 웃었지만 씁쓸했습니다.
갑자기 제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여기저기 쏟아져나오는 제테크에 관한 글들을 보면서 결국 제가 느낀건...... 저축밖에 없구나 라는 거였어요.
남들처럼 종자돈이 많아서 아파트에 투자할수도 없고, 땅을 살수도 없고....오로지 악착같이 아껴서 모으는 수밖에...
다른 사람들보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이렇게 모아서 언제 그사람들과 발맞춰 갈수 있을까...
평생 이렇게 시골에서 묻혀 살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들이 들면 삶의 의욕이 상실됩니다.
또 한가지... 저희에겐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작년에 아이를 가졌다가 계류유산으로 잃었습니다.
제가 여러가지 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신랑은 저와 시댁일로 신경을 쓰다보니 둘다 몸이 안좋아요. 그래서 그런가 보다 생각이 들다가도 나이가 많은 탓에 걱정도 많이 됩니다.
저희 시누이가 어디 용하다는 점술집을 가서 신랑 사주를 넣으니 그러더랍니다. 조상이 막고 있다고..
조상께 제사 한번 지내드리라고... (굿은 아니구요..) 자식이 귀해서 그렇게 하고 나면 자식도 주실거라고 했답니다. 무려 세군데에서 모두 똑같은 소리를 했답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허망해졌습니다. 아기를 갖기 위해서 운동도 하고, 좋은 재료로 신경써서 직접 만들어먹고, 좋은 것들 다 챙겨먹고 ... 그랬는데 ... 그런게 다 아무 소요없는것이였다니...
다른 분들은 뭐 그런걸 믿냐고 그러실지 모르지만 제 입장에선 신경이 쓰입니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도움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임신하는것도 내 뜻대로 되질 않고...
어제 시누이랑 신랑이랑 셋이서 그런얘기를 하다가 제가 너무 허망해서 신랑에게 그랬어요.
자기는 왜 그런 사주를 갖고 태어났어? 하면서 힘없이 웃으면서 그랬더니, 시누가 그러더군요.
"누가 그런거 갖고 태어나고 싶어서 그런사람 있나? 그런것도 다 돌아다니는거야. 살다보면 그런일도 있고 그런거지... 그 얘기 말고는 다 좋은 얘기만 하더라. (신랑을 가리키면서) 너는 버릴게 하나도 없다고 그러더라 " 하면서 저한테 약간 감정섞인 말투로 얘길 하더군요.
말섞고 싶지 않아서 그만 두었습니다. 조만간 100만원정도 드는 제사를 지내기로 했습니다.
그런거 믿고 싶지 않은데... 뭐하러 그런점은 봤는지...
시부모, 시누, 도련님... 경우없는 사람들 아니지만, 저하고 너무 안맞습니다.
신랑이랑 가끔 말다툼을 하고 가족모임에 간적이 있었죠. 나중에 시누가 그러더군요. " 남자가 도박을 하거나 술주정을 하고, 여자를 때린다거나 이런 도에 지나친 행동을 하는것만 아니면 여자가 왠만한건 참을줄 알아야될것 같애.." 그러더니 저한테 그럽니다. 신랑 잘만난줄 알고 잘하라고...
그렇죠. 신랑이야 어디 내놔도 좋은 사람입니다. 그 주변적인 환경들이 저를 이렇게 만드는거죠.
이젠 일부러 웃는척하고, 기분좋은척하고, 비위맞추는거 안하고 싶더라구요.
결혼이라는게 이래서 어려운거구나..
앞으로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턱 막혀옵니다.
친정식구들에게는 행복하게 잘산다고 아무일없다고 얘기합니다. 시댁식구들도 넘 좋은 분들이라고...
친구들에게 이런얘기를 터놓을수도 없고, 제가 사는 곳이 시골이라 함부로 누구에게 이런얘기 할수도 없습니다. 이곳은 한집걸러 한집이 다들 아는사이라서 말이죠.
신랑하나 믿고 어려운 결혼 결정했고, 평생처음 시골에 내려와 살면서 구질구질한 모습들도 미래에는 다 추억이 될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살아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만 쌓여갑니다.
신랑도 요즘은 저에게 이런말을 합니다. 성격 참 특이하다고, 항상 부정적이고, 힘들어하고, 없는것을 동경하고.. 너무 까다롭다고..
저라고 이렇게 살고 싶겠어요? 저도 제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걸 느낍니다. 오죽하면 신경정신과에 가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기대를 할 무언가도 없고, 재미도 없고, 왜 살고 있는지...
정말 제가 이상한걸까요? 그걸 인정하기도 힘듭니다.
하루빨리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