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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많은 약

큰가방 |2005.08.20 23:04
조회 206 |추천 0

밥보다 많은 약


8월 하순이 가까워질수록 기온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며 맹렬한 무더위를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날씨가 무덥다고 우편물 배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어서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전국에서 밤새 달려온 행복이 담겨있는 우편물을 가득 싣고 우체국 문을 나섭니다. 시골마을로 향해 달려가는 길은 오늘도 변함없이 평화로움이 가득 차 있고 언제나 푸르름이 넘실거리는 들판에서는 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받고 쑥쑥 자라난 벼들이 이제 조금씩 누런색으로 변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가을이면 언제나 수십 마리 씩 무리지어 들판을 찾아드는 불청객 참새들을 쫒아내기 위하여 여기저기서 “펑! 펑!”하는 새 쫒는 기계의 폭발음처럼 들리는 소리에 가끔 놀라기도 하면서 천천히 시골마을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시골마을로 통하는  한적한 길에서 여러 마리의 벌들이 붕붕거리며 비에 맞아 쳐져버릴 대로 쳐져버린 종이위에 앉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아니! 벌들이 왜? 종이위에 저렇게 앉아있지? 종이에 무슨 맛있는 것이라도 묻어있는 것일까?”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벌들은 종이를 조금씩 이빨로 뜯어먹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다! 벌들이 종이를 뜯어 먹고 있다니!”하는 생각을 하다 “아차!”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렇지! 종이가 벌집의 재료였구나! 벌들이 저렇게 종이를 씹어 침과 섞은 다음 집지을 재료로 사용하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벌들의 지혜에 감탄하면서 달려온 곳은 전남 보성 회천면 삼장 첫 번째 마을입니다. 첫 번째 마을 세 번째 집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가자 할머니께서는 바람이 잘 통하는


큰나무 그늘이 있는 평상에서 옆집 할머니와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고 계시다 저를 보고 활짝 웃는 얼굴로 “날씨도 징허게 덥구만 이따가 쪼금 시원해지문 편지배달을 하든가 하제! 이라고 더운디 배달을 하고 댕기요?” 하십니다. “할머니!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시원할 때 배달하다 보면 배달이 끝나면 한 밤중이 되고 마는데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대차 듣고 본께 그라네 잉! 그나저나 아이고! 저 땀 좀 봐! 을마나 더우문 저라고 옷이 다 땀에 젖어 부렇으까?”


“할머니! 편지 배달하는 사람이 이런 더위쯤은 보통으로 생각해야지요! 날씨가 덥다! 덥다! 하면 더 무더워지는데 시원하다! 시원하다! 생각하면 더 시원해지데요! 할머니도 한번 해 보세요! 시원하다~아! 시원하다~아!” “이라고 더운 날씨에 시원하다! 시원하다! 하문 을마나 시원해지것어? 더운 날은 그냥 더운 대로 살아야제!” 하시며 또 다시 빙그레 웃으십니다. “할머니! 오늘도 약이 왔나 보네요! 오늘 약은 무슨 약이에요?”하며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서 할머니에게 도착된 조그만 상자에 들어있는


품명이 약이라고 쓰인 소포 하나를 할머니 앞에 내밀었더니 “이약? 이약은 서울 우리 둘째 며느리가 보내준 약인디 혈압약이여! 먼자 은제 내가 서울 아들집에 갔는디 나한테 혈압이 있는 것 같다고 혈압을 한번 재보자고 병원에 데꼬 가데! 그라드만 혈압이 높다고 약을 지어 주드만 그란디 이 약은 떨치문 안된다고 계속해서 묵으라고 그라데!” “그러면 어제 부산에서 온 약은 무슨 약인데요?” “그 약? 그 약은 내 골다공증 약이여! 내가 골다공증이 있다고 약 묵으라고 우리 큰며느리가 매월 보내주고 있어!”


“그럼 할머니는 몇 가지 약을 잡수고 계시는 거예요? 며칠 전에도 무슨 약이 온 것 같던데!” “며칠 전에 온 약은 내 신경통 약인디 그 약은 우리 셋째 아들이 지어서 보내고 있어!” “그럼 신경통 약! 골다공증 약! 그리고 혈압 약! 세 가지 약을 잡수고 계시는 거예요?” “그라고 본께 그라네! 어짜다 보문 약이 밥보다 더 많을 때가 있드랑께!” “할머니 그럼 세 가지 약을 한꺼번에 잡수고 계세요? 아니면 따로 따로 잡수고 계세요?” “아이고! 으추고 약을 따로 따로 묵고 있것어? 그냥 한입에 털어 넣고 말제~에!”


“할머니! 약은 이약 저 약을 한꺼번에 섞어 드시는 게 아니에요! 그렇게 섞어 드시다 잘못하면 약이 병을 고치는 약이 되는 것이 아니고 독이 되는 수가 있거든요!” “우메! 그래~에? 그라문 으째사 쓰까?” “할머니가 잡수고 계시는 약을 한 봉지 씩 가지고 병원 의사 선생님께 찾아가 상의를 해 보세요! 그러면 의사 선생님께서 잘 가르쳐 주실 거예요!” “듣고 보니 참말로 그라네 잉! 내가 약을 묵다 보문 어쩔 때는 약이 밥보다 더 많을 때가 있으랑께! 그럴 때는 참말로 이라고 약을 많이 묵어도 괜찮하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드란께!” 하십니다. 시골의 노인들께서는 자녀들이 보내준 약을 많이 잡숫고 계십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골다공증 약. 혈압 약. 신경통 약을 각기 다른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한꺼번에 섞어 잡숫고 계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약 저 약을 한꺼번에 섞어 드셔도 상관이 없는 것일까요? 제가 알기에는 약은 함부로 섞어 먹으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의사 선생님이 아니어서 약을 어떻게 잡수라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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