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지말걸 그랬나봐"
"뭘?"
"만나자는 문자말야..."
뚱해있는 나에게 그녀는 아무말도 없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앞에 선하나 쭈~욱 그어놓고 다시는 죽어도 얼쩡거리지 못하게 할려던참 이었는데...
어느새 씻고 거울보며 치장하기에 정신이없다.
"느낌이 어때?"
"무슨느낌...?"
"왜 그런거 있잖아.어떻게 생겼을까?키는 나보다 클까?어떤 스타일일까? 돈은 많을까?....뭐 그런거..."
"그래...금방 떠오른건데...너란애는 왜 그모양일까.....?"
"...."
친구란게 어째 사람을 줄자로 재는것도 아니고 자꾸 거름종이로 걸러보는것마냥 저럴까?
나도 그런것 생각안하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건 그래도 한번도 본적없는 사람을 미리 멋대로 상상하는건 좀 아니라했다.
바람이 유난히도 많이 불어주는 저녁.
좀더 여성스럽게 보여질까봐 노란 원피스를 꺼내입긴했는데 어째
불편하기만하고 거북함을 느꼈다.
스커트안으로 자꾸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낼 방법을 생각하며 걷다보니 벌써 약속장소 앞에 서있는 내 그림자...
'너무 빨리온거아냐?'
[어디세요? 저 도착했는데...]
[저두 도착했어요 그 육교밑에 있는데...]
[아~넵 잠깐만 기다리세요]
생각해보니 서로 반대편에서서 기다리고 있었던것...
그를 만나러 건너편으로 가는 육교를 지나며 생각했다
사람의 감정엔 빈틈이 참 많은것같다고...
사랑하고 있을땐 이런사람 또 없으니 내 모든걸 내주어도 아깝지않고 목숨과도 바꿀수있다고 큰소리치기까지하다,이별앞에선 그냥 고이보내주기보단 이놈 저놈 곱씹어서 꼭 너같은여자 만나라며 이를 아득바득 갈아대니말이다.
그러고난후 시름시름 앓아눕기까지하다 딱한번본 사람인데도 주위에서 좋은사람나타날거라고 타독여줄때 말하던 그사람이 아닌가하는 으례 기대를 하곤하니까...
육교밑 옅은 핑크계열의 티셔츠에 흰색바지...
'저 사람인가? 먼저 물어보기도 그렇고..어쩌지?'
이럴땐 그토록 울려대는 전화도 잠자는법...
왠일일까?내 생각에 반전을 가져다주는 친구의 전화벨이 울린것!
긴장했을까?긴장한걸까?
친구의 물음에 동문서답을 한건지 나중에 전화한다며 무참히 끊어버리는 어이없는 사태... ㅡㅡ;
그렇게 아무일없다는듯이 그사람앞에서 전화를 끊고 두리번 거렸다
육교밑에 서있는 사람은 그사람뿐인데 딴청을 피우며...
"ㅇㅇㅇ 씨?"
날부른건가? 아닌데 "네" 라고 답하면 무슨망신이람...
그런데 어이없게도 "네" 라고 큰소리로 답했다.젠장...
멍청한건지 어쨌는지 아무튼 그와 그렇게 만났고 내가 건너왔던 그육교를 다시 건너자는 그의 말에 생각했다
'뭐냐그...이럴줄알았으면 그에게 건너오라고 말할껄...'
멍청한가보다....나란사람은....
저녁시간이라 밥을먹으러 밥집을 찾아 그렇게 두사람은 거닐게됐고
난 쫄래쫄래 뒤따라가며 또다시 많은 생각에 몸서리쳐댔다.
밥먹다 반찬이 튕기면 어쩌나...
물컵을 엎질르면 어쩌나...
혹시라도 이에 고추가루라도 끼면 어쩌...
"저기로 가죠.저기가 젤 나을것같은데..."
혼자 이생각 저생각 하던거 눈치챈걸까?
그는 나에게 그렇게 질물을 던졌고 난 그렇게 하자며 따라 들어갔다
점심때부터 굶은상태인지라 삽겹살집으로 들어온것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고기는 어느새 빛깔좋게 익어주고 냄새까지 일품이었다
뱃속에서는 난리가 났건만 그래도 어찌 첫만남에 허겁지겁먹어대는 모습을 보이겠는가? 참자...조신하게...
긴장한거 맞나보다.본모습이라면 정신없이 먹어대야되는데 어떻게된게 밥이아니라 돌이다.고기도 무슨 질긴 육포같았으니...이게아닌데...나 더 먹어야되는데...
밥과 술을 함께하다보니 정신없이 바빴다.밥숱갈들려니 그는 술잔을 들고, 술잔비우고 안주를 집을려니 술병이 들리고...ㅡㅡ;
"많이 팍팍 드세요.그렇게 드셔서 살이 쪄집니까? 그냥 원래 평소 드시던대로 드세요.편하게...^^"
입안가득 먹을것들로 채운지라 대답은 못하고 그냥 미소만 날렸다.
그러곤 난 속으로 말했지.
'당신같으면 지금 이상황에서 먹던대로 먹어지겠어요???'
아무튼 그럭저럭 분위기가 익었고 2차로 주막집으로 자리를 옮겼다.좀전에 삼겹살집에서의 서먹함은 가시고 서로를 알수있는 시간을 가지며 편한분위기로 접어들었다
누가 그랬던가 술이 술을 먹는다고...
얼마나 마신걸까? 얼마 먹지도 않은것같은데 자꾸 눈이 감기기 시작하면서 아른거리기까지했다.
또한 영사기의필름이 돌아가는것마냥 떠오른다.
지난 사랑과 아픈기억까지 모조리...
사랑과 이별마져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그때 그사람은 내게 왜그랬을까?
그래도 함께한 순간만은 사랑이라 말하고싶은데
왜그리도 매정했으며 냉대하기까지 했는지...
난또 왜이렇게 지난일에 아픔을 느끼는지...
어렵게 어렵게 이어져오던 만남을 깨트린건 결국나였지만
정말 우리를 갈라놓은건 그사람의 알수없는 감정이었다
아직도 내가 이해할수없는 부분...'
잠시동안의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그를보니 그는 연신 전화기를 붙잡고 문자를 보내고 받기에 여념이 없었다
'애인인가?'
아직은 그에 대해 알고싶은것도 알아야할것도 없다.
그냥 지금 내눈에 비춰지는 그모습 그대로를 읽을뿐...
근데 궁금해진다
날 왜 만나려고 했는지따위가...
나만 연신먹어댔을까? 내두볼은 발그레 예쁜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색은 어디하나 변한게 없다.
원래 술을 잘마신다거나 아님 취한모습을 보이지않게 하기위함에 그도 긴장을 하고있다거나 그것도 아님...선수거나...
내가 사랑이라 부르던 남자는 술을 전혀 입에 댈줄몰라 손해본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술에 발그레 젖은 두볼과 입술조차도 인상을 찌푸리며 술냄새난다며 떨어져있던 사람이었는데...
술을할줄모르는 여자도말야 애인이랑 오붓하게 둘이서 고급와인이아닌 쓴소주잔 기울이며 속닥이고싶어하는데...안그래?
...아직도 문자중이다.그는...
[저 심심하거든요.]
대뜸 내가 문자를 보냈다.마주하고 있는데도...
미안하단말과함께 끊어진 이야기를 이어갔고 그동안 난 나를 급히찾는 이로부터 부름을 받고 잠시 실례...(화장실 갔단거야 >.< )
[저 심심하거든요.]
에게게??? 그로부터온 메세지...
조금씩 이남자 재미있어진다.
대화할때 딴곳을 보거나 정신불안증도 보이지않는다
왜 그런사람들 있잖아.
손가락 가만히 놔두지 못하고 휴지며 종이며 베베꼬아서 그 형체도 알아볼수없을만큼 만들어버리는 사람들...
가급적이면 내얘기에 귀기울여주는것 같았고
심심찮게 순간 맞장구도 쳐주는 센스도있었다.
그와중 갑자기 해보고싶은게 떠올랐다.
이남자와 만약 인연이 된다면 시내한폭판에서 손잡고 걸어보는거다
시장골목을 다니면서 떡볶이나 오뎅을 먹어보고싶기도하고,영아원이나 보육원에도 함께가서 봉사활동도 해보고싶은 그런 생각이 난데없이 떠올랐다는...
왠지 참 따뜻할것 같다.왠지...
그렇게 난 오늘 또 한사람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