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상주사고에 대해서 네티즌에게 부탁드리고 싶은말

박경희 |2005.10.06 01:47
조회 319 |추천 0

저는 상주에서 8년째 살고 있는 조그만 의원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어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여러분과 같이 참 답답하기도 하고 왜 이런일이 벌어
졌어야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며 누가 책임이 있는지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원래 글재주도 없고 자판도 느려서 글을 잘 올리지는 않습니다만 이번만은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글을 올립니다.
오늘 의원에 오신 환자분중에 어제 그자리에 가셨던 분이 반이 넘어 계신듯 했습니다.(원래 상주는 시내 인구가 2만에서 2만오천정도 밖에 되지 않고 군 인구까지 합치면 13만 정도 되는걸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와같이 그런 공연에 조금 무관심한 3,40대를 빼면 성인 가요를 좋아하는 노년층이나 공연을 좋아
하는 학생층은 두명에 한명꼴로 시민 운동장으로 향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주로 노인환자분이 많이 다니는 의원이라 이분들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그중에는 사고 현장 제일 앞에 있다가 겨우 빠져 나온분,사람들 사이에 끼인 상태로 숨이 넘어 가는줄 알았다는 분,뒷줄에 서서 열심히 들어가려다 헛탕만 치셨다는 분,7시 근처 사고 수습후에 가서 괜스리 한시간동안 하지도 않을
공연을 기다리고 계셨다는 분,앞쪽에서 한 아이가 죽겠다고 몇분을 소리치다
조용해 지던데 나중에 보니 죽었더라고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는 분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주셨습니다.
오후에는 한동네분이 돌아 가셔서 문상 다녀오신 길에 치료 받으러 오셨다는데
그 돌아 가신분은 저번주에도 기분좋게 다녀가신 우리 병원 환자분이셨습니다.
참 가슴이 아프더군요.

제가 오늘 들었던 일을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 놓는 이유는
틈나는 데로 상주사고 관련 뉴스도 읽어 보고 토론글도 읽어 보니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나름대로 짚어 주시고 해법도 제시해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점들(기획사의 준비부족,관공서의 한건주의적 이벤트성 행사,사건당사자간의 책임 회피,시민들의 질서 의식부족,지역이 공연부재등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못쓰는 글에 이렇게 두서없이 흥분해서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인터넷이 아무리 익명이라지만 뒤에서 밟은 사람들이 살인자라서 사과하고 처벌해야 한다던지 무식한 촌것들은 어쩔수 없다던지,공연이 보고 싶어 환장했냐느냐등의 글을
올리시는 분들(정신없는 새끼들인지도 모르지만...)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올려 달라는 겁니다.

촌에서 손뼈마디 굵어 가면서 70평생 자식위해 봉사하다 홀로 자식들 떠난 시골에 남겨져서 아직도 아픈삭신으로 농사가 천직인줄 아시고 사시는 분들입니다.
볼것 없고 재미 있는 것 없는 촌에서 도시에서는 흔적도 사라진 약장사들이
사기를 치러 들어 와도 재미 있다며 돈 뺏기는 줄 알면서도 30분을 차타고 구경가시는 당신들 할아버지,할머닙니다.
내 70평생에 언제 현철 ,태진아,설운도 등등 유명한 가수 한자리에서 이렇게
많이 보겠냐며 10일전부터 잠을 설치며 좋아 하던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에게 공연질서를 강조 하셔도 됩니다.
그러나,민도 라는게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을 모아놓고 관절염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 봐야 좋은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2만명 입장할수 있는 자리에 10만장의 입장권을 돌리고 민도가 떨어 지는 촌로를 모아 놓고 자리 배정없이 선착순 입장이라는 말로 좁은 문을 열고,사고가
일어 나도 대책이 없고 압박으로 인한 질식사에 최단시간내에 구명할 장비가
없는 상황을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이며 손잡고 같이 놀러갔다가 뒷사람에
밀리고밀려 옆집 사람을 못 일으켜 주고 밟고 지나간 촌로들이 받은 정신적인
충격은 정말 누가 책임 져야 하는가요?

모든화는 혀에서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인터넷이니 손가락에서 나온다고 해야 되나요.

이번 사고의 조그만 원인이라도 될수 있는 모든 일을 철저히 따지고 욕해도 좋고 상주에 있는 의사라면서 니가 바로 달려가 응급처치를 하지 않고 뭘했냐고
제 욕을 해도 좋습니다.하지만 부디 그줄에서 평생의 기대가 낙담으로 변한 촌로들을 향한 비난은 절대 없었으면 하는 부탁으로 재주 없고 두서 없는 긴글
올려 봅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퇴근하는길에 합동 분향소라도 찾아가서 명복이나 빌어 드려야 겠습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