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백승권 |2005.11.06 21:41
조회 2,727 |추천 0

 

  위대한 극작가 찰리 카우프만 -오래 전에 봐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을 다룬 어댑테이션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장면과 스토리의 얼개는 흐리해져 버렸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로 한구석을 채우고 있는 한줄의 대사라면.   " 독백은 얼간이들도 쓸 수 있는 거야."    그러고 보니 참 할말이 없다. 이런.     온갖 하트란 하트는 다 모아놓은 티져포스터가 인상적이었던 영화였다. 볼 사람 다 보고 한달이 지났고 입장료 아까울 정도는 아니다 라는 중평을 다 들어놓고선 겨우겨우 차게된 극장이었다. 참 오랜만의. 1분 늦게 들어가서 가장 뒷자리에 앉아서 보게 되었지만 영화는 아름다웠고 등장인물들은 어느 한명 미운 구석이 없었으며 너는 니편 나는 내편 굳이 선을 가르지 않아도 마음이 움직였음을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이게 요즘의 나다. 이정도 밖에 표현이 안되는. 여전히 극장을 들어서기도 전에 쓸 말과 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생각하고 단어와 마침표를 첫문장을 떠올릴려고 애쓰지만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고 하루, 며칠 미루다가 그냥 지워진 영화 그때 그장면이 되어 간다.   게으름이라는 치졸한 변명만으로는 저 스스로도 이해가 안가는 최근의 몰골은 비참하고도 한심스럽다. 생활의 변화가 있었을지언정 중요한 것은 놓치지 말자고 했건만 난 지난 날 어느것도 아까워하지 않고 기꺼이 시간을 내놓았던 열정을 캔버스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펜은 꺾였으며 종이는 불살라 없어지고 책상은 뒤집어진 상태이다.  술병은 없지만 부끄럽고 아무도 모르겠지 라고 여기지만 이미 내가 알고 있기에 난 죄인이다.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 하면서 시키지 않았지만 지켜야 했고 멈춘다는 것은 결국 물러선다 는 것인데 난 수만가지 핑계와 한숨을 쌓아놓고 겨우 이런 사소한 습관마저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위로는 지겹다. 비참함은 가중될테니. 예상하고 있었고 그래서 더 저는 동정을 당연시 여기게 될테니 그렇게 죽어갈테니. 말과 생각을 잃어가며.   무엇에 대해 써야하지. 처음부터 생각해본다. 내 생애에 대해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에 대해서?  내 형편없는 경험들을 긁적이면 잉크가 번져버릴 것 같아서 관두고 또 이렇게 하면 지난번과 비슷한 접근방식이라 안되고 날카로이 삿대질을 해보자니 이거 어디 한군데 나무랄 구석이 안보이고. 무뎌전건지 생각이 없어진건지  사그라든 열정인지 한순간의 반짝임이었는지 아무것도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하늘만 쳐다보면 자조와 자책으로 시계바늘의 움직임만 재고 있다.   한순간도 아닌 일주일이라니.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어떻게 가장 아름다운 것이 일주일이나 지속될 수 있는 거지. 어느 누군가에겐 단 7초의 웃음도 짓지 못한채 생을 마감하는 슬픈 운명도 널려 있을텐데. 뭐가 저들을 일주일이나 아름답게 만들어준거지? 쓸데없는 물음이라는 것은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알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일주일이 아니다.  순간을 위해서 일주일을 지나는 것도 아니고 아름답고 싶어서 말도 안되는 에피소드들을 압축하고 뒤섞어 놓은 것도 아니다. 그저 살아가는 것뿐. 그리고 그 중에서 좀 더 옳은 것들에 가치를 두며 생을 이어가는 것뿐. 그러다 웃고 그러다 울지만 다시 일어나고 아플줄 알면서도 이별하고 안되는 줄 알면서 그러게 되고 미안하고 싸우고 욕하지만 위로받고 또 위로하고 위안하고. 손을 흔들고 다시 웃음짓고 그런것들. 열심히 살아도 생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들. 아름다운 나날들. 전부는 아니더라도 아름다울 수 있다면 기꺼이 감당할 수 있으리. 살아있다는 것. 삶이라는 것은 이어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으리. 적어도 누군가는 그를 위해 기도하며 그녀를 위해 어떤 수난과 인내도 감당하게 되는 것이므로. 내가 아닌 어느 누군가의 웃음을 대신해 살아갈 만한 가치는 있는 것이니까. 꼭 가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당신이 살아있는 것. 살아가게 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느 누군가에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을 선물하는 것이 될 수 있을테니까. 그러니까 우리 살자.   나도 그래야겠다. 이렇게라도 써가면서. 미안하기만한 악필이지만 그래도 보이고 싶으니까 내가 곁에 이렇게 살아있다는거 알려주고 싶으니까. 얼간이 같은 독백이고 누구나 생각하고 적어낼  수 있는 말들이지만 이렇게라도 하면 어느 누군가에게 아름다울까봐. 그렇게 되고 싶어서 아름답고 싶어서, 앞으로 더 많이 아프고 힘들테지만. 누군가에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아름다운 일주일이 될 수 있다면  정말 괜찮을 것 같아. 기대돼.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연예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