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프리즘 14

allcross |2005.11.18 08:44
조회 373 |추천 0

14.


서영이 등을 지고 돌아선다.

보이지 않아도 흐려진 얼굴이 느껴진다.


나는 서영의 등 뒤에 바짝 다가선다.

손을 서영의 가슴 앞에서 깍지 끼어 내 쪽으로 끌어당긴다.

서영의 몸은 저항하듯이 끌려오지 않다가 이내 체념한 듯 내 품

안에 들어온다.


그러나 고개는 꼿꼿이 앞만을 바라본다.

서영의 시선 앞에는 떨어지는 빗줄기로 가득하다.


“추운데 이만 안으로 들어가자............”


“...............................”


“감기 걸리겠어..........”


“..............................”


나는 조바심이 난다.


“그래, 알았어. 아까 얘기 때문에 마음 상했으면 잊어버려........

 당분간 그 이야기는 안 꺼낼께.”


서영은 귓가에서 내 목소리가 흩날려 사라지기라도 하는 듯

미동도 않고 서 있는다.


빗줄기가 점점 세차다.


“지현 씨...........”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어두운 밤.

호텔 주차장 구석에 세워진 차 안에서 처음 그녀를 보았다.

당시 나는 임시로 안전요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한 여자가 불꺼진 차 안에서 고개를 운전대에 파묻고 있었다.

혹 술이 취해서인가 하고 다가갔다.

밀폐된 차 안에서 술 취해 자다가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차로 다가가 창문을 두들겼다.

처음에 미동도 하지 않는다.

좀 더 세게 두들기자 그제야 여자가 고개를 든다.

눈썹 아래부터 턱 밑까지 온통 눈물 자욱이다.


차창이 조용히 내려온다.

그녀는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눈으로 나를

멍하니 바라다 봤다.

 

순간 나도 뭐라 할 말을 잃었었다.

괜찮냐고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그 깊고 까만 눈동자에 일순간 정신을 놓았었다.

왜 그리 아득해지던지........................


회상에 잠기던 내 의식이 서영의 목소리로 깨어난다.


“그리고 지현 씨는 내 대신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데려다 주었었지..........“


“맞아. 그 때부터 우리 만남이 시작된 거고...........”


“지현 씨는 내가 그 때 왜 울고 있었는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


 서영은 내 팔을 풀고 앞으로 두 걸음 내딛더니

 멈추어 서서 몸을 내 쪽으로 돌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과거엔 무엇을 했는지.......

 한 번도 묻질 않잖아?”


서영의 눈빛이 목소리처럼 파르르 떨린다.


“지현 씨, 당신도 짐작하고 있는 거야. 내 과거가

얼마나 어두운가를..................그러니 제발........”


나는 대답 대신 단호히 고개를 젓고는 서영에게 다가간다.

뒷걸음치려는 서영을 바짝 안는다.


갑자기 서영의 어깨가 울먹거림을 참느라 격렬하게 흔들린다.

울음을 토해낼 까봐 고개를 숙이고

입을 자신의 손으로 틀어막고 있다.

 

고통스러움에 꺼억 꺼억 하는 숨소리가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온다.


그녀에 대한 애처로움이 가슴을 후벼판다.


나는 서영의 얼굴을 잡고 격렬하게 입술을 포갰다.

토해내는 서영의 울음을 내가 다 받아내고 싶었다.


우리는 한참동안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처마를 비껴 내린 빗방울이 서영의 눈물과 함께 내 얼굴 위로 떨어진다.


귓가로 오랫동안 빗소리가 흘러내린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슬픔이 가라앉을 때까지 나는 영원히 라도 그대로 있을 생각이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