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아픔을 떼어내지 못하는
서영이 안타깝다.
여전히 강을 바라보고 선 그녀의 등 뒤로 조용히 다가선다.
가만히 손을 앞으로 둘러 그녀의 양 손을 잡는다.
따뜻한 손이다.
주머니 난로에 손을 댄 것처럼 온기가 전달된다.
서영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내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질친다.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다.
일 년 여 넘게 서영을 만났다.
나의 주저함이 좀 더 빨리 서영의 아픔을 덜어줄 기회를 놓친 것이다.
자책감에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아파.”
서영이 나를 돌아보며 가볍게 얼굴을 찡그린다.
미안하기도 하지만 아픈 기억에서 깨게 된 것 같아 기쁘다.
“미래가 집에 오려면 시간이 얼마나 남았어?”
“음................글쎄 1시간 30분 정도?”
“그래? 그럼 시간은 충분하네,,,,,,....다시 집으로 들어가자.”
서영은 처음엔 영문을 몰라 눈을 크게 떴으나 이내 내 말이
문득 무슨 뜻인지 안 듯 얼굴이 귀밑까지 발갛게 상기된다.
“어머, 지현 씨........오늘따라 왜 이래?”
“몰랐어? 나 원래 좀 밝히잖아........”
나는 시침을 떼고 서영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서영은 당황한 듯이 내 가슴을 가볍게 주먹으로 친다.
“아.....안돼, 미래 마중 나가야 된단 말이야...”
“정말 이러면 여기서부터 들쳐 업고 갈거야.”
나는 엄포와 함께 정말 서영의 몸을 안아 번쩍 들어올린다.
“아야, 알았어........그러니까 빨리 이것 좀 놔봐, 사람들이 보잖아”
나는 그녀를 땅에 놓는 척 하다가 그대로 어깨에 메고 주차장 쪽으로 뛰었다.
“꺄아악......내려줘. 정말”
서영은 손바닥으로 내 등을 두들긴다.
무시하고 그녀를 멘 채로 계속 뛰어간다.
멀리서 사람들이 시선을 보내고 개의치 않는다.
주차장에 와서야 서영을 내려놓는다.
서영은 짐짓 토라진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내심 불쾌하지만은 않은 듯 하다.
내가 한쪽 눈을 찡긋하자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나는 그제서야 허리를 숙여 숨을 몰아쉰다.
서영이 손수건으로 내 이마를 닦아준다.
“바보같이.................”
나는 크게 숨을 내쉬고 허리를 폈다.
서영과 눈이 마주친다.
갑자기 서영을 끌어안는다.
서영은 의외로 순순히 안긴다.
익숙한 체온이 느껴진다.
“왜 뿌리치지 않아?”
의아해하는 내게 서영은 잔잔하게 미소 짓는다.
“이미 망신은 다 당했는걸 뭐..............”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나는 다시 서영을 끌어안고
벅차게 말을 쏟아내었다.
“약속할께........ 앞으로 모든 행복이 다시 너에게 되돌아오도록
내가 지켜줄께...................”
늘어뜨려져 있던 서영의 팔이 내 등을 꼬옥 감싼다.
서영의 떨리는 음성이 내 귓가에 들어온다.
“지현 씨........ 고마워.......... ..이후에 지현 씨가 나에게 변한 모습을 보여도
나는 괜찮아.......... 지금....... 이 순간 내게 한 말만을 기억하고 나는 지현 씨를
보내줄거야.”
서영의 마지막 말은 귓가에서 흘려보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