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일요일)
오후 4시 신촌역 시계탑에서
공대생까페 정모가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추신 : 여자분은 맥주기본 무료에 무한부킹.....(퍼억!!)
================ 참가신청 및 문의 cafe.daum.net/enlovestory ===================
??= 기억아, 너 키스해본 적 있니?
= ..... 예.
??= 정말?
= ..... 뺨에.
??= 에이~ 뭐야 그건 뽀뽀잖아.
= 이씨, 영어론 다 kiss잖아요!
??= ....... 지금 해 볼래?
= ....... 싫어요.
??= 왜?
= 결혼식 때 할 거에요.
??= 그럼 그때까진 키스도 안 할 거야?
= 예.
??= 그럼 애인하고는 뭐 하려고?
= 손잡고, 팔짱 끼고....안아 줘야죠.
??= 이렇게?
= 아, 왜 그래요? 오늘....
??= 그냥.... 지금 안 하면 못할 것 같아서.
=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언젠가 그 사람과 나눴던 이야기.
요즘 들어 옛날 생각이 자주 난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그 때의 표정, 말투 하나하나까지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 그녀 때문일까.
그녀의 모습에서 예전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일까?
아니면 예전에 있었던 일들이
요즘 다시 반복되기 때문일까.
그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 근처 전철역에 도착한 난
조금은 착잡한 심정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지난 회상을 갈무리 짓고
전철에서 내려 그녀의 집을 향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녀와 만나기 전에
가장 많이, 자주, 심각하게 고민하는 일이다.
언제나 이렇다할 결론은 얻지 못하지만
만나보면 또 여차저차 잘 넘어가는 게
가끔은 불가사의하기도 하다.
늘 그렇듯,
난 그녀의 집 문 앞에 도착해서도
무슨 말을 먼저 꺼낼지 결정하지 못했다.
기억 - ......
그래서 10분 째 초인종을 못 누르고 있다.
그렇게 대문 바로 앞을 빙빙 돌며
어떤 말이 가장 무난한가 고심하던 중
뭔가 발목을 콱 잡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피카츄 - 즈르르를....
대문 밑 틈으로 주둥이를 내밀어
근처를 지나던 내 바짓단을 물고 늘어진 피카츄.
이...이놈...
지금까지 매복하고 있던 거냐?!
기억 - 이, 이런 닝기리! 놔! 안 놔?
콱 잡아당겨버리면 앞니가 부러질까봐
(정확히 말하면 그것 때문에 그녀가 화낼까봐)
난 반대쪽 발로 콧잔등을 차서 털어내려 했지만
녀석은 순간순간 입을 틀어 직접 타격을 피하며
집요하게 바짓단을 대문 밑으로 끌고 들어갔다.
기억
- 이런 지기럴... 이 바지 산 지 얼마 안 됐단 말이다!!
칵, 놔!! 안 놔? 놔 이 개색꺄!!
콱 된장 발라서 구워버린다!!
?? = ..... 기억이야?
바지단이 뜯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두 손으로 대문 양쪽 기둥을 짚고
개 주둥이를 밟기 위해 노력하던 중
갑자기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난 어느 샌가 인터폰 스위치를 누르고 있는
내 오른손을 볼 수 있었다.
기억 - 아....자, 잠깐만. 개 때문에....
난 황급히 자리에 주저앉아
밤주먹으로 개의 콧잔등을 계속 쥐어박으며
녀석을 원망했다.
아 씨. 아직 할 말 못 찾았는데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
피카츄 - 깨갱!
‘찌직.’
기억 - 아악! 찢어졌잖아!!
민아 = 기억아?
기억 - 아....아, 응.
난 침에 절어 늘어지고 찢어진
내 바짓단에게 애도를 표하며
어색한 얼굴로 인터폰 카메라 앞에 섰다.
민아 = ....... 무슨 일이야?
기억
- 응, 그게 그러니까.....
오늘 유니 선배를 만나서...
민아 = 어? 둘이 아는 사이였어?
기억 - 그게... 여차저차 하다보니까....
그녀는 짐짓 당황한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마 자신이 유니 선배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내가 들었을 말들을 추정하고 있는 거겠지....
기억
- 큼... 오늘 말을 들어보니까
오해도 좀 있는 것 같고...
사과할 일도 있는 것 같고....
또 할 말도 있고... 암튼.... 그래서 왔어.
민아 = ...... 언니가 뭐라고 그랬는데?
기억
- 뭐... 별 다른 건 아니고... 역지사지랄까....
나도 그 입장 되서 보니까...
많이 부끄럽고 어색하더라고.
그리고.... 그 때 나 화난 거 아니었어.
밖에 나가는 데 개가 풀려있어서 도망치느라....
민아 = .. 그랬구나. 미안, 내가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기억
- 아니 뭐.. 멋대로 나간 내 잘못이지.
크흠, 큼... 그리고.... 아.....
그 비디오 볼 땐 뭐랄까....
마음이 급해서 눈에 뵈는 게 없더라고.
요즘도.... 그 때 생각하면 꿈 꾼 것만 같고....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자꾸만 의심이 되서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어.
기껏 집에까지 찾아가서
인터폰에다 대고 할 말 다 하고 있는 처지가
조금 우스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쪽이 한편으론 마음이 편했다.
기억 - ...... 저.....듣고 있어?
하지만 말을 마치고 난 뒤에 이어진 긴 침묵은
나를 당황케 하기에 충분했다.
힘들게 말을 했으면 뭔가 응답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아 = 으....으응.
뒤늦게나마 들려온 그녀의 대답에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같은 말 다시 하라면 죽어도 못하지...
기억 - 저기..
민아 = 저기...
기억 - 응? 아..... 먼저 말해.
민아 = 아, 아니야... 기억이가 먼저 말해.
기억 - 레, 레이디 퍼스튼데....
민아 = ....... 양보할게.
....... 1초만 더 기다릴 걸 그랬나.
대체 뭐라고 말하려고 했던 거지?
난 잠시 한숨을 돌리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내내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한 마디를 꺼냈다.
기억 - 그게..... 내 첫 키스였어.
그 뒤로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
세상 사는데 거 별 거 있어, 인생 다 그렇지...
아무튼 앞으로 잘 해보자
뭐 그런...
하지만 그중 제대로 정리되는 말이 하나도 없었기에
난 거기서 말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또다시 이어진 어색한 침묵.
역시나... 말하지 말 걸 그랬나.
기억 - 저기... 아까 무슨 말 하려고 했어?
민아 = ..... 나도.
기억 - 응?
민아 = 나도.... 그게 첫키스였어....
기억 - .....
크로스..... 카운터.
너무나 강한 충격의 여파로
잠시 동안 육체를 빠져나갔던 혼이
11월 추운 날씨가 가출에 적합하지 않음을 알고
날씨 풀리거든 짐 싸서 제대로 나가자며
투덜투덜 다시 육체로 들어온 다음에도
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기억 - .......
민아 - .......
그 사이 차곡차곡 쌓인 적막함은
어느새 강력한 뻘쭘함이 되어 우리를 위협했다.
인터폰 너머에 있는 민아가
=무슨 말이라도 해 바보야!=
라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12800x10240 32bit 트루컬러로 구현되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총대를 매야한다.... 내가 총대를...!!
기억 - 그럼, 가.... 갈게.
민아 = 으응....응?!
기억 - ..... 바, 바이바이!
민아 = 앗, 잠깐, 나 지금 씻고 나갈.. 아....아니....
기억 - 다다다다다!!
유니균에게 전염된 결과인지
입으로 효과음까지 내가며 내리막길을 뛰어가는 사이
문득 이대로
석양을 향해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 - 다녀왔습니다-.
잠시 후 집으로 돌아온 난
곧장 가방을 던져놓고 침대 위로 몸을 날렸다
=나도... 그게 첫키스였어.=
기억 - ...... 아우우우웅!!!!
가슴 속에서 확확 올라오는 열기를 주체 못해
베개에 박치기를 하고 발을 굴러가며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는 사이
아버지께서 방으로 들어오셨다.
아버지 - 왜 그러냐.
기억 -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버지
- 나 내일 모레 시험이다.
할 일 없으면 조용히 디비 자라.
기억 - ........ 예.
일순간 생명에 위협을 느낀 난
두말할 것 없이 이불을 덮고 얌전히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가슴 속 열기.
무한 맷집의 열혈만화 주인공들이
죽기 직전까지 맞거나 친구가 위협에 처했을 때 느끼는
=용솟음치는 힘의 소용돌이= 가
내 몸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으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면
땅이 갈라지고 불기둥이 치솟을 것 같은 이 느낌.
하지만 그걸 실천에 옮겼다간
아버지의 분노가 실린 철권에
뼈와 살이 분리되고 눈에 불꽃이 튄다.
기억 - 으으..... 으으으으.....
눈을 감고 있어도 잠도 오지 않고...
하릴없이 이불을 둘둘 말아 끌어안고
한참 끙끙거리며 앓고 있을 때
밖에서 부모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 더 넣어, 더 더.
어머니 -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버지
- 저놈의 새끼 아까부터
똥 마린 강지 마냥 끙끙대는 데 내가 미쳐버리겠어.
그냥 확실히 보내버려.
어머니 - 그래도 너무 많이 넣으면 티 날 텐데...
....... 갑자기 오한이 드는 이유가 뭘까.
문득 내일 아침 해를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난
다시 옷을 고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기억 -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어머니 - 어머, 이미 눈치챘.... 아니, 어딜 가니?
기억 - 그냥.... 요 앞에요.
쌀쌀한 밤바람에 어깨를 움츠리며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야트막한 동산에 올라간 나.
기억 - ....후우.... 후우......
공랭식으로 몸 안에 열기를 식히면서
점점 그 모습이 뚜렷해진 열기 덩어리가
가슴 속에서 입을 통해 튀어나왔다.
기억 - 민아야~~!!!! 사랑한다~!!!!!!
일순간 가슴이 확 트이는 후련한 느낌에
난 두 팔을 벌린 채 근처를 빙빙 돌다
잔디밭에 벌렁 드러누웠다.
‘물컹.’
그런데 등을 통해 느껴지는 이 비탄성적인 촉감과
후각신경을 자극하는 고향의 향기는....
.....개 똥 뭉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