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울신랑...
오늘 회식이라고 기분좋게 보내줬는데 새벽 두시가 다되어 전화가 왔네요.
아...인제 들어오려나 보다. 늦는게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전화준게 고마웠네요.
근데 왠 울먹이는 목소리.
얼마나 취했는지 횡설수설하면서 춥다고, 너무 춥다고만...
그때까지만해도 오늘 워낙 날이 추우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얼른 들어오라고 했는데
회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계속 울먹이는 목소리로 데리러오라고.
왠지 목소리가 심상치않아서 전화통화하면서 급히 외투입고 나갔네요.
있다고 한곳은 집에서 한 20분정도 되는 거리.
술먹는다고 신랑이 두고간 차가 어디있는지 몰라서 급한맘에 무작정 뛰기 시작했습니다.
가면서 계속 통화를 했는데 추우니까 어디 들어가있으래도 계속 딴소리.
통화중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누군가와 다투는 소리도 들렸고...
무슨일이 있는지 걱정은 쌓여가고 눈길 미끄러질까봐 신경은 곤두서고...
어찌 도착을 했는지 기억도 안나게 정신없이 뛰어가보니 기다리라고 한 장소에 있더군요.
아까 입고간 외투는 어디갔는지 얇은 긴팔셔츠만 입은 신랑...
눈쌓인 맨바닥에 취해서 쭈구리고 앉은 모습에 울컥 화부터 났습니다.
날이 얼마나 추웠는데...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차림으로 20여분을 기다렸을걸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대요.
누구랑 싸웠다고, 회사사람들이랑 안좋았다고...
너무 춥다고 덜덜 떠는 신랑한테 입고간 코트를 덮어주고 택시를 잡기 시작했네요.
급히 나가느라 집에서 입고 있던 차림이어서 반팔에 앏은 면바지만 입고 있었는데 추운줄도 몰랐네요.
운좋게 근처 콜택시 기사분께서 오셔서 먼저 차부터 타라고.
오늘따라 택시가 없다 걱정헀는데 어찌 보셨는지 우리쪽으로 와주시고
아파트단지 안까지 들와주셔서 빨리 오긴했는데..
집에와서보니 외투뿐만이 아니라 지갑과 안경까지...올때까지 안경없어진줄도 몰랐는데
외투를 회식자리에 두고 나온것 같대서 일단 분실신고부터 하고 신랑재우고...
아직 떨리는 마음이 진정이 안되서 뜨거운 커피한잔 타서 책상앞에 앉으니 한숨만 나오네요.
술을 안좋아하는 나와 술자리를 즐기는 신랑과의 다툼은...아마도 낼 정신들면 하겠지만
대체 무슨일이 있었는지 너무나 걱정되고.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겨도 이런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회사 일은 바쁘고 피곤해도 항상 웃는 얼굴로 퇴근하던 신랑이라 그에 걱정은 없었는데
가끔 회사동료들과 통화하는걸 들어봐도 나쁜 기색은 없었는데...
누가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 서럽게 했는지...
오늘 학교 선배와 동기들 집들이를 하기로 해서 우울하면 안되는데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요.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힘들었길래...
아깐 또 얼마나 추웠을꼬...왜 더 빨리 가주지 못했을까, 취했다고 화는 왜 냈을까...
좀 더 빨리 가서 안아주고 다독여주지 못했을까...전 나쁜 아내인가봅니다.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늘 보고 뒤돌면 그립다고 항상 말해줬는데
왜 난 당신을 기다리게했는지...제 자신이 너무 밉고 마냥 서러운 마음입니다.
너무 길었네요. 밤도 늦었는데...읽으시는 분이 계실지...
그냥 너무도 추운 밤에...지쳐 잠든 신랑을 보다 뭐든 쓰고 싶어서 들렀는데...
부디...아무도 안추운 새벽을 맞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