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3년을 만난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렸던만큼 서로 상처주는 행동 많이 하고
사랑하는 마음만 앞섰지 성숙한 관계를 만들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프고 슬픈 것, 다 감내하고 견뎠던 것은
정말 사랑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아이도, 여자라고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도, 화나면 욱하는 그 아이가 내게 했던 심한 말과 행동들에 많이 상처받고
정말 헤어져야지 헤어져야지 수도 없이 했었습니다.
그때마다 미안하다고 잡는 그 사람,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나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니까,
또,
내 모든 걸 준사람이니까, 이 사람 아니면 누굴 다시 만나겠나 싶어,
첫남자랑 결혼해야지 그게 당연하지 싶어 3년을 버텼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 남자친구, 바르고 착해졌습니다.
예전에 제게 했던 못된 행동들 많이 반성하고, 오히려 제가 먼저 화내면 화낼까
정말 극진히 잘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생각해보면 참 좋은 기억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내가 보고 싶다고 한밤중에 무작정 달려와준 일,
눈 내리던 날 , 하얀 장미를 들고 기다리고 서 있던 그 아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지만, 몇년동안 한결같이 나를 사랑해준 그 아이의 태도는
정말 영원이란 말을 믿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3년이란 시간이 지루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서로, 만날때마다 설렜고, 성숙하게 사랑할 줄 몰랐던 처음 1년을 빼고는언제나 즐거웠고, 서로 사랑했고, 질린다는 느낌 단 한번도 느껴본 적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권태기였나봅니다. 아니면 인연이 다할 때가 온 것이었을까요.
그 아이는 그대론데
저는 차차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동갑내긴데 행동이 어리고 특별히 속깊은 구석은 없는, 그저 어려움 모르고 밝게만 큰 이 아이가
내 결혼상대로 적합할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되었고
내 인생이 이렇게 고여있는게 참 싫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그 아이를 떠나온지 벌써 두달
제 곁에는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그 아이와는 정반대인
속깊고 사려깊고 착한 그런 사람이요.
소녀시절에 꿈꿔왔던 그런 사랑, 그런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예쁘게 다듬은 마음들, 세상에 다시 없을 아름다운 말들로 길고 긴 편지를 주고 받고
단한번 큰소리내고 상처주는 일 없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배려하고 또 배려하고
예전 그 아이와는 할 수 없었던 그런 일들을
지금 내 옆에 한 살 많은 이 사람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쉽게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함께 웃고 있을땐 생각이 안나는데,
혼자 방안에 돌아와 어둠 속에 누우면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또 다시 이렇게 사랑을 하는 내가 싫기도 하고
다른 남자랑 잘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게 결혼해서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마음이 괴로워집니다.
그래도 내 평생에 정말 한 남자였으면 했는데,
혼전순결이야 그렇다쳐도 몸으로 마음으로 하나되는 일은 평생 한 사람이었으면 했는데
그래서 그 아이,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사랑하고 또 사랑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내가 변해버리고 우리 사이가 변해버리다니요.
아무에게도 말못할 일로 힘이 들면 옆에 있는 사람보다는
예전 그 사람 생각이 더 간절하기도 합니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래 사귄 첫 사랑, 진짜 가족같은 사람이잖아요.
못하는 얘기 아무것도 없고, 언제나 내 편에서 들어주고, 정말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도 더 가까울만큼 비밀없는 그런 사이잖아요.
그래서 아직은 숨기는게 많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이 사람에게보다는
예전 그 사람이 더 생각이 납니다. 정말 말못할 일로 힘들때는요..
그래서 며칠전엔 나도 모르게 메신저에 접속해있는 그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평소엔 먼저 말을 걸어와도 무시해버리고 끊어버렸죠.
그런데 문득 아직 잘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그 순하고 착하던 아이가, 담배연기 맡는 것도 싫어하던 아이가 담배도 배웠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만큼 아직도 힘이 든답니다.
자기는, 나 아닌 다른 여자랑 무난하게 연애하다 결혼할 거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고
남자만 여자 책임져야 하냐고, 여자도 남자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너는 내 모든 것의 처음인데 내가 너를 어떻게 잊느냐고
정말 미칠 것 같아서 정신을 멍하게 하려 담배도 펴보고 헬스장에서 미친듯이 뛰어도 본답니다.
양다리를 걸쳐도 다 눈감아 줄테니, 지금 그 사람 정리 안해도 좋으니 이렇게 연락하고 몇달에 한번이라도 얼굴보면 안되겠냐고 그럽니다.
이젠 예전처럼 절절하게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내가 많이 사랑했던 사람, 지금 사랑하진 않아도 아끼는 사람
이렇게 아파하니까 나도 마음 한구석이 시려옵니다.
난 너무 나쁜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지금 내 옆에 사람도 그 사람만큼이나 나를 많이 사랑하는 걸요.
그리고 돌아간다 하더라도 이 사람 한 사람만 보고 충실할 자신 없습니다.
한 번 마음이 돌아서고 보니까 제 자신을 못 믿겠습니다.
그런데, 첫남자라는 것,
그게 너무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서 어이없게도 결혼만큼은 이 사람이랑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게 사랑인가요, 정인가요, 아니면 제 쓸데없는 집착인가요.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첫남자와 헤어지고 그 다음에 만나는 사람은
첫사랑 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순수하고 절절하게 사랑할 수 없었다고
예전의 그가 최고일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합니다.
저도 그렇게 될까 두렵습니다.
지금은 제 옆 사람이 좋다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서 자꾸 첫사랑에 대한 미련으로 괴로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많이 사랑했던만큼, 많이 사랑받았던만큼 힘들 것 같습니다.ㅠㅠ
차라리 남들처럼, 있는 정 없는 정 다떨어질만한 일이라도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욱 하는 성질 하나 문제였지,
피임 꼬박꼬박 하면서 저 아껴주고, 오래 사귄 기간에 질려할까 가끔 소소한 이벤트도 마련해주고, 한결같이 사랑해준다 하던 사람이니 미워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상처준건 저니까, 제가 나쁘죠..ㅠㅠ
그리고 사실, 예전 그 마음처럼 사랑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내 옆의 사람이나 앞으로의 사랑에 대해서요,
첫사랑에게 그랬듯 모든 잘못 다 용서하고 힘든 일 견뎌내는 것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첫남자, 쉽게 잊혀지시던가요..
정말 이 생각으로 너무 괴롭습니다.
전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