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입니다.
저희 집안 분위기도 그렇구요.
근데 그 사건들이 있은 후부터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이곤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자친구와 사귄지 열달째에 접어들었습니다.
남자친구도 삼십대이고 저도 흔히들 말하는 결혼 적령기인지라 석달 정도 만난 후부터는 서로 결혼도 생각하고 있었지요.
집안이나 학벌, 직업으로 볼 때 남자친구보다 제가 쪼금 나은 편이어서 저희 부모님의 반대가 걱정이 됐었지만, 이 사람의 성격이나 미래성 등을 볼 때 같이 살아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물론 서로 사랑하는 감정이 바탕이 되어 결정한 거였구요.
만난지 백일되던 날(딱 백일되던 날이라 잊어먹지도 않아요) 아침 10시에 어떤 분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다짜고짜 "***라는 아가씨지요?"하시더군요. 휴가중이라 자고 있던 제가 어떨결에 맞다고 했더니 형제관계며 종교같은 걸 꼬치꼬치 물으시더라구요.
정신을 차린 제가 "누구시죠?"라고 물으니 "@@@엄마되는 사람이예요."하셨어요.
제 남자친구의 어머니셨죠. 아직 인사도 드린 적 없는.
저한테 거의 이십여분을 뭐라고뭐라고 하시는데 요점은 제가 남자친구와 너무 많이 전화를 한다는 거였습니다. 평소 2,3만원밖에 안나오던 남자친구 핸드폰 비용이 5만원이 넘었다고 뭐라고 하시더군요.
하- 서른 넘은 아들이 연애하느라 핸드폰 비용이 5만원 넘었다고 전화하시는 어머니라....
게다가 주5일 근무이니 주말에 만나도 되는데 왜 평일에까지 만나냐고도 하셨어요.
너무 기가 막혀 "알았습니다."하고 끊었습니다.
전화 끊고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에 남자친구에게 알렸습니다.
남자친구 난리가 났습니다. 어머니께 다시 그런일 있으면 집 나가겠다고 하고 저한테 와서 위로를 하더라구요. 일단 이 사건은 여기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리고 석달쯤 지났습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전날 남자친구가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친구집에서 잤고 그 사이 베터리가 다 되어 핸드폰이 꺼졌습니다. (전 이걸 일요일 오후에야 알았습니다.)
아침 열시에 남자친구 어머니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아들 핸드폰이 꺼져 있는데 같이 있냐구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어머님, 저 남자친구랑 밤새고 아침까지 같이 있을만큼 막되먹은 사람 아닙니다."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당신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럼 일요일 아침에 아들하고 같이 있냐고 전화한 건 뭐란말입니까?
또 한참을 원래 전화한 목적과 관련없는 말씀을 하시더니 난데없이 연애를 하는 건 좋지만 결혼은 절대 안된다고 하시더군요.
"왜 결혼은 안되나요?"
"아가씨가 양띠여서 안되요. 양띠하고 용띠는 궁합이 안좋아."
허걱... 생년월일로 궁합을 보신 것도 아니고 제가 양띠여서 무조건 안된다고 하시네요.
너무너무 화가 났습니다.
제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지 알 수 가 없었지요.
"그럼요, 어머님. 어머님께서 저한테 전화를 하시면 안되죠.
절 며느리로 보실 게 아니시라면, 전 엄연히 어머님과 남인건데, 저한테 전화하셔서 이런 말씀하시는건 예의가 아니지요."
너무너무 화가 난 상태가 아니었다면 어르신께 이런 말씀 드릴만큼 용기도 없는 접니다.
남자친구 어머님께서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셨습니다.
"알았으니까 우리 아들한테 전화하지 말아요!! 내 아들이니까 내 맘대로 할꺼예요!!"
또 뭐라고 막 그러시는데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 "어머님, 죄송한데요, 제 먼저 전화 끊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두번째 사건이 있은지도 벌써 두달이 넘었습니다.
집에서 나오느니 어쩌니 하던 남자친구, 집에 잘 있습니다.
어머님과 어떻게 해결해 볼 노력도 안하는 것 같습니다. 저한테 결혼은 하자고 하면서 말이지요.
남자친구와 사귀는거 지켜만 보시던 저희 엄마도 두번째 사건 이후로 폭발하셔서 당장 헤어지라고 하십니다.
어떻게든 남자친구 어머님을 먼저 돌려놔야 저희 엄마의 마음도 돌릴 수 있을 거 같은데...
남자친구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말로 슬며시 말꼬리만 흐립니다.
어쩌다가 얘기가 나와도 제가 어머님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면 금방 얼굴을 굳히면서 그만하자고 하구요.
아마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내고 노력하고 있지만 원체 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제가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좋은 사람이지만... 그 사람 부모님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