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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못볼뻔한 나-애낳기 시른분께 (다음 아고라 펌)

퍼온이 |2006.01.19 09:50
조회 410 |추천 0

자기 인생을 가치있게 즐기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고 싶다는 글을 보고 도움이 될까 해서 씁니다.


(세상구경 못할뻔한 나)

우선 제 얘기 입니다.
저는 1962년 생 입니다, 3남 3녀 중 막내구요.
저를 가졌을 때 어머니는 당시 국내에 처음 도입된 아기 지우는 수술을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저를 가질 계획이 없었고 입덧이 너무 심해 매일 토하셨구요.

2남 3녀로 아들이 하나 부족하니 "채우자"는 아버님의 집요한 설득도 무위로 돌아가고 두 분을 결국 서울로 올라가 저를 지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 가기 전 날밤 두 분이 동시패션으로 좋은 꿈을 꾸고 막판에 마음을 바꿨습니다, 죽으려다 살아난거죠 제가.

저는 자라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너무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강원도 시골 읍의 제1 부자에서 하루 아침에 서울 단칸방으로 몰락하고,
다시 살아나다가 망하고 또 그러고,,, 를 거듭하면서 부모님뿐 아니라 우리 형제들은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언제나 예외였습니다.

어느정도 였냐면,,
단칸방 전세를 살 때 주인 집 TV를 보다가 면박을 당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밤 어머니가 아버님께 심하게 바가지를 긁었고 다음 날,
아버님이 주인집 것 보다 더 큰 TV를 들여놓으셨습니다, 한달 치 월급을 고스란히 털어서 말입니다.

또, 어머니는 "우리 아기 기 죽으면 안된다"시며 150원만 내면 되던 국민학교
육성회비를 부러 최고액인 600원을 내셨습니다.
집은 찌들어지게 가난했지만 저는 우리집이 가난하다는걸 거의 못 느끼고
자랐습다.

나중에 철 들고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니가 막내라서 귀여운 것도 있었지만,,,,
너를 지우려 했던 사실이 한없이 미안해서 억지로라도 더 잘해주고 싶었다"

그런 어머니는 작년에 작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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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구경 못할뻔한 막내)

역사도 반복되고 가정사도 그렇겠죠?

코찔찔이 막내인 내가 결혼을 했습니다.
연상인 제 아내는 2년에 걸친 저의 집요한 공세에 결국 지쳐 저랑 살기로
했습니다, 조건이 있었죠.

"아이는 하나만 낳는다" 였습니다.

결혼 당시 저는 졸업 직전 직장을 잡고 출근을 기다리는 상태였지만,
아내는 지금으로 말하면 프리랜서 같은 일을 했었는데 수입이 대기업 월급쟁이의 세 배쯤 되었습니다.

하지만 몸이 약한 편이었고 사회생활도 계속 하고싶어 했죠.
아내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아이는 당연히 낳는다, 그러나 나 사회생활도 해야하고 하니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겠다, 둘 이상 낳으면 둘 다 제대로 못키울 것 같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2년만에 첫 째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죠.
우리는 지금도 "하느님이 점지했다"고 농을 하는데,,
생리학 적으로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거 어떻게 표현하나,,,
여하튼 아이가 또 생긴 겁니다.

아내는 저를, 아니 하느님을 원망했고 "아이를 지우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일단 반성하는 차원에서 다음 날 예비군훈련 가서 거시기,,,, 그러니깐,, 정관수술을 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격(?) 이었죠.

제가 미련이 생겨서 "그래도 둘은 있어야,,,?" 하면 아내는
"아이를 못 낳아서 그러는게 아니쟎아요,, 둘을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다니깐요!!" 라고 일축했습니다.
결국 다음 날 병원에 가기로 했죠.
아내는 밤 새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병원 가기로 한 날,,,
아내가 저를 보고 정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XX씨,, 나 이 아이 지우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요,, 나 어떡해?
아이 둘을 잘 키울 자신도 없고,, 평생 사회생활도 접어야 하고,,, 나 어떡해?"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처연한 아내의 모습을 처다보고만 있었습니다.
아내가 결심한듯 마무리 했습니다.

"내 인생 여기서 끝이네,,, 이제 내 인생이 아니고 아이들 엄마가 되겠네,,
나 사회생활 끝이야,, XX씨 앞으로 주부로만 일생을 살 내 스트레스 받아줄
자신 있어요?"

나는 아내를 꼭 껴안고 "고마워요,,, 고마워요,,,"를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생사(?)를 넘나들다 태어난 둘 째.
이 아이가 벌써 고등학생이 됩니다.

아내는 첫 째와의 관계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편 입니다.
그런데 이 놈의 둘 째에게는 백전백패 입니다.
그렇게 똑똑하고 냉정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이 둘 째 앞에서는 한없이 너그럽고
바보같고 주책맞습니다.

"아무리 객관적이려 해도 저 아이를 지우려고 했던 걸 생각하면 미안해서 독하게 할 수가 없어,,, 죄 값을 받는거지,,, 아마 최소한 저 놈 장가갈 때 까지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아"

아내는 자주 이런 말을 합니다.

"재를 안 났어 봐,, 인생 무슨 재미가 있었겠어, 그치?"
"그리고 저 둘 노는 거 봐,,,, 내가 재들을 낳았다는게 그리고 이만큼 키웠다는게 자랑스러워"

아내는 그토록 가치를 두던 자아실현, 사회생활을 접은 대신 두 아이를 얻었습니다.
지금도 가끔은 너무 빨리 포기한 사회생활에 대한 소회를 풀어내곤 하지만,
그 대가로 얻는 아이들, 특히 둘 째를 통해서 - 이 눔이 요즘 사춘기라서 엄마를 엄청 괴롭힙니다만 - 비교할 수 없는 인생의 완성도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저도 혼자 벌어서 경제적으로 윤택하지는 못하지만,
"아이가 하나고 아내가 사회생활을 한다"는 가정을 할 때 마다 항상 지금의 아이 둘, 네 식구의 아웅다웅 하는 생활에 100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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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의 "자기완성욕구"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자기에게 투자를 많이 하는 만큼 아는 것도 많아지고 자신감이 넘치고 진취적인 것도 인정합니다.
직장에서도 눈치 안 보고 소신껏 일 하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이 들은 소가족 시대 -둘만 낳아서 잘 기르자 시대-의 산물이라서 그런지 일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돈"에 대해서 집착도 강하구요.

그러나 머지않아 이해하겠죠.
지금은 "아이 보다 나" "가정 보다는 금전" 이라 생각하겠지만,
"아이를 통한 자기성찰, 자아실현이 얼마나 큰 축복이란 것을 알게 되겠죠.

아이를 낳기도 전에 "귀챦은 존재(표현이 좀 과격하지만)"라고 인식하는 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의 부모가 그를 잘못 키운 탓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그리고,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만,
아이를 낳으려면 둘 이상을, 그 것도 가급적 빨리 낳으세요.

둘 이상이면 자기들끼리 조그만 사회를 만들어 사회성을 키웁니다, 참 신기하죠.
또, 제 아내 처럼 노산으로 둘을 낳으면 여러모로 고생합니다.
다 늙어가지고 팔팔한 애들 뒤치닥거리 하는게 맨날 헉헉 거립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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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이 입니다. 먼저 훈훈한 감동을 주는 글 써주신 글쓴이에게 감사의 말씀전합니다.

이제 스물다섯먹은 남자입니다..그래도 머리가 좀 굵어져서 그런가요..

아직 먼 훗날의 일이지만 내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 밥먹는 모습 자는 모습 티격태격하는 모습마저도..사랑하는 아내와 미소지으며 지켜볼 생각하니 한없이 기쁩니다.

머리에 피도안마른 놈이 하는 소리하곤..하고 앞서 계신 분들께서 어이없어 하실지는 모르겠지만..어쩌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행복일 수 도 있는 것을 자기완성욕구로 인해 잃게 된다면 너무 안타까울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개개인의 성향을 누가 나무랄수 있겠습니까..하지만..

위 글로 정말 중요한것이 무엇인지.. 나무보다는 숲을 볼수있는 지혜를 기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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