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물난리가 난 와중에 수련회 갔다가 고립된 아이들이 수련원 측에서 음식과 잠자리를 무상 제공하고 있어 별 불편함은 없지만, 할 일이 TV 보는 것과 책 보는 것 밖에 없어 따분하기 이를 데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보고 싶은 엄마, 아빠에게 쓰는 편지를 다같이 모여 서로에게 읽어 주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라는 내용의 기사를 읽다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애들이 스스로 저런 건 아닐테고 어른들이 시킨 것 일텐데 왜 어른들은 왜 그렇게 애들 울리기를 좋아할까? 저런 분위기와 상황 속에서 '애들 울리기'는 분명 의도된 것일텐데.
나도 초딩 4학년 때부터 고1 때까지 줄기차게 수련회를 갔었다. 그 때 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촛불의 시간. 일단 취침 직전 아이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불을 끄고 다들 나눠 받은 촛불을 킨다. 그리고 나선 비장하고 우울하고 슬픈 음악을 틀어놓으며 교관이나 선생님들 중 하나가 역시 비장한 목소리로 부모님이 없는 자리에서 그들의 노고를 생각해보라는 둥 어쩌는 둥 미리 준비해 온 글을 읽어 내려 간다. 그 글을 채 반도 읽기 전에 흑흑 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었는데, 그 때도 역시나 정서적으로 삭막한 어린이었던 나는 주변의 훌쩍거림에 없는 눈물을 짜내서라도 그들에게 동조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고, 그저 무릎을 끌어 안고 앉아서 머리를 묻고, 우는 척을 하곤 했었다. 도대체 저들이 왜 우는지 몹시도 당황스러웠던 초딩 4학년 때의 나는 서럽게도 울던 바로 옆 친구에게 '너 왜 울었어?' 하고 물었더니 친구는 ' 아까 낮에 엄마가 싸 준 김밥을 다 못먹고 버렸는데, 그게 미안해서 울었어.'라고 대답했었다. 그 대화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꽤나 인상적이었었나 보다.
이미지는 내용과 전혀 상관없음. 수련원에서 나눠 준 촛불은 이렇게 이쁘지 않았써...
머리가 굵어져서 인지, 매년 하는거라 약발이 다 해서 인지는 몰라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처럼 촛불의 시간에 집중을 못하는 애들이 점점 늘어갔다. 급기야 초딩 6학년 때 나는 남들 처 울 때, 촛불에 머리카락을 한가닥씩 뽑아 태우며 놀았고(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거 꽤나 재미있다. 찌글찌글해 지면서 타들어가는 머리카락을 보는 재미란!!), 중1 때인가 같은 조 친구는 꾸벅꾸벅 졸다가 바로 앞에 놓인 촛불에 머리카락을 태워먹기도 했었다. 역시나 지루해하며 머리카락을 태우고 있던 나는 그거보고 너무 크게 웃어서 교관에게 혼나기까지 했었다. 그래도 그 때는 교관이 뭐라고 잔소리하면 조용해지기는 했었다. 학년 더 올라갔더니 교관도 호구로 보이더라. 낄낄낄. 사실 당연한 얘기지만. 니들이 뭔데 우리한테 기합을 줘. 그래봤자 알바하러 온 대학생들이자나. 흥. 아무튼 교관마저 겁내지 않는 나이가 되자 촛불의 시간은 아예 없어져 버렸다. 그 때부턴 안운다는 걸 교관과 선생님들도 알았나봐.
지금 생각해보니 미스테리이며 엽기다. 그렇지 않은가. 삼삼오오 모여 촛불키고 처 울고 있는 초딩들이라니. 그 때 그 아이들은 왜 울었으며, 그 때 그 교관과 선생님들은 왜 아이들을 울리고 싶었던 걸까. 아니, 도대체, 왜? 어째서 없던 효심이 그렇게 갑자기 튀어 나온거야? 그것도 눈물과 함께? 한 둘이 운게 아니라 다 울었잖아. 선생님, 그 때 왜 그러셨어요? 왜 부모님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촛불도 모자라 울기 딱 좋은 음악까지 틀어놓으셨나요? 그거 하면 진짜로 효녀·효자가 되는건가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 중에 촛불의 시간에 울어본 기억이 있는 이들이 있다면 답해주길 바란다.
니들 도대체 그 때 왜 울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