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곧 봄이 올것 같더니만 오늘은 또 영하로 뚝 떨어져 버렸네요. 아기가 감기에 자주 걸려서 그런지 자꾸만 움츠려들게 됩니다. 장이라도 보러 갈라치면 아기 아픈데 또 어디를 데리고 가냐고 면박주는 저희 신랑…에혀..말이나 안하면 밉지나 않지…
오늘 제가 할 얘기 역시 이 철없는 저희 신랑 얘깁니다. 글이 좀 길어도 끝까지 읽어주시고 조언좀 해주세요…
교회에서 친해지게 된 언니가 있습니다. 언니나이가 저희 신랑하고 동갑인데..존댓말쓰는것도 불편하대서…친언니처럼 말도 놓고…언니 역시 미국에 유학을 오래 하고 성격도 비슷하고 그래서 오래 알진 않았지만 많이 친해졌죠. 사실 그 언니 만나면 서로 남편 흉보는게 일이지만ㅋㅋ 몇일전에 교회행사때문에 물어볼게 있어서 전화를 했었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언니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냅니다.
“나 **씨한테 할얘기가 있는데…해도 되는 얘긴지 모르겠지만…”이러길래 무슨 얘긴지 궁금해서 하라고 했더니 “글쎄, 자기 신랑하고 나하고 바람났다고 소문났대지 뭐야.”
헉! 이게 무슨 말입니까…전 그말을 듣고 당황했지만…언니가 그럴 사람이 아니란걸 믿었기에 ‘신랑이 또 사고쳤구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 언니가 “나도 엊그제 친구전화 받고 기분 정말 그렇더라. **씨도 알겠지만 그집 신랑 안그래도 이상한 소문 돌아서 도대체 처신을 어떻게 하고 다니나 그랬는데 나랑 관계된 소문이 나니까 할말이 없더라…솔직히 우리 둘이 만나면 서로 신랑 흉보는게 반인데 내가 그런 얘길 듣고서도 막말로 만약에라도 그런 마음 먹으면 내가 미친년 아니야? 그리고 내가 정말 미쳐서라도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씨한테 먼저 전화해서 그집 신랑한테 마음있다고 솔직히 말을 했을꺼야” 이러더라구요. 전 솔직히 언니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때 저희 신랑이 집에서도 그러더니 밖에 나가서도 참 가지가지 하고 다니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니의 생각으론 아마 몇달전에 있었던 일때문에 그런 소문이 퍼진게 아닌가 했답니다.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그 언니는 한국인 자원 봉사단체에서 일을 하거든요. 그나마 이곳에 많지는 않지만 한국 사람들도 자주 만나고 또 이곳에 오래 살아서 한국 사람들은 거의 아는 편이죠. 그런데 아무래도 애들도 크고 돈이 많이 들꺼 같아서 봉사하는것 외에 파트타임으로 다른 일을 했으면 그러더라구요. 돈 더 많이 받는 일…그때 한참 저희 신랑 돈 많이 벌때였습니다 (돈 많이 벌면 뭐합니까…아낄 줄도 모르고 그때 한푼이라도 모았으면 지금 이렇게 빈털털이로 살지 않을텐데…암튼..). 언니가 건축 하시는 분들도 많이 아는데 그 분들이 저희 신랑 얘기를 했나보더라구요. **아냐는둥 그 사람이 요새 건축회사중에 제일 잘 나간다…그래서 혹시 프로젝트 메니저자리라도 하나 알아볼까 해서 저희 신랑한테 한번 물어봐 달라고 했습니다. 신랑한테 얘기를 꺼내니 신랑이 그렇지 않아도 자기 혼자 통역하고 메니저할라니 너무 힘들다고 그럼 언니한테 현장에 견학한번 와서 어떤 일인지 보고 생각해보는게 어떻겠냐 해서 하루는 그 언니가 저희 신랑이 일하는 현장에 갔었답니다. 그런데 다른 한국 인부들이 신랑 부인 말고 왠 모르는 여자가 와서 있으니 신랑에게 누군지 물어봤겠지요. 저희 신랑 거기서 철없이 “누구긴 내 애인이지”하고 말해버렸답니다. 언니 생각으로는 이게 사건의 발단이 아닌가 싶다네요.
그 전에도 신랑이 제가 바가지 긁고 그러면 밖에 나가서 “짜증나는데 이혼해버릴까보다”이러고 농담을 하곤 했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고 넘기다가 왠 여자를 애인이라고 하니 소문은 저희 신랑이 애인 생겨서 이혼한다 뭐 이렇게 났던겁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집에서 애보고 살림하는 제 귀에는 이런 소문이 하나도 안들려오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 언니도 그런 소문이 도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몇일뒤에 제가 견학한거 어땠냐고 언니에게 전화했더니 신랑 하는일이 보통 힘든일이 아닌것 같다고 자긴 못하겠다고…그리고 자기 신랑이 외간 남자랑 일하는거 안좋게 생각할꺼 같고 그래서 다른일을 알아본다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그일은 잊혀졌죠.
그런데 두어달전에 저희 신랑이 잘 가는 한국식당에서 두번째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 식당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한국 사람들 한창 많이 갔을때였죠. 저희 신랑도 일끝나면 인부들 데리고 술한잔 하러 가고 그랬던 때였습니다. 하루는 저희 신랑이 술김에 그랬는지 맨정신에 그랬는지 거기 새로온 여종업원에게 이렇게 말을 했답니다. “내가 애인이 생겼는데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잘 빠지고…그 여자 이름이 ***인데 꼭 내 첫사랑 같다고…” 그런데 솔직히 같이 있던 아저씨들이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거기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닙니까? 말이 좀 심하다던지 집에 마누라놔두고 무슨 말이냐고…그런데 그 사람들도 그말을 듣고 허허허 웃으면서 가지좀 치라고 그런 식으로 말을 했다는 겁니다. 이 모든 상황을 본 여종업원…우연의 일치인지 그 종업원하고 그 언니하고 또 친했던 겁니다. 그 종업원 바로 그 다음날 언니에게 전화해서 ***라는 사람이 언니가 자기 애인이라고 처음 본 자기에게 그런 얘길 했다고 말을 했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 언니 그날 교회 친구에게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소문이 사실이냐고…그런데 그 언니 친구도 하도 오래 아는 사이라서 언니가 이래저래서 그런 소문이 난것 같다, 자기도 정말 기분 나쁘다고 얘기를 했나봅니다.
언니가 자꾸 그런 소문이 들리니까 황당했겠죠. 같은 교회 교인이지만 저희 신랑 교회 나가는거 손으로 꼽고 그렇다고 교회에서 마주쳐도 서로 말도 안붙이는 사람인데 자기가 애인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자기가 이혼한다고 소문내놓고 수습도 못하면서 왜 그러고 다니냐고…언니 신랑 귀에 들어가는 날에는 자기가 이혼당하게 생겼다고 그리고 한국 사람들 많이 만나는 일을 하는데 소문나서 짤리면 어떡하냐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언니 그럼 내가 우리 신랑하고 한번 말을 해볼까?” 그랬더니 괜히 그랬다간 일만 더 커지니까 잠잠해질때까지 기다리라고 합니다. 그 언니가 자기는 잘못한거 없고 신랑하고 애들한테 떳떳하니까…안그랬으면 교회도 못나갔을꺼라고…기분은 나쁘지만 어쩌겠냐고…신랑이 철이 없어서 막말하고 다닌거 어쩌겠냐고…그 소문이 돌고 돌아서 마누라 귀에 안들어갈꺼라고 생각하는거 자체가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자기도 귀가 있고 듣는 얘기가 있는데 앞으로 그러지 않겠지 그럽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신랑 밖에 나가서 마누라한테 잘 못한다고 욕 무지 먹고 다닌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신랑하고 같이 나가면 저는 그냥 아기안고 화장도 안하고 옷도 후질근하게 입고 다니니까요. 신랑은 주위에서 “돈벌면 너만 술마시는데 쓰지 말고 니 와이프 옷좀 사줘라.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 지 입으로 바람났다는 소문이나 내고 다니고..니가 인간이냐” 뭐 이런 소리 듣나봅니다.
비록 성질도 더럽고 입도 더럽고 돈 한푼 모을줄 모르는 인간이지만 그나마 능력이 있어서 같이 데리고 살았던 건데…이사람은 뭐라는줄 아십니까…자기같은 남편이 어딨냐고 노름을 하냐 계집질을 하냐 돈을 못버냐 그러는데…그럴때마다 이 사건이 떠올라서 입이 근질거리더군요. “왜? 니 입으로 바람났다고 떠벌리고 다니잖아!” 아 정말이지 그것만 생각하면 남편 잘때 입을 확 꼬매버리고 싶다니까요. 그 언니 말대로 제가 입다물고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신랑에게 이런 소문이 돈다고 솔직히 말을 해야 할까요? 마흔이 다되가는 지금도 나잇값 못하는데…아마 죽을때까지 철들지 않겠지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