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거나 실연을 하면 모든 유행가가 다 내 얘기 같다는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정설이 되는가 싶더니, 그들은 나에게 더 이상 미소년도 아이돌도 아니었다.
그리고 2006년 2월. 이제는 파스텔색 풍선으로 객석을 물들이는 소녀 팬들의 비명소리보다,
가요순위 3주 연속 1위로 악 소리를 내게 하는 그들이 청년 뮤지션이 되어 6집으로 돌아왔다.
여섯 시 정각. 새로운 타이틀 곡 ‘남자답게’가 3주 연속 1위를 갱신하고 있다는 생방 전갈을 전해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쑥한 모노크롬 정장 차림의 플라이투더스카이
가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축하의 인사를 건내기 위해 가까이 다가서니 폭발하는 인기가 남긴 피로의 잔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간밤 겨우 두 시간 붙인 눈에 라이브 공연까지 하고 온 소진된 체력으로, 재미있는 인터뷰를 하자며 만나자마자 소란을 떠는 기자를 앞에 두고 맑은 밤 초승달처럼 웃는 브라이언, 너도밤나무처럼 단단한 환희.


브라이언: 숫자들이 주는 힘? 사실 없어요.
새롭게 옮긴 회사에서 우리를 믿어줬다는 것,
전 그게 더 의미 있어요. 음악에 신경 정말 많이 썼으니까, 사람들이 그걸 알아보는 것 같아요.
환희: 7만장 돌파, 요즘 들어 조금씩 실감하는데, 부담 좀 됩니다.
보든 사람들마다 ‘오~1위 가수, 슈퍼 스타~’하시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크죠.

브라이언: 처음부터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에게 다가가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모두 좋아해주신다고 하면 저희야 고맙죠.
예전에는 아이돌의 느낌이 많은 것이 사실이었는데, 요즘엔 저희 색깔이 잘 살아서 팬층이 다양해진 것 같아요.
환희: 생김새보다는 저희 음색 때문에 연령층이 넓어졌죠. TV 잘 안 보시는 어른분들도 저희를 노래로 알아주시니까.
‘ 가슴 아파도
’ 때가 정점이었던 것 같아요.
브라이언: 전 회사도 물론 좋았지만, 좀더 음악적으로 저희를 밀어줄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어요.
이번 회사가 그런 것들을 잘 살려주시는 것 같아요. 게다가 가족적이기까지 해요.
일을 열심히, 또 재미있게 할 수 있게 하는 활력소죠.
환희: 음악을 하기에 참 좋은 여건이에요. 적당한 규모에 가족적인 분위기에, 사장님(조규만)이 가수이다보니 배울 점도 많고. 스타트가 참 좋습니다.
브라이언: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면 더 이상 애여선 안 되잖아요. ‘변신’보다는 ‘어른’이 된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 것 뿐이예요. 어른들이 들으시기에도 어렵지 않고, 또 노래방에서도 쉽게 부를 수 있는 곡들. 그런 것들을 보고 ‘성숙’이라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흰 원래 ‘남자’였습니다. 처음부터. (웃음)
환희: 회사 옮기면서 힘들었던 일 많았거든요 사실. 그 고생들이 앨범에 자연스럽게 녹아난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가슴에 와닿는다 하는 것 아닌가 싶죠.

브라이언: 제 인생의 믿음. 정말 힘들고 지칠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 들잖아요. 늘 기도하면서 원해왔던 이 길로 열심히 가야겠다는 믿음이 저를 이렇게 끌어 주신 것 같아요. 그것 밖에 생각 안나요.
환희: 용기가 아닐까요? 회사 옮기면서 해체할 수도 있잖아요. 힘든 일도 많아서 포기할 수도 있는데 용기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또 여기까지 계속 함께 있어준 사람들도 많았고.
(브라이언과 환희 이 지점에서 서로 굉장히 찡한 표정)
브라이언: 이 자리를 빌어 제대로 커밍아웃 해야 겠네요.
(웃음) 농담입니다 물론. 우리가 사이가 너무 좋아서 그런 오해들 많이 하세요. 서로 너무 친하고 장난도 잘 치고 하니까.
그렇다고 사귀진 않습니다. 남자 좋아하지도 않구요. 참고로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1년 됐습니다.
‘여자’ 친구입니다.
환희도 제가 알기로는 여자들 엄청 좋아해요! 그것도 섹시한 여자로! (몹시 흥분하여 열변 토하는 브라이언을 수수방관하던 환희, 의자에 기대앉아 히죽 웃으며)
환희: 난 남자도 좋은데! (스캔들에 오래 시달린 탓에 배어나오는 관조적 농담이다.)
브라이언: 지금 이 순간. 새 회사, 새 앨범.이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3집 활동 시절에 처음으로 1위했을 때인 것 같아요. 기대도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상을 받으니까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생겼죠.
또 환희가 ' sea of love
' 저 없이 고생하며 활동해야 했던 시기도 있었고. 고맙고 또 미안한 기억이예요.
환히: 지금 잘되는 만큼, 데뷔때가 참 많이 생각나요. 그 당시에는 이렇게 6집까지 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어린 마음에 반짝 가수로 사라질까 두려움도 많았고. 이수만 선생님을 만난 것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해요.

환희: 사실 그 나이가 고3 때였어요.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고 싶고,
대학생활도 하고 싶고, 미팅도 하고 싶고. 하나도 못했죠. 또 공인이라는 이유로 극장 하나에 가도 행동 조심해야하고, 말 조심해야 하고. 그땐 어렸기 때문에 이해를 못했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가수 해야 하나.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 추억이지만.
브라이언: 데뷔 때는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이었다는 점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우리말이 잘 안되었으니까. 환희 말처럼 ‘말 조심’하라 해도, 그땐 어떤 게 말 조심하는 건지도 몰랐어요. 친구들도 별로 없었죠. 힘든 일 있어도 늘 혼자 이겨내야 했어요. 환희 말대로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행복한 것 같아요.
환희: 근데 우리 대답이 너무 산으로 바다로 들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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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옛날에는 누구 누구 누구. 이렇게 얘기했었는데,
요즘엔 사실 모든 뮤지션들에게 그냥 감사한 마음 뿐이예요.
특히 마이클 잭슨 , 브라이언 맥나이트 , 솔리드 , 유영진
, 서태지와 아이들 . 그분들 때문에 처음 음악을 좋아하게 됐고,
나아가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갖게 했고. 어릴 때는 진짜 돈 빨리 많이 벌어서 부모님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는데, 하다보니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음악을 얼만큼 진심으로 좋아하느냐예요.
환희: 시작은 유영진씨. 영향을 참 많이 받았어요. 존경하는 뮤지션이죠.
그리고 흑인 뮤지션들. 피부 검은 사람들 있잖아요, 에릭 베넷
같은.
브라이언: 에릭 베넷은 검지 않아. 약간 베이지색이야. (모두 웃음)
환희: 아 예
환희: 저는 멜론에서 노래 다 사놨어요.
멜론이 되게 편하더라구요.
브라이언: 저는 안 받아줘요! 외국인이라고.
환희: 요즘엔 많이 듣는게 타미아 의 if i were you .
인터넷 홈페이지 노래이기도 해요.
브라이언: 머라이어 캐리 의 we belong together 도 좋아하잖아 요즘.
환희: 맞어. 그리고 usher 의 she's got the part 라는 노래도 좋아해요. 신나고 좋아요.
들을 거 너무 많아요 멜론에!

브라이언: 크리스티나 밀리안 노래 중에 someone 으로 시작하는 노래 가 있어요.
그 노래가 되게 생각을 참 많이 줘요.
환희: 생각을 많이 주는 노래를 듣는다고? 안그래도 생각이 많은데 또 생각을 한단 말이야? 어휴
브라이언: 옛날에 1집 나오기 전에 환희랑 듣던 노래, 엔싱크와 글로리아 스테파니가 부른 you should get my heart. 집에서 잠들기 전에 늘 음악 듣거든요. 이 곡 들으면 마음이 편해져서 잠이 잘 와요.
브라이언: 전 뮤지션이지만 동시에 연예인이잖아요.
브라이언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싶어요.
주변에선 왜 그렇게 망가지냐 걱정하는데, 일부러 망가지는 건 아니예요. 사람들이 학교, 회사 갔다 집에 돌아와서 TV 켜는 이유가 즐겁고 싶어서잖아요. 내가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요. 이런 직업 의식이 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물론 일이 아닐 경우에는 100% 브라이언이 되기 위해 노력하죠. 꾸미는 것은 싫어요.
환희: 사람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 저희가 연예계에서 소문 없는 가수들 중 하나거든요. 저는 ‘쟤는 놀 때 어디가서 술 먹는다더라, 누구 선배와 어울린다더라’ 그런 소리 들리는 게 싫더라구요.
아무리 동료 연예인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베일에 쌓인 게
좋아요.
환희: (웃음) 브라이언이랑 놀아요.
브라이언: 동네에서 애들 좀 때리구요, 돈 좀 뺏고.
환희: 술자리보다는 스포츠를 많이 즐겨요. 꼭 건전하다기 보다는, 그게 진짜 스트레스 풀리는 방법이니까.
술 마시면 다음날 더 힘들기만 하잖아요.
브라이언: 그리고 술자리에서 친해지는 인연은 잘 안 믿어요. 꼭 다음날 어색하게 굴더라구요.
왜냐면 기억이 안나니까. 근데 운동은 안그래요. 사람들과 진짜 인연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브라이언: 저 같은 경우는 요즘 잘 되고 있으니까,
이 모든 것이 갑자기 끝나버리지는 않을까 걱정 되요.
노력 진짜 많이 하고 있는데.
환희: 잠 못 자는게 제일 근심거리에요. 잠을 못자면 노래가 안 되니까. 하루에 2시간? 많이 자면 5시간?
너무 피곤하니까 이런식으로 해서 라이브 제대로 들려줄 수 있을까.
브라이언: 듣는 사람들은 앞뒤 생각 안 해주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라이브 잘 못하면, 아 쟤가
요즘 많이 바쁘지, 힘들지,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쟤 노래 진짜 못한다.하는게 너무 심하니까.
환희: 그런걸 알아달라는 건 아니예요.
사실 언제 어디서든 완벽하게 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이 좀더 받춰줘야 하는데.
환희: 다 씻고 잠자려고 딱 누웠을 때. 진짜 배고픈데 밥 먹을 때.
브라이언: 저는 그 두 개에다가, 볼일 볼 때가 최고입니다. 세상의 모든 스트레스가 다 풀려요. 좀 소박하죠.
환희: 또 있어요. 스피드를 즐길 때. 오토바이, 차 다 좋아해요.
브라이언: 나도! 인터넷 게임 카트 라이더 너무 좋아해요! 일등 할 때마다 너무 좋아서 크아아.
브라이언: 너무 피곤할 때 주위 사람들에게 가끔 나도 모르게 차갑게 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고 싶지 않은데 순간적으로 너무 지치고 힘드니까. 또 부모님한테 자주 연락 드리지 못하는 것.
제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은 늘 하는데 그렇게 못하니까
제 자신이 많이 밉죠.
환희: 저같은 경우에는, 오토바이 앞바퀴 각도가 너무 조금 들렸을 때? (웃음) 농담이구요, 사실 저도 부모님이 제일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좀 무뚝뚝해서 표현을 잘 못해요. 브라이언은 어머니와 포옹도 자주 하고 따듯한 말도 잘하는데, 전 직접적인 표현을 못해요.
어머니가 가끔은 브라이언 어머니를 부러워하시죠.
브라이언: 저는 부모님 일년에 한번 겨우 만나요. 그러니까 그렇죠.
환희: 아니예요. 브라이언은 너무 잘해요. 서로 친구처럼 지내요.
브라이언: 원래 어릴 때부터 친구처럼 대해주셨어요 어머니가.
술도 할 거면 집에서 해라. 그러셨으니까.
혼낼 땐 물론 제대로 혼내셨지만. 환희! 너도 표현 좀 해라!
브라이언: 우리가 사귄다고 생각하시는 진지한 분들! 제일 큰 오해!
환희: 저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이, 제가 되게 냉정한 줄 알아요.
근데 안 그래요. (목소리를 깔며) 저 되게 따뜻해요.
브라이언: 후배들이 우리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사할 때도 (모기만한 소리로) 안녕하세요, 이렇게 안했으면 좋겠어요.
환희: 전 진짜 재밌는게, 사람들이 저 노래하는 거 보고 슬픈 일이 정말 많은 사람인 줄 안다는 것.
그저께 여자랑 헤어진 것 같다고들 그래요. 근심걱정 많아 보인다고.
브라이언: 맞아요. 환희 노래할 때는 너무 힘들게 눈물 흘리면서 하는데 끝나면 '나 어땠어 나 어땠어' 이래요.
환희: (각을 고쳐 잡으며) 아닙니다.
인터뷰이가 무서워 하는 것은 겉도는 이야기, 판에 박힌 대답, 시큰둥한 반응. 하지만 제일 무서운 것은 재촉되는 인터뷰 시간이다.
그런데 그들은 멜론쥬스를 위해 전례없이 촬영 시간을 포함 꼬박 2시간을 내줬다.
‘놀다 가라’, ‘수다 떨자’고 들이대니 정말 수다를 떨어주고 놀다 가주는 연예인은 사실 이들이 처음. 셋이 마주 앉아 신나게 이야기 하고 나니, 사이다와 감자칩같은 시간이 훌쩍 날아간다. 녹취를 풀고나선 동화 속 잭이 소를 팔아 산 콩을 무심결에 던지고, 다음날 하늘 끝까지 자란 콩나무를 본 듯한 기분이다.
물론 그들의 성장은 콩나무처럼 전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지만. 대신 꼭 그 콩나무만큼 단단하다.
그들의 명랑한 농담 뒤에는 고군분투의 흔적이, 그리고 호탕한 각오 안에는 질긴 오기와 고집이 들어있었으니까. 웃으면서 사라지는 뒷모습에서는 이제 속깊은 청년의 향기가 묻어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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