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고 싶은 당신, 벗어라!’ 찬바람 부는 요즘 음악계에 ‘섹시 마케팅’ 열풍이 뜨겁다. 음반매장을 한 번 둘러보면 저도 모르게 눈이 가고 자연스럽게 손이 가도록 디자인된 ‘섹시한’ 음반들이 구매자를 유혹한다.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찢어진 드레스를 입고 천진하게 웃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미학의 경지에 이른 R&B가수 ‘어셔’의 복근. 클래식계에도 섹시마케팅 바람은 예외가 아니다. 현악4중주단인 그룹 ‘본드’의 두번째 음반 샤인은 패션화보나 할리우드 영화의 스틸사진처럼 야한 속옷 차림의 멤버들이 섹시함과 패션감각을 뽐낸다.
음반이나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가수들은 섹시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점점 더 화끈한 포즈를 취한다. 특히 지난주 발행된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의 표지에 등장한 크리스티나 아귈레라의 누드 포즈는 충격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대략 세 가지 이유로 분석한다. 가수들의 낮아진 데뷔 연령과 높아진 데뷔비용, 음반업계의 불황이 그것.
1990년대 중반, 10대 음반시장의 가능성을 일찍부터 꿰뚫은 음반업계에서는 틴에이저 취향에 맞는 상품들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3년전 16살 나이의 깜찍한 외모로 데뷔한 스피어스와 청순함을 강조했던 아귈레라가 대표주자. 음반사측은 2집부터는 이들의 상품성이 10대 시장을 뛰어넘어 20~30대까지 수용하길 기대하며 급격한 ‘레벨 업’을 시도한다. 아찔한 노출패션과 안무, 성인버전의 가사 등을 보면 이들이 ‘소녀인지 농익은 여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국내 10대 여성가수들의 경우도 같은 전략을 차용해왔다. 타이틀곡은 청순가련이지만 차기곡이나 차기앨범에서는 섹시모드로 바뀐다. ‘핑클’ ‘클레오’, 보아, 박지윤 등이 그 예다.
섹시마케팅은 데뷔비용 절감에도 이용된다. 신인들의 경우에는 지명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눈길을 잡아끄는 ‘섹시한’ 모습을 보이길 주저하지 않는다. 대표적 성공케이스가 데뷔를 앞두고 있는 신인가수 ‘미나’. 한·일 월드컵 기간에 붉은악마 티셔츠로 상반신을 겨우 가린 모습을 언론에 노출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최근에는 긴 머리칼로 가슴을 살짝 가린 파격적인 상반신 누드 포스터사진으로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소속사 제이엔터컴의 조성완 부장은 “기존 뮤직비디오 마케팅은 식상한데다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며 “비용절감에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남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신인 ‘윤석’도 근육질의 상반신을 노출한 포스터로 젊은층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마케팅 방법은 음악계로서는 썩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 대중음악평론가 조성진씨는 “장르적으로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 음악계의 빈곤한 자기 알리기 방법일 뿐”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요즘엔 리안 라임스 같은 컨트리 가수도 높은 수위의 노출을 꺼리지 않습니다. MP3·불법복제 때문에 불황에 빠진 음반업계가 탈출구를 찾는다고 볼 수 있겠지요. 마돈나가 처음 ‘벗었을’ 시절에는 단지 뮤지션 개인의 문제였겠지만, 지금은 고도의 매니지먼트 덕분에 ‘세련된 상술’이 됐습니다”
가수들이 항상 섹시마케팅의 덕을 보는 것은 아니다. 섹시한 이미지로 뜬 가수가 차분한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할 경우에 그 임팩트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또 섹시함만 강조하다가는 식상함을 주고 천박한 이미지를 초래할 수 있다. 이같은 마케팅이 광범위하게 지속될 경우, 가수들은 ‘목욕탕에서 벗은 사람 만난 듯’ 무덤덤한 대중의 반응에 당혹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그 때는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알릴 것인가. 결국 가수로서의 탄탄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섹시마케팅은 달콤한 자충수인 셈이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