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 오락이 주 내용이지만 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되고 있는 MBC ‘타임머신’(위), SBS ‘깜짝 스토리랜드’.MBC ‘타임머신’, SBS ‘깜짝 스토리랜드’, KBS ‘TV는 사랑을 싣고’는 교양 프로그램일까? 오락 프로그램일까?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들에서 정보 보다 순간적 즐거움을 기대하지만 뜻밖에 방송사들은 이들을 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뚜렷하게 장르를 구분하기 힘든 TV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들이 명백하게 오락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교양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제50조에 따르면 종합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교양 프로그램을 30% 이상, 오락 프로그램을 50% 이하로 편성해야한다. 문제는 방송법에 교양과 오락 프로그램을 분류할 만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 그러다보니 방송사들이 의무편성비율을 맞추기 위해 임의적으로 장르를 구분하고 있음에도 방송위원회는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연예 프로그램 SBS ‘한밤의 TV 연예’가 교양 프로그램에 포함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방송위원회 한 관계자는 “인력이 충분치 않아 방송사의 프로그램 장르 구분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보성을 가장한 오락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나고 있어 조만간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이 빚어내는 가장 큰 부작용은 시사고발·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같은 본래적 의미의 교양 프로그램이 그 위치를 잃게 된다는 것. 실제로 최근 100억원 이상 들어가는 대작 드라마들은 잇따라 제작되고 있는 반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대형 다큐멘터리를 지상파 TV에서 찾아보기는 힘들어졌다. KBS의 간판 심층취재 프로그램 ‘추적 60분’은 시청률 저조에 따라 지난 가을 개편에서 폐지 위기에 몰렸다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2~3년전부터는 교양PD들도 소위 정보와 오락이 합쳐졌다는 의미의 엔포테인먼트 프로그램 제작에 대거 투입돼 시청률 전쟁의 ‘첨병’이 되고 있다.
시청자 단체들도 이같은 현상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 1일 발표한 성명 ‘방송 3사 가을개편 할 말 있다’에서 KBS 개편 결과에 대해 “형식은 교양이지만 내용은 오락인 이른바 ‘쇼양’프로그램이 대폭 늘어났다”며 “이는 오락프로그램을 늘린다는 시청자단체의 눈총을 의식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 편성일 뿐이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방송사의 장르 구분 기준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주시청시간대 오락 프로그램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시청자들이 TV에는 온통 경박한 오락 프로그램밖에 없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달 경실련미디어워치, 매체비평 우리스스로 등 10개 시청자단체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3개 방송사 오락프로그램 편성구조 분석’에 따르면 KBS 2, MBC, SBS의 주시청시간대(평일 오후 7~11시.주말 오후 6~11시)오락 프로그램 비율은 각 74.7%, 63.3%, 78.9%였다.
경실련 미디어워치 김태현 부장은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장르가 구분돼야하는데 제작을 어떤 파트에서 했느냐에 따라 교양, 오락을 나누고있어 악용의 소지가 많다”며 “갈수록 자본의 논리에 휩쓸리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 교양 프로그램에 관심을 쏟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