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걷기【17】

쵸코쿠키2006.05.10
조회1,426


"지금 어디로 가는거죠? 제발 대답 좀 하란 말이야!!"
"화내지 마요. 란아씨 어떻게 하려는거 아니니까.. 저번과 같은일 절대 없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날 보여주고 싶어요. 란아씨 기억속의 끔찍한 내가 아닌… 제발.. 나에게도 기회를 줘요."
"이러지 말아요. 이미 당신에게 줄 기회도.. 마음도 내겐 없어요. 그러니까 차 돌려요."
"그럴 수 없어요."
"계속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나에겐 한가지 방법 밖에 없어요. 당신의 목적지까지 갈생각…
추호도 없거든요. 뛰어내릴 거에요."
그는… 잠시..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아니. . 그렇겐 못할걸요."
"아니요? 난 할 수 있어요. 여기서 뛰어내리는게 당신과 가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시속 140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뛰어 내린다는건.. 분명 미친짓이다. 알고 있음에도 내 손은 어느덧
손잡이로 향한다.
어쩌면… 내가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그가 마음을 바꿀지 모른다는 희망이었을까…?
딸깍.
!!!
딸깍.딸깍.딸깍!!
하!! 문이… 열리질 않는다.
"란아씨.. 진짜 대단해요.. 정말 뛰어내리려 했어요? 그렇게 제가 싫어요? 하지만.. 한가지 알아두세요.
제 앞에서 너무 티내지 말라는거.. 언제 어느 순간 내맘이 변할지.. 나도 모르니까… 알겠죠? … 아!! 그리고 그 문은… 안에선 절대 안 열려요. 밖에서만 열수 있도록 해 놨거든요."
웃으며 말을 하는 그가 너무도 무섭다.
이 남자..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가보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이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이다.         
이제… 어쩌지..?         

 

 

 

 

젠장!!!!!         
그녀도… 하민이 녀석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왜 그자식과 함께 있는거냐구!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타들어 가는것 같다.         
아니.. 마치 심장이 타 들어 가는 듯… 뜨겁게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다.         
"으아아아~!!!"         
쾅!!!!         
도저히 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미친듯이 그녀가 걱정이 되어…  책상위의 전화기를 던져버렸다.  
하지만 더욱더 큰 불안감만이 목을 조여올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으…!!"         
머리를 쥐어 뜯어도… 입술이 떨어져 나갈듯 깨물어 보아도…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대체.. 대체… 어딨는 거요?!!!!!!
분명… 고속도로라 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쾅!!!!
젠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이 기분… 정말 엿같다.

 

그 자식이 갈만한 곳이란… 수도 없이 많다.
대한그룹의 별장이 지천으로 깔렸고,, 또 그 중 한 곳으로 간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넋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제발… 제발… 내가 찾아갈 때까지…찾아낼 때까지... 무사히… 다치지 말고… 날 기다려줘..
제발…….

 

 

 

 

 

 


"다 왔어요."
산 속으로 나있는 도로를 굽이 굽이 올라오던 차는 어느새 멈춰졌다.
5시간 정도 달렸다.
하지만.. 여기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고속도로에서 북대구 I.C로 빠져나왔었는데.. 그 후로는 알수 없는 시골길로 들어섰고… 가끔 보여지는 이정표엔 생소한 이름들 뿐이었다.
분명 더 남쪽인건 확실 하지만,, 인적도 없는 이 산속에선.. 더 이상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다.
"이리와요."
그가 우아해 보이는 붉은색의 2층 벽돌집 앞에서 손짓한다.
그로인해 그곳이.. 마치 유령의 집인듯 생각되어..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제 곧 있으면 어두워져요. 여긴 산속이고 어두워지면 한치 앞도 안보이죠. 뭐가 나올지도 모르고..
그런데도 계속 거기 서있을건가요?"
"돌려보내줘요."
"말했잖아요. 있는그대로의 날 보여줄 거라고.. 그러니까 보내줄 수 없어요. 정말 아무짓도 안해요.
날 믿어요. 그냥.. 전처럼.. 내 손을 잡고 할아버지 댁에 갔을때처럼… 그때처럼 날 생각해주면
안되요? 란아씨 사랑하는 마음만 보여줄께요. 제발.. 이리와요."
고개를 저었다.
머리가… 몸이… 마음이… 부정하기에…
"휴… 이젠 란아씨한테 강제로 아무것도 안해요. 란아씨 의사 존중하죠. 문은 열어둘께요. 생각이
바뀌면 들어와요."
그러면서 그는 들어가 버렸다.
그가 들어가거나 말거나..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
하!! 뭐라고? 내 의사를 존중해 준다고? 그럼 여기까지 데려오지 말았어야지!! 내가 돌아가고 싶다는데
보내줘야지!! 정말.. 어이가 없다.
이젠… 어쩐다…
주위를 둘러보다 잘려진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 앉았다.
급속도로 어둠이 밀려오고…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무언가 울어대는 소리에.. 겁이 났지만… 다리를
끌어올려 감싸안고 얼굴을 묻었다.
산속의 밤이라 그런지… 얇은 옷 속으로 차가운 공기가 스며든다.
배가 고파서… 더 추운것 같다.
그때.. 정말 타이밍이 기가막히게도… 집안에선 구수하고... 향기롭고... 달콤하고… 아무튼 입맛을 다시게 하는 온갖 좋은 냄새들이 풍겨나왔다.
흥!! 그런다고 내가 들어갈 줄 알아?!!
천만에!! 얼어죽든.. 무서워 심장마비로 죽든.. 배고파 죽든.. 여기서 꼼짝 않을테다!!
나쁜놈… 정말 이가 갈리게 싫어.

 

 

깜짝놀라 눈을 떴을땐… 제일 먼저 높은 천장이 보였다.
고로… 난… 누워있다.
눈동자만 굴려 아래를 보니 이불이 가슴께까지 덮여있고.. 좌우를 둘러 본 결과.. 지금 난.. 쇼파에
누워 있는듯 했다.
대각선으로 장작이 타고 있는 벽난로가 보이지만…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 광경이 무척 예뻐

보이지만..
지금은 그런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대체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분명 내 발로 걸어 들어오진 않았다.
그럼... 상상할 수 있는건… 그가 안고 들어왔다는건데….
어떻게 그 상황에서 잠들 수 있으며 그가 만지는 것도 모른채 잠을 잤단 말인가..?
참.. 내 자신이.. 싫어진다.         

슬리퍼 끄는 소리가 점점 다가옴에 따라 심장도 그만큼 세게 뛰어댄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눈을 감았다.         
그래.. 차라리 자는척 하자.         
그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내 앞에 서있는 느낌이… 이어 무릎을 꿇고 앉아 날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든다.
그에게서 약하게 술냄새가 풍겨나오고..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마 지금도 술을 마시고 있나보다.         
보이지 않아도 느낄수 있는 그의 시선에… 얼굴이 근질거리고,, 따금거린다.         
"당신.. 정말 고집쎄요. 아니면.. 그 정도로 내가 싫은 건가요..? 후~... 내가 먼저 당신을 발견했는데…  
내가 먼저 당신을 사랑했는데… 왜.. 왜 내가 아닌거죠? 당신이 미치도록 좋아요. 날 사랑하지 않아도.. 그저.. 내 옆에만 있어 준다면… 그래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형을 생각하면,, 예은이를 생각하면.. 당신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요. 내가 바라는걸 가질 수 없음에 대한 집착이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려 했어요. 내가 갖고 싶은건 다 가질 수 있었고… 어디에든 넘쳐 났으니까.. 이세상에  내것이 아닌건 없을거라 생각했으니까.. 처음으로 거부당한 충격에 자존심이 상처입었을 뿐이라고.. 그렇게 나를 달래며 포기하려 했어요. 그런데.. 그게 안되요. 당신이 온통 내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서.. 난.. 거기에 갇혀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나.. 나 어떻하죠..? 이렇게 당신을 원하는데.. 당신을
사랑하는데… 여기가.. 여기가 갑갑해서 죽을 것만 같아요…"
가슴을 두드리는 듯한…아니 쥐어 뜯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축축한 무언가가 내 볼위로 떨어지고…
나…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조금전까지 죽도록 미웠던 그가… 안쓰럽다.
내가 뭐라고… 나까짓게 뭐라고… 한 사람을 이렇게도 슬프게 만든걸까…?
분명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나로인한 아픔이다.
이렇게 그의 슬픔이 전해 지는데… 마주 바라봐 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큭…하하…하하하… 하아… 나.. 참 바보같죠..? 이렇게… 당신이 영원히 깨어나지 않아서… 영원히
내곁에 있었으면 해요. 내가 바라는건… 이게 아닌데… 이런게 아니었는데… "
깨어있는데.. 아닌척 하는거… 듣고 있는데도… 모른척 하는거… 정말… 곤혹이다.
차라리… 자는척 하지 말걸… 그러지 말걸…
"나.. 너무 미워하지 마요. 당신 겁먹게 하고, 무섭게 한거.. 정말 후회스럽고,, 미안해요. 사내자식이..
정말 형편없죠?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런짓을 했을까…? 훗… 나도 모르겠어요. 그냥.. 당신이
미치도록 탐났나봐요.. 그 상황이 날 미치게 만들었나봐요..…그래도…그래도... 나 그렇게 나쁜놈
아닌데… 왜 그랬는지…"
그래.. 태어나면서부터 악인인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다.
단지… 환경이… 어떤 계기가… 그렇게 만들뿐이지…
그렇게.. 믿고 싶다.
갑자기 볼에 닿은 그의 손가락에… 흠칫 놀랐는데…
아까 떨어진 자신의 눈물을… 엄지 손가락으로 쓸어주며 말한다.
"란아……… 란아야…………  사랑해…"
미안해요.
당신에게 돌려 줄 수 없음이…

 

 

그 후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진 모르지만… 내 손을 잡고 쇼파에 몸을 기댄 그가.. 잠들어 버린건…
확실하다.
살짝 일어나 이불을 걷어내고… 그의 손에 감싸져 있는 손을 조심스레 잡아뺐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최대한 작은 움직임으로… 일어섰다.
그가 안쓰럽고.. 이렇게까지 하는게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조용조용히.. 전화기나.. 어딘가에 있을 그의 핸드폰을 찾아다녔다.
콩콩거리며 빠르게 뛰어대는 심장때문에… 숨쉬기가 힘들다.
미치겠다. 그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 졸이며 찾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1층엔 없다.
발꿈치를 들고… 난간을 잡은 손에 최대한 몸의 무게를 실으며.. 계단을 올랐다.
어느새 이마와 콧잔등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런데.. 나 정말 미쳤나보다.
왜 이 상황에서 미션 임파서블의 음악이 생각나는지…
이럴때가 아닌데…
슬쩍 나자신을 째려봐주고.. 제일 먼저 보이는 문을 열었다.
없다.. 그렇다면 베란다…
빙고!!
베란다에 놓여진 테이블 위에 그의 핸드폰이 보인다.
날듯이 낚아채.. 예후의 핸드폰 번호를 빠르게 눌렀다.
한번의 신호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너 어디야!!"
그리운… 그의 목소리…
"저에요. 저 지금 숨어서 몰래 전화하는거에요. 내말 들려요?"
수화기와 입을 최대한 가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란아…? 당신이오? 오.. 세상에!! 지금 어디야? 거기 어디냐고?!!"
"모르겠어요. 여기 산속에 있는 별장 같은데… 온통 나무뿐이고..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요."
"주위를 잘 둘러봐. 혹시 전화번호나.. 지역번호 같은거.. 아무거라도!!"
그의 말대로 주위를 둘러보다 테이블 아래 놓여 있는 지역광고지를 발견했다.
"아!! 여기 있어요. 062… 처음이 062로 시작돼요. 아마도 광주인가봐요!!"
기쁨에 겨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오케이!! 거기 어딘지 알겠어.. 여기 대전이니까 두시간안에 도착할거요. 그때까지 조심히.. "
"아!!"
그의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눈앞의 하민에게 핸드폰을 빼앗겨 버렸다.
"이봐!!! 한란아!!! 왜그래?!!! 무슨일이야!!!"
그의 커다란 목소리가 핸드폰 밖으로 흘러나온다.
"형… 나 진짜 화나려구해.. 어떻게 해야 란아씨 포기하겠어..? 정말… 아이라도 생겨야 포기할꺼야?"
하민의 말에… 또다시 공포가 밀려와… 얼굴이… 일그러진다.
나도 모르게 주저 앉았다.
"너 이새끼!!!!!!!!!!!! 죽여버릴꺼야!!!!!!!!!!!!!!!!!!!!!"
"하하.. 그래.. 그러려면 열심히 달려와.. 기다릴께.. 아마 그때쯤엔… 알지..?"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리고… 다시 울리는.. 쉴새없이 울려대는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다…
밖으로 던져버린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가와 질려있는 나에게… 손을 내민다.
너무나 무섭지만.. 다리에 힘이 없지만.. 그래도…
벌떡 일어나 문으로 달렸다.
하지만 문에 닫기도 전.. 허리를 휘감아 오는 손길이 느껴졌다.
곧이어 허공에 뜨는 느낌과.. 토할것 같을 기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아아악~!!!!!! 악!!!! 악!!!!! 아아악!!!!!!!!!!!!!"
소리를 지르는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방으로 들어온 그는... 나를 땅에 내려 놓았고… 나는… 그 틈을 타서 그의 머리며 얼굴이며..
닥치는대로 쥐어뜯었다.
그런 나를 벽쪽으로 거칠게 밀어부치고는… 애원하듯 말한다.
"그만!! 내가 아무짓도 안한다고 약속했잖아요."
나는 모든 행동을 멈추고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정말일까…?
 

 

§§§§§§§§§§§§§§§§§§§§§§§§§§§§§§§§§§§§§§§§§§§§§§§§§§§§§§§§§§§§§§§§§§§§§§§§§§§§§§§§§§§§§§§§

 

역시... 오늘도 짧나요..?

ㅎㅎ 님들의 리플이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나가봐야해서요..

갔다오면 못올리꺼 같아... 짧지만 올려 봤어요~ ^^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

제가 항상 마음속 깊이 감사해 한다는거.. 아시죠?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