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가 원망스럽습니다.

원망2006.09.24
조회2,688

24살의 대학생입니다. 그제 저녁에 있었던 일입니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거나하게 한 잔을 하고 자정을 넘긴 시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리운전을 불렀습니다.

몇 분 후 대리 운전 기사가 오더군요.

 

깜짝 놀랬습니다.

 

대리 운전 기사로 오신 분...

찾아뵈야지 찾아뵈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어

이 때 까지 단 두 번밖에 찾아뵙지 못했던,

존경해 마지 않았던,

가정인 불화로 힘들어 할 때 가장 힘이 되어 주신

중학교 은사님이셨습니다.

 

머리도 길었고 고글 같은 선글라스도 끼고 있었던 터라

절 알아 보지 못하신 것 같더군요.

뒷자리에 앉아서 차문에 기댄 채 잠깐 잠깐 은사님의 눈을 쳐다보았습니다.

잠시라도 눈이 마주칠 때면 질끈 눈을 감아버렸죠. 

절 알아보셔서 그러셨는지는 몰랐지만 얼굴이 붉어지셨더군요.

아니면 건강에 무슨 문제라도 있으셨는지...

 

눈물이 났습니다.

차마 너무 무안해 하실까봐 아는 척도, 저 누구누구입니다 라고

인사도 못드렸습니다.

 

집 앞에 도착해 요금을 건네는 손이 부끄러웠습니다.

차마 목이 매어 한 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교단에서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시던 그 모습은,

삐뚤어질 때마다 매를 치시던 그 무서웠던 어깨는

이제 축 늘어져있습니다.

 

돌아가시는 그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시지 않으셨겠지만 그 뒷모습에 조용히 인사하는 동안에도

눈물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이 나라가 원망스럽습니다.

내게 많은 도움을 주신 그 분을 그렇게 만든 이 나라가 원망스럽습니다.

 

찾아뵙지 못한 불경한 제자를 용서해 주십시요.

차마 선생님께 아는 척 못한 못난 제자를 용서해 주십시요.

 

그리고 선생님 힘내세요!

마주 앉아 소주 한 잔 받고 싶습니다.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