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넘기며....

김민희200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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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넘기며....은행에서 2003년 달력을 받아 왔다.

예전엔 달력도 흔하여 해마다 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달력 주는 데도 없는것 같다.

그 나마 거래하는 은행에 가서 직원에게 부탁을 해야 겨우 하나 챙겨 준다.

달력의 앞장을 넘기고 1월을 바라보며 참으로 신기한 생각을 했다.

1월 부터 12월까지의 페이지와 그 속에 담겨 있는 1일 부터 30일 까지의 숫자는 예전과 같은데 한해 한해는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오니 말이다.

달력마다 제사와 어른들의 생신을 적어 넣으며 문득 나도 이제 한집안의 며느리,한집안의 딸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살다보니 건강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는것 같다.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지신 친정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쓰라린다.

한평생 자식위해 일 하시고 다들 출가 시킨 후에도 자식들에게 부담 안주려 일을 그만 두시지 못하는 분이다.

건강이 안 좋으니 일을 그만 두시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넉넉하지 못 한 내 살림이 죄송스러울 뿐이다.

아직은 힘이 있다며 "늙을수록 일을 해야지" 라고 아버지는 말씀 하시지만 자식으로 가슴 아플때가 많다.

어제 새해 인사를 드리고 와서는 더욱 마음이 허전하다.

언제나 정정 하실것 만 같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도 외소하고 늙어 보여 순간 내가 딸이 라는게 싫었다.

내가 아들이 였다면.........

아버지가 그래도 의지 할 곳이라도 있을텐테......

딸만 넷을 두셨으니 아무리 사위도 자식이라지만 아들 몫을 할리는 없는 거다.

아침 부터 큰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어제 뵙고 온 모습을 전하니 언니도 목이 메인다.

한동안 수화기를 들고 메인 목을 풀려 헛기침을 몇번이나 했다.

언니는 아버지 살아 생전 효도 하잔다.

나도 그러자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한 마음이 더 하다.

그래서 달력을 넘기며 하나 하나 동그라미를 쳐 나갔다.

매일 아버지께 안부 전화 드리기.

1주일에 한번은 찾아 뵙기.

1달에 한번은 용돈 드리기.

12월을 다 채우고 나니 마음이 어느정도 채워지는 것 같다.

이 해가 가고 다음 해가 찾아와도 난 똑같은 방법으로 내 마음을 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