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이던 과거와 바쁜 현재.

쩝...2006.05.16
조회72,963

네이트온을 켜니 놀랍게도 톡이 되었네요..

정말 별 생각없이 있는 그대로 주저리주저리 쓴 글인데..

생각치도 못했던 많은 응원과 격려, 충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글을 읽다보니 빠진 부분도 있고해서 약간 수정했습니다.

힘내자구요...

인생은 정해진 공식이 없으니까 힘들다는 말이 정말 맞는듯 하네요...

 

 

 

 

작년에 지방 4년제 학교 졸업하고, 3개월간을 아빠 일 도와주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리저리 놀다가, 6월에 한 회사에 취직..

기쁨도 잠시, 알고봤더니 텔레마케터 회사였다.

그래도 돈을 벌려고 좀만 다니자 하며 전화통 붙들고 갖은 개고생을 했는데 실적승인 적다고 한 달월급 30만원을 주더이다..

어이없어서 바로 때려치고 돈 받으려고 같이 다니던 사람들과 두 달동안 노동부와  입씨름하며 말도 안 되는 고생을 했다.

결국 돈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암튼 그 때부터 백수생활 시작.. 

 

7월 중하순에 회사를 그만뒀는데, 토익 공부한다는 핑계로 하루하루 집에서 백수생활을 하다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생활에 길들여졌었나보다.

토익은 작년 하반기에 세 번인가 봤는데, 다 그렇고 그런 점수..

연말에 공연홍보 알바를 한달여를 했는데, 잠깐이었지만 일하는 기쁨을 알겠더이다..

그러다 연말까지던 알바도 끝나고.. 올해가 새로이 시작되면서 다시 백수모드..

받은 돈은 이것저것 사고 밀린 요금 내고 그러고나니 금방 없어지고..

백수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짧으면서도 긴지..

수입이 없으니 돈 쓰는 것도 두렵고, 그러다보니 바깥 출입도 줄어든다.

사람을 만나도 요즘 뭐하냐는 질문엔 그저 할 말이 없어지니.. 자연히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어들어 대인기피증도 생기고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하루에 두세 번 나가면 대단한거고, 어떤 때는 마치 올드보이처럼 감금된듯한 느낌으로 그냥 있기도 했다.

그나마 일찍 일어나게 되면 누나 도시락도 싸주고, 밥도 챙겨주고 그러지만 늦게 일어나면 아무도 없는 집의 썰렁함에 눈을 뜨게 된다.

하는 일이라곤 고작 컴퓨터...

주로 맞고와 인터넷 항해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취업사이트는 거의 들어가지도 않았다. 참 한심했지...

하지만 그 땐 두렵고 막연했다.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취업사이트에 뜬 문구들은 너무나 광활했다.

그래도 꼴에 망가지긴 싫어서 영어도 꾸준히 듣고 운동도 나름 열심히 했다.

차라리 밖이라도 돌아다니며 세상 돌아가는 느낌이라도 알면 좋지만, 지하철 요금마저도 아까웠고 막상 나가면 목적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지쳐서 시내를 나가도 두세시간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밤이면 몰려드는 허무함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없는 돈 탈탈 털어 술도 마시는 일도 빈번했고..

백수하면 역시나 무엇보다 돈.. 백원 단위까지도 민감해진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고.. 여름과 가을이 지나 몸도 마음도 시린 겨울이 지날 때가지 그런 식으로 지냈다.

그 생활을 몇개월간 하니 완전 나도 니트족이 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벌어놓은 돈은 없지.. 부모님은 점점 늙어가시지.. 딱히 배워놓은 것도 없지.. 같이 사는 친누나의 눈치는 견디기 힘들지.. 하루하루 달력이 넘어가는만큼 이래저래 점점 벼랑끝으로 떠밀리는 느낌이었다.

지친 마음을 기대고 싶은 애인을 사귀고 싶었지만 (지금 솔로인 상태여서..), 돈 없고 백수인 나를 이성으로 바라보는 여자들은 없었다.

내 쪽에서 먼저 노력해도, 결국엔 몇 번이고 허사여서 심적으로 좌절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그 때 깨달았다. 사랑하려면 돈이 있어야한다..

또 하나.. 정말 '살아있는' 사람의 숨결이 그리웠다.  

 

지금은 누나의 소개로 학원에 다니고 있다. 4월부터...

컴퓨터 학원인데,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학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데, 섭이 끝나면 곧바로 동네로 돌아와 11시까지 알바를 한다.

취업하기 전까지는 계속 이 생활을 할 예정이다.

한 마디로 아침부터 밤까지는 자는 시간 빼면 그야말로 풀가동인 셈인데 처음엔 정말 피곤하고 힘들었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평일에만 이 생활을 하고, 주말엔 쉰다. 나도 인간인데 쉬는 시간은 있어야지...

평일에 빡시게 풀가동 생활을 하고, 주말에 쉴 땐 정말 내가 살아있구나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것도, 압사될거 같은 아침지옥철도, 그 모든게 힘들어도 반갑다.

일정하게 내가 스스로 용돈은 벌어 쓰니 사소한 돈 걱정은 더 이상 안 한다.

대인기피증같은것도 없어지니  스스로  지인들에게 먼저 연락해 만나자고 꼬신다.

오늘도 일어나는게 무척이나 힘들었고, 지하철에선 사람 많아 죽는줄 알았다.

하지만 난 안다.. 지금 내 입장이 백수이던 과거에 비하면 천만배 낫다는 것을..

가끔 힘들고 그럴땐 회상한다. 백수이던 과거를...

아마 지금도 계속 백수라면, 난 이 시간에도 보나마나 조그만 내 방구석에 틀어박혀 '재미있는게' 아닌 , '버릇되어버린' 고스톱을 눈 벌개져서 치고 있을 것이다. 결국엔 아무 소용도 없는 사이버 머니와 등급 따위에 연연하며..

 

사실 난 두렵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결코 맞다고 장담은 못한다. 

언제까지일거란 보장도 없고, 오늘의 행복이 내일도 이어지리란 법도 없다..

하지만, 무언가 준비하는 삶이란 백수보다는 역시 낫다....

지금 이 과정을 거치면서, 왜 사람이 일을 해야하고 적당한 긴장과 노동이 삶에 필요한건지 스스로 다시금 체득하고 있다.

그리고 그냥저냥 되는대로 중구난방 살아온게 없지않아 있기에 스스로도 반성이 되고 있다.

 

백수 열분들..

움직입시다...머리보단 몸이 먼저..

그것이 살아남는 길이라오..

 

 

 

 

 

PS..요즘 들어, 예전에 심형래가 했던 말이 새삼 자꾸 와닿소.. '못 해서 안 하는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 한다...'

 

 

 

백수이던 과거와 바쁜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