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6화> 신입생미팅

바다의기억2006.05.17
조회9,803

간만에 운동을 좀 했더니

 

전신에 알이 배겨서 죽겠습니다.

 

뜨듯한 물에라도 들어가서

 

푹 좀 풀고 나왔으면 좋겠군요.

 

=========================== 된장 발라라 ===========================

 

 

Pm 1:00 공돌이 진형.


약속시간을 한 시간여 앞두고


기억을 선두로 한 여섯 명의 공돌이가


각자의 장비를 살피고 있다.



남1

- 역시 간지의 시작은


단색으로 쫙 빼는 거 아니겠어?


오늘의 컨셉은 황금소년!


어때 아버지 금시계까지 완벽한 세트!



남2

-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놈...


자고로 요즘은 화려한 색상의 조합이 주목받는다고!


모잔 빨강! 티는 주황! 잠바는 노랑!


벨트는 초록! 바지는 파랑! 양말은 남색! 운동화는 보라색!


무지개 풀코스! 이 정도는 되어야지!



남1 - 오오! 강하다!



금색 풀세트니 무지개 세트니....


무슨 게임 아이템도 아니고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녀석들의 패션감각.



남3

- 이런 이런 녀석들하곤....


미팅에 나가는 데 그 무슨 경망스러운 패션이냐.


남자는 자고로 점잖은 정장이지.


봐라, 기억 선배님도 정장이시잖냐.


그것도 검은색. 으아~~.



기억 - 아니 난.... 평소에도 이러고 다니는데.



점잖은 정장이라고 말은 했지만...


녀석이 입고 온 건 빨간색 바탕에


진홍색 반짝이가 잔뜩 붙어있는


중년 나이트 스타일 정장이었다.


정말 요즘 패션은 화려한 게 대세인가?



=합성이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각양각색으로 꾸미고 나온 후배들 틈에서


다시금 나의 패션감각에 대해 고찰해보는 사이


남4가 새로운 의견을 내놓았다.



남4

- 우리 너무 통일감이 없는 거 아냐?


그냥 과티로 맞춰 입는 게 낫지 않을까?



남1 - .... 그런가? 역시 단결감이 느껴져야 하나?


남2

- 지금 우리가 데모하러 가냐?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 되는 거야!



남3 - 아냐.... 듣고 보니 맞춰 입는 게 나을지도.


남4 - 야, 다수결로 하자. 맞춰 입자는 사람 손!



결과는 4:1.


정말 다행히도 남3을 제외한 후배 전원은


과티로 통일하자는 데 마음을 모았다.



당시 01학번 과티는 흰색 도톰한 후드셔츠로


가슴 부분에 과 이니셜과 학번이 작게 박혀있을 뿐


평상복으로 입어도 아무 문제는 없을 디자인이었다.


바로 작년 (00학번) 유니폼이


고등학교 체육복만 못한 초록색 추리닝이었던 걸 생각하면

(우린 이것을 =인민군 쫄쫄이=라 불렀다)


장족의 발전이다.



30분 후,


기숙사에 있는 동기들에게서


과티를 빌려 입고 돌아온 후배 녀석들...


확실히 아까보다 상태가 양호해진 것 같다.



기억

- 흠.... 그런데 아직 너희들 이름을 못들은 것 같은데.


애들 만나기 전에 좀 알아두자.



남1 - 아, 저는 박씨라고 합니다.


남2 - 전 김가(家)입니다.


남3 - 전 조군이요.


남4 - 전 박씨B에요.



좌로 번호전달을 하듯 짤막짤막하게 자기소개를 이어가는 후배들.


그 종착점엔 나로부터 목숨 걸고 순결을 지켜야 한다던 남5가 있었다.



남5 - 저...저...저...저....저.....전....


조군 - 얘 이름은 오군이고요.


남5- 어? 어,어?


기억 - 아, 그래, 뭐 됐다.



여성적으로 보이는 외모만큼이나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녀석은 무슨 말을 할 때 마다


리소스 초과상태에 빠진 비선점형OS처럼 버벅 거렸다.


이래가지고 미팅 자리에선 어떻게 대처할 지...



약속시간 15분 전.


일단 우린 약속 장소인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민아 일행이 오길 기다리기로 했다.



간단한 음료수를 시켜 놓고


테이블에 앉아 마음의 준비를 하는 후배들.



조군 - 하아... 나 지금 떨고 있니?


박씨 - 나, 난 숨이 안 쉬어져....


박씨B - 이게 우리 마지막 기회인 거지?


김가 - 그래! 이번에야 말로 잔짜 논스톱 같은 캠퍼스생활을....!!


오군 - .......



그렇게 각자의 심정을 토로하던 녀석들은


불현듯 내게로 시선을 돌려


엄청난 질문공세를 퍼부어댔다.



박씨 - 선배, 미팅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요?


박씨B - 선배 여자친구 엄청 예쁘다면서요?


조군 - 양심의 가책은 안 느끼세요? 죄의식이라거나...



어쩐지 어감이 미묘하게 안 좋은 녀석들의 질문.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게


부러움과 절실함에서 나온 것이라 판단한 난


자연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이야기했다.



기억

- 에.... 뭐 딱히 비결이랄 건 없고


첫 째, 작은 일부터 챙겨주는 자상함.


둘 째,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정신.


셋 째, 상대방의 의도를 재빨리 알아채는 눈치가 있어야....



수업시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집중도를 보이고 있는 후배들에게


일전의 여성잡지에 나왔던


=작업! 이런 남자라면 OK= 의

(부제 : 여성들은 이런 남자를 원한다)


필수 항목들을 구구절절 읊어주는 나.


괜히 우쭐해서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과연 난 이들 중 몇 %나 만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잠시 후, 계단을 올라서는 민아의 뒷모습이 보였다.



기억 - 아, 공주님, 여기!


민아 - ....!!



내 목소리를 듣기가 무섭게


다다다다다 뛰어와 어깨를 때리는 그녀.



민아 - 후배들도 있는데 그렇게 부르면 어떡해!


여1 - 어머, 언니, 남자친구가 공주라고 불러요? 좋겠다~.


민아 - 에이, 몰라!



이후 계단에서 속속 그 모습을 나타내는


민아 진형의 여전사들....


아무래도 그녀가 멤버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 듯


하나같이 She = Beauty? 에 대해


(True)의 결과값을 내놓고 있다.



기억 - 어라?



그런데 마지막에 올라온 두 사람....


어디서 많이 뵌 듯한 분들이....



한나 - Hi요~ 반갑습니다.


유니

- 그녀는 쑥스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말없이 남자들 옆을 지나쳤다.



뭐뭐뭐뭐뭐뭔가 이 시츄에이션은?!


한나야 그렇다 치고 유니선배까지?!



예상치 못한 비상사태에


난 작은 목소리로 민아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기억 = 공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민아 = 아...그게 여차저차 하다 보니 두 명이 모자라서....


기억 =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민아 = 에이 뭐 어때, 두 사람 다 자신 있다고 했어.


기억 = ....에휴 나도 모르겠다....



일단 시작부터 엄청난 시한폭탄을 안게 된 미팅 자리.


하지만 이미 돌기 시작한 시곗바늘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억 - 에.... 일단 간단하게 자기소개부터 하죠. 레이디 퍼스트?



둘 다 미팅 주선이 처음인 탓에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난 일단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민아측으로 발언권을 넘겼다.



한나

- hi, everyone, 영어 영문학부 01학번 유한나에요.


취미는 영화보기와 댄스~


좌우명은 =화끈하게 화려하게=입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오늘 하루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유니

- 잠시 목을 가다듬으며.... 아, 아.


국어국문학과..... 유니라고 합니다.


이런 자린 처음이라 많이 긴장되지만....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생긋 웃으며.... 잘 부탁드려요.



여1

- 안녕하세요, 영어영문학과 01학번 송은혜에요.


사실 민아 언니가 남자친구 자랑을 너무 해서


어떤 사람인가 보러 나왔는데


여기 와보니 다들 좋은 분들인 것 같아서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나 같이 자신감 있는 태도로


막힘없이 자기소개를 늘어놓는 민아측 여인들.


금방 차례는 돌고 돌아


남성 측 순서가 돌아왔다.



민아 - 에... 그럼 남자분들 소개도 들어봐야겠죠?


박씨

- 에.....공과대학 파릇한 신입생 박씨라고 합니다.


취미는..... 음..... 스타크래프트. 특기는 테란입니다.


흠.... 선배님, 또 무슨 말을 해야 하죠?



기억 - 아니 뭐...... 그냥 너에 관한 소개를 해.


박씨 - 흐음... 그럼.... 키는 175cm, 몸무게는 70kg.. 가슴둘레는...


기억 - ....그만, 됐고... 다음 사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어딘가 어설픈 남정네들.


애들이 생긴 건 괜찮은데


하는 짓이 영 시원찮아서 기가 죽는다.



김가

- 에....크흠,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김가입니다.


제 취미는 레인보우식스고요, 특기는 저격입니다.


적군이 아군 진지에 도착하기 전에


원거리에서 단발 헤드샷을...크아....



아니다..... 이건... 이건 아니다....


어쩐지 미팅자리를 만들어준 민아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만 같다.


어째 취미라곤 죄다 컴퓨터 게임에 나중엔 리니지 레벨 자랑까지....


점점 암울해져만 가는 분위기 속에


마지막 바톤은 오군에게로 건너갔다.



오군 - .......제....제,제....제제제제.....



혹시나 하고 기대해 봤건만....


공대에서 새는 바가지 미대 가도 샌다고


녀석의 버벅거림은 렉을 넘어 다운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오군 - 제....제....제 이름은.... 제 이름은....



점점 집중되는 시선과 공명이라도 일으키듯 커져 가는 목소리에


가게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이쪽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 사태를 어쩌나...


제발.... 이름까지만 제대로 말해라.


그 다음엔 알아서 되겠지...



하지만 이 작은 소망마저 오군에겐 사치였던 것일까...


한참을 버벅거리던 녀석은


다급한 표정으로 나에게 SOS를 보내왔다.



오군 - 서, 선배님! 제 이름이 뭐였죠?


기억 - ...... 오,,,,


조군 - 붕어빵.



너무나 절박하면서 또 한편으론 황당한 오군의 물음에


기가 막혀 말을 못하고 있는 사이


조군이 가로채듯 대답했고...



I = Who;

Who = 붕어빵;

Printf ("제 이름은 %s /n", I)


라는 지극히 간단한 알고리즘을 거쳐



오군 = 예, 제 이름은 붕.어.빵! 입니다!



붕어빵이 print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