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층의 양심에 호소를 하면서.............(의료사고)

홍병록200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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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병원과 의사들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책임이 없다면서 발뺌하는 것이 관행이 되고 있다. 의료과실을 인정하게 되면 병원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의사 개인의 명예에 오점을 남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송으로 가더라도 동료의사들이 자신을 방어해 주리란 생각에서 과실을 부인하고 은폐·조작하기 일쑤다. 이런 병원과 의사들의 작태에 분노한 피해자들은 생업도 팽개쳐 가면서 사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곳저곳에 알아보기도 하고 마침내 기나긴 소송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일단 소송을 시작하게 되면 피해자들은 다신 한번 정신적 고통을 당하게 되고 막대한 경제적·시간적 손실을 입게 되는데 병원, 의사들이 솔직히 과실을 인정하고 진실을 밝힌다면 소송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줄어들 것이다.

의료사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제도 마련이나 개선책보다도 의료인들의 각성과 의식 개혁이 절실하다.

“법대로 해라”를 외치며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의학이라는 전문지식을 자신의 과실을 숨기고 동료들을 보호하는 데 악용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사고 발생시 무엇보다도 병원과 의사들이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고 양심적인 자기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들 가운데는 수십 건씩 소송에 걸려 있는 곳들도 꽤 있다. 병원에서는 고문변호사를 여러 명 고용해 소송에 대처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의료사고를 줄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사고를 줄이고 예방하려면 병원과 의사들이 솔직하게 과실을 인정하고 근본 원인을 밝혀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만 하는데, 그런 노력은 하려고도 않고 이를 숨기는 데만 급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고만 발생하면 은폐부터 하려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의료분쟁은 언제까지나 지금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병원과 의사들에 대한 불신만 쌓여 갈 것이다.

현재 병원의 원무과 등에서 수행하는 것처럼 합의시 보상금의 액수나 협상하고 소극적으로 소송에 대처하는 미봉책만으론 피해자들의 항의, 농성, 그리고 소송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결코 끊을 수가 없다. 의료행위가 있는 한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하는데, 병원내부에 자체적인 의료사고 관련 감사기구를 설치하여 사고 발생시 원인을 밝히고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과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피해자들도 소송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병원 내부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사고를 줄이고 예방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환자를 보호하고 나아가 실추된 병원과 의사들의 명예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비양심적인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내부적인 자정 노력을 보여야만 한다.

의료사고 발생시 겸허하게 과실을 인정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용기와 양심을 가진 병원과 의사의 출현을 그래도 그래도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