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쇼핑센타처럼 세련된 구석은 찾아볼 수 없지만 촌스럽고 투박하며 왁자지껄하고 걸쭉한 분위기가 시골 출신인 우리 내외를 주말마다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주 원인이 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꼭 무엇을 사러 간다기보다는 세상구경을 하러 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우리는 경제적인 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 세상구경을 하다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지난 토요일의 일이었습니다 "엄마! 저기 할머니..." 작은애가 가리킨 시장 한 구석엔 잿빛 스웨터에 검정 몸빼를 입고 머리엔 흰수건을 두른 칠순 노인이 까맣다못해 흙빚이 도는 주름 투성이의 얼굴로 나물 몇가지와 곡물 종류를 소쿠리에 담아 놓은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나는 가슴이 콱 막혀오면 그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습니다
"나는 우리 할머니가 여기 오셔서 앉아 계신줄 알았어요"
정말 작은애의 말대로였습니다 나 어릴적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시장 좌판에서의 내 어머니 얼굴 모습과 어찌 그리도 흡사한지요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잊혀지지 않고 더욱 또렷이 살아나며 나를 울리던 그때의 어머니 흙빛 얼굴이 생각나서 오는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지역번호를 누르며 "어머니"소리죽여 불러봅니다
마을 슈퍼앞을 지나면 행복 정육점이 보이고 정육점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열발짝쯤 걸어가면 시장 중에서도 가장 번화하다는 어물전 신발가게 옆에 어머니의 시장 좌판이 있었습니다
재래시장의 할머니처럼 우리 어머니도 머리엔 흰수건을 두르시고 검정몸빼 차림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과일장사를 하셨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차림생와 까만얼굴 또한 하시는 일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하필이면 학교의 등하교길에 어머니가 가시는 시장통을 지나야했기 때문에 나는 일부러 지름길을 놔두고 논두렁길을 빙빙돌며 바짓단이 흙투성이가 된채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어쩌다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다녀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면 정육점 모퉁이에서 고개만 삐죽 내민채 주위를 살피다가 어머니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어머니께 달려가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전교 음악 경연대회를 개최한 일이 있었는데 반 대표로 뽑혀 나간 나는 당당히 전교 1등을 하여 상품과 상장을 한아름 안고 하늘을 훨훨 나는 기분으로 엄마를 향해 줄달음 쳤습니다
다른날 같으면 논두렁길을 터벅터벅 걸어갈 시간이었지만 오늘만을 이것저것 생각할 하무런 이유가 없었습니다
한달음에 줄달음을 치던 나는 그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주위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과일을 고르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신이난 엄마는 잔돈을 주고 받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도 오늘만은 이 상황쯤이야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엄마...나...오늘..."
엄마가 그럴수록 나는 찰거머리처럼 달려들며 상장과 상품을 코앞에 들이대었지요
"집에 가서 얘기하자"
힐끗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이 너무 싸늘해서 나는 하던짓을 멈추고 슬그머니 빠져나와 논둑길을 터벅걸어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싸늘했던 어머니의 얼굴이 너무나 서럽고 억울해서 나는 골방구서에 쪼그리고 앉아 상장과 상품을 조각조각 찢어 놓으며 눈물을 찔끔거리다 그자리에서 잠이들고 말았습니다
동화책에서 나오는 웃지못할 한토막의 주인공이 그날은 내가 되고 말았지요
지서에 신고를 하고...온동네가 발칵 뒤집히고... 물이 고인 웅덩이란 웅덩이는 다 휘저어보고...
내가 눈을 떴을땐 담임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겁에 질린 나를 조용히 끌어 안으시며 엄마는 말씀하셨습니다
"엄마가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상장 다시 만들어줄께"
순간 나는 종아리에서 피가 철철 나도록 매를 맞은 아픔보다 더한 서러움이 내 작은 목구멍을 통해 쏟아져 내렸습니다
이제 나도 어느새 불혹의 나이가 되어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그때의 어머니의 시장 좌판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팔남매를 공부시키시느라 얼굴은 흙빛이 되셨고 앞뒤 돌아볼 여가도 없으셨던 어머니의 시장에서의 얼굴 모습...
평생 앉아 계실줄 알았던 그자리에 지금은 어느 누가 어머니를 대신해 앉아 계실까요?
힘겹고 지칠때 엄마의 싸늘했던 얼굴을 떠올립니다 강하게 키우신 엄마의 얼굴...바로 흙빛이었습니다 흰빛이 아니었지요
얼굴
얼굴
토요일 오후가 되면 우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을 자주 갑니다
백화점이나 쇼핑센타처럼 세련된 구석은
찾아볼 수 없지만 촌스럽고 투박하며 왁자지껄하고
걸쭉한 분위기가 시골 출신인 우리 내외를 주말마다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주 원인이 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꼭 무엇을 사러 간다기보다는 세상구경을 하러 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우리는 경제적인 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 세상구경을 하다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지난 토요일의 일이었습니다
"엄마! 저기 할머니..."
작은애가 가리킨 시장 한 구석엔 잿빛 스웨터에
검정 몸빼를 입고 머리엔 흰수건을 두른 칠순 노인이
까맣다못해 흙빚이 도는 주름 투성이의 얼굴로
나물 몇가지와 곡물 종류를 소쿠리에 담아 놓은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나는 가슴이 콱 막혀오면 그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습니다
"나는 우리 할머니가 여기 오셔서 앉아 계신줄 알았어요"
정말 작은애의 말대로였습니다
나 어릴적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시장 좌판에서의
내 어머니 얼굴 모습과 어찌 그리도 흡사한지요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잊혀지지 않고 더욱 또렷이
살아나며 나를 울리던 그때의 어머니 흙빛 얼굴이
생각나서 오는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지역번호를 누르며
"어머니"소리죽여 불러봅니다
마을 슈퍼앞을 지나면 행복 정육점이 보이고 정육점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열발짝쯤 걸어가면 시장 중에서도 가장
번화하다는 어물전 신발가게 옆에 어머니의 시장 좌판이
있었습니다
재래시장의 할머니처럼 우리 어머니도 머리엔 흰수건을
두르시고 검정몸빼 차림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과일장사를 하셨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차림생와 까만얼굴 또한 하시는 일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하필이면 학교의 등하교길에 어머니가 가시는 시장통을
지나야했기 때문에 나는 일부러 지름길을 놔두고
논두렁길을 빙빙돌며 바짓단이 흙투성이가 된채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어쩌다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다녀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면
정육점 모퉁이에서 고개만 삐죽 내민채 주위를 살피다가
어머니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어머니께 달려가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전교 음악
경연대회를 개최한 일이 있었는데 반 대표로 뽑혀 나간
나는 당당히 전교 1등을 하여 상품과 상장을 한아름 안고
하늘을 훨훨 나는 기분으로 엄마를 향해 줄달음 쳤습니다
다른날 같으면 논두렁길을 터벅터벅 걸어갈 시간이었지만
오늘만을 이것저것 생각할 하무런 이유가 없었습니다
한달음에 줄달음을 치던 나는 그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주위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과일을 고르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신이난 엄마는 잔돈을 주고 받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도 오늘만은 이 상황쯤이야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엄마...나...오늘..."
엄마가 그럴수록 나는 찰거머리처럼 달려들며
상장과 상품을 코앞에 들이대었지요
"집에 가서 얘기하자"
힐끗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이 너무 싸늘해서
나는 하던짓을 멈추고 슬그머니 빠져나와
논둑길을 터벅걸어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싸늘했던 어머니의 얼굴이 너무나 서럽고 억울해서
나는 골방구서에 쪼그리고 앉아 상장과 상품을
조각조각 찢어 놓으며 눈물을 찔끔거리다
그자리에서 잠이들고 말았습니다
동화책에서 나오는 웃지못할 한토막의 주인공이
그날은 내가 되고 말았지요
지서에 신고를 하고...온동네가 발칵 뒤집히고...
물이 고인 웅덩이란 웅덩이는 다 휘저어보고...
내가 눈을 떴을땐 담임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겁에 질린 나를 조용히 끌어 안으시며 엄마는
말씀하셨습니다
"엄마가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상장 다시 만들어줄께"
순간 나는 종아리에서 피가 철철 나도록 매를 맞은
아픔보다 더한 서러움이 내 작은 목구멍을 통해
쏟아져 내렸습니다
이제 나도 어느새 불혹의 나이가 되어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그때의 어머니의 시장 좌판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팔남매를 공부시키시느라 얼굴은 흙빛이 되셨고
앞뒤 돌아볼 여가도 없으셨던 어머니의 시장에서의
얼굴 모습...
평생 앉아 계실줄 알았던 그자리에 지금은
어느 누가 어머니를 대신해 앉아 계실까요?
힘겹고 지칠때 엄마의 싸늘했던 얼굴을 떠올립니다
강하게 키우신 엄마의 얼굴...바로 흙빛이었습니다
흰빛이 아니었지요
"할머니! 이 나물 얼마예요? 이것은요?
저기 찹쌀도 한되 주시고 팥도 주세요"
신이난 시장 할머니의 얼굴위에
나의 흙빛 어머니의 얼굴이 빙그레 웃으며
나를 바라 봅니다